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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bi의 마음일기 Apr 26. 2024

[투병일기] 1. 이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건 쉽지않다

-내가 나를 데리고 사는 법-

예전에 김미경 강사님 강의를 들으러

현장에 간 적이 있다.

그때의 주제가

 ‘나 데리고 사는 법’

이었다.


나로 살아가는 법은 잘 몰라도

나를 데리고 사느라 무던히 애쓰던

나에게 그 강연은 2시간 내내

눈물바다가 될만큼 감명 깊었다.


투병을 하며 제일 힘든 건

‘겉으로 티가 안난다는 것’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중에 나와 친해지면서 나의 사정을

알고서 내게 하는 말은


“어머, 전혀 그렇게 안보여서 몰랐어요!

이렇게 멀쩡해 보이는데 아프다니..“


참 무례한 말임에도...

한편으로 이해한다.

내가 봐도 겉으로는 너무나 멀쩡한

사람으로 보이니까.


그래서 친하지 않거나,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내 병을 말하지 않고

살짝의 터치 정도는 ‘윽!’소리도 삼키며

참아내며 지낸다.


나는 일반인보다 통증의 역치가

한 없이 낮아서 남들이 7~8정도에서

느껴야 할 통증과 고통을

1~2 정도의 자극만 받아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만큼 아파한다.

투병을 하면서도  한동안은

가족들 역시 이정도로 내가 통증을

느끼는지 모르기에 잘 모르고

나를 잡았을 때 내가 소리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보곤 적잖이 당황하곤 했다.


지금은 내 몸에 아예 손을 대지도,

스치지도 않으려 노력해주시지만.


나를 아는 내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나를 배려해주고 아프지 않도록

최대한 생각해주는 편이다.

물론, 친구들의 팔짱 정도는

내가 참을만한 정도의 통증이라

내색하지 않기도 하고,

그저 그 정도의 친밀감이 좋아서

아픔을 덜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어찌됐든 이러한 상태의 몸뚱이다보니

나는 사람 많은 곳은 질색팔색한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말하자면,

한 번은 유니클로 매장에서 쇼핑을 하려고

옷을 둘러보며 매장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주말이라 매장엔 사람도 꽤 많았고

모두가 바빠보였다.

그러던 중에

바쁘게 뛰어가던 직원분과 부딪히는 바람에

바로 튕겨나가며 바닥에 쓰러졌다.

내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며 “어떡해...”라고 했고,

그 직원분은 너무 놀라서 연신

죄송하다는 말씀만 하실 정도로.


괜찮다고 말씀 드리고 일어나서

하던 쇼핑을 마무리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며칠을 앓아누웠다.

넘어지면서 몸에 가해진 충격이 너무 커서

약을 먹어도 통증이 줄어들지 않았고,

코끼리가 나를 밟고 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통증이 며칠이나 지속됐다.


그런 일들이 종종 있다보니 사람 많을 시간은

어떻게든 피하려는 생존본능이 생긴다.


다행히 학원강사는 지옥철의 출근 시간을

맞이하지 않아도 되기에

그 또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길을 걸을 때도 누군가

나를 치고 가거나 부딪히지 않을까 늘

긴장하고 주변을 살피며 걸어야 한다.

뭔가 거리가 너무 가깝다거나

부딪힐 것 같으면 내가 먼저 피하거나

돌아서 가야 하기에.

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의자에 앉는 것도 어딘가에 닿는 것

자체가 자극이기에 통증은 당연하고,

이걸 처음엔 받아들이지 못해

소파에 앉는 것도 꽤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여전히 딱딱하거나 쿠션이 없는 곳에

앉으면 뼈다귀들이 의자나 바닥에

닿아 통증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등받이가 딱딱한 의자는 날개뼈에

엄청난 자극을 주기에 댈 수도 없다.


그치만 오랜 투병 생활 덕분에

그 안에서도 나름의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10분도 못 걷던 내가 10년이 넘게

학원강사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더 재밌는 건 이건 그저 아주 작은

적응 중 하나라는 거?

하루 외출을 하면 하루,이틀은 쉬어야

몸을 다시 움직이기 수월해지고,

추워지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엔

아침에 눈떠서 몸의 방향을 바꾸는 것도

힘들 정도로 근육통도 심해지고

 근육강직이 심해지기에

이 모든 것들을 적응하고 나름의 사는 법을

터득하는 데는 10년은 거 걸린 것 같다.


그래도 이런 나를 나는 참 잘 데리고

살아가고 있으니 기특하고, 감사한 일이다.


국내든 해외든, 함께든 혼자든,

여행도 다니고, 산책도 할 수 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한, 무슨 일이든 10년이면 전문가가

된다는 그 말도 전적으로 공감이 되는 삶이다.

.

.

.

투병일기는 계속됩니다.


[투병의 시작]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다

https://brunch.co.kr/@richjubi/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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