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의 삶

머니 에세이(11) - 성공적인 직장 생활이란

by 리치레몬


돌이켜 보면, 첫 회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내가 왜 촉망(?)받지 못하는 직원인지 스스로 이유를 몰랐다는 것이었다. 특별히 일을 못한 것도 아니고 모나지도 않았고 예의없는 신입사원도 아니었다. 특출난 인재도 아니었지만 크게 부족한 점도 없었고, 무시받을 만한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런지도 잘 모르겠는데 별볼 일 없는 직원이 된 상황이 이상했고 짜증났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인 지금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니 명확하게 알게 됐다. 나는 기본적으로 그 회사에 어울리지 않는 직원이었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구성원이 결코 좋아보일 리 없다. 말하지 않아도 회사를 좋아하지 않는 직원이라는 것은 분명히 티가 났을 것이다.



더군다나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니고, 소장님이라는 절대 1인 권력 체계의 회사였다. 절대 권력을 지닌 상사를 어렵게만 생각해 친숙하게 잘 지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잘 지내려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것이며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자기 할 일만 딱 하는 거 외에는 회사에 대한 이런저런 불만이 많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신입사원을 어떤 회사에서 좋아하겠는가. 잘 보이려는 노력 또한, 보기 싫은 상사 얼굴을 보며 억지로 웃는 것 또한 모두 월급에 포함된 것이었다.



굳이 상사와 회사에 잘 보이려고 나를 낮추고 잘 보여야만 하는 걸 말하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사회인이고 직장인이면, 직장 내에서 여러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 있는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음 달에 집안일로 꼭 써야 하는 비용을 생각하며, 힘껏 펄쩍 뛰려는 자아를 누르고 직장 생활에 적응하려 한다. 누가 그 마음과 행동이 비굴하다고 함부로 말할 것인가.





형식적이라도 상대방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더 사회 생활을 잘하는 것임은 당연한 팩트이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빛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며, 잘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하는 햇병아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사회 생활 10년 차 정도가 됐을 때 깨달았던가.


2G 핸드폰 게임에서 비롯된 시말서 사건 이후, 며칠 고민하다가 이 안온한 둥지(?)를 스스로 날아가기로 결심하였다. 근무한 지 1년이 지났으니 퇴직금도 받을 수 있고, 그간 꾸준하게 모아왔던 돈으로 몇 달 간의 백수 시절은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새 직장을 구하지 않은 채로 첫 회사에서의 1년 몇 개월 간 근무를 마치고 다시 구직활동에 나서게 되었다.

마지막 날 결재를 받으며 내 딴에는 용기를 내서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입을 열어 그간 감사했다는 말을 건넸다. 소장님은 내가 갑작스레 말을 건 순간 정말 놀라셨는지 '아이고 깜짝이야'를 외치더니 인사를 듣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그 회사에서의 마지막이었고, 이후 친하게 지냈던 동기 그리고 선배와는 간간이 연락을 이어가게 된다. 그 회사를 다닐 때는 소장님 얼굴을 보는 게 너무나도 고역이었고 힘들었는데 그만 두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혀졌다.





정시 퇴근하며 잘 집에서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간간이 면접을 보면서 빈둥거리는 나를 엄마는 영 못 마땅해 하셨지만 나도 별 수 없었다. 다행히 두세달 안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업계, 새로운 직장에 재취업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업계로의 취업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한 경쟁 후보자들도 있었는데 운이 좋았던 것이다. 요즘 말로 중고신입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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