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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레몬 Sep 20. 2019

행복이란 무엇인가

오늘은 인생의 마지막 날이다


 전형적인 문과형 사고 방식에 혼자만의 감성 코드까지 갖고 있는 나는 비교적 철이 늦게 든 사람이다. - 물론 여전히 일반적이거나 평균적인 견해를 갖고 있지 않은 소수에 속하기는 하지만 - 하루하루 쫓기듯이 바쁘게 지내왔지만, 당장 닥친 일만 해결했을 뿐이지 정작 인생의 큰 목표와 방향없이 살아왔다는 것을 마흔에 접어들면서 문득 깨닫게 되었다.



 직장 일이 바쁘고 아이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것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내세우기 쉬운 허울좋은 방패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 배경에는 겉으론 그렇지 않은 척 했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모르던 것을 배우는 시도를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소극적이고 용기를 내기 어려운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평생 처음으로 '잘 살아보겠다'라는 마음을 먹고, 본격적으로 재테크를 공부하고, 조금씩이나마 투자를 시작한지 3년차가 되었다. 매 분기마다 작성하고 있는 우리 가정의 재무제표는 완만하지만 꾸준하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큰 부자가 되는 일은 매우 요원하지만, 작은 부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는 것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비단 가시적인 성과가 눈에 보여서는 아니다. 나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언제 어떤 모습일 것이다'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그리면서,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매일 아침 6시에서 6시 반 사이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남편도 아이들도 모두 자고 있을 시간에 조용히 준비를 한다. 더위를 타는 식구들은 여름 내내 방문을 열고 잠이 들었는데, 어제도 그러한 날이었다. 



 추석이 지난 지금은 벌써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하다. 집을 나서기 전에 공기가 좀 서늘한 것 같아 방마다 문을 닫고 나가려는데, 문득 방 안쪽에 깊게 잠들어 있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았다. 늦게 잠들고 아침잠이 더 깊은 올빼미형 남편, 어릴 때부터 낮잠은 죽어라고 안 잤지만 밤에 한 번 잠들면 아침까지 통잠을 잤던 딸, 예민한 영유아 시절 밤새 몇 번씩이나 깨어 나를 힘들게 했던 아들.


 

 사랑하는 가족들이 편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니 문득 코끝이 찡해졌다. 건강하셨던 아버지와 하루 아침에 이별한 경험에서 비롯된 인생 교훈으로, '오늘은 인생의 마지막 날이다'를 인생의 좌우명으로 여기고 살고자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희석됐던 결심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평화롭게 자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

지친 몸으로 퇴근한 밤, 남편이 깨끗하게 정리해 놓은 주방을 보며 느끼는 즐거움.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싶다는 반가운 지인의 연락.



매일 만날 때마다, 잠들기 전마다 하는 아들과의 장난기 가득한 뽀뽀.

찌푸린 얼굴을 한 채로 사무실 책상에서 마시는 한 잔의 휴식같은 커피.

밖에 나왔는데 갑자기 얼굴에 와 닿는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



늘 나를 사랑하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확신.

더 멋진 사람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람.



 이런 일상 속의 소소함도 행복이라면 나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행복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행복은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니다. 행복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허상 속의 개념일수도 있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열심히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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