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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레몬 Jan 05. 2020

글쓰기의 세 가지 좋은 점

2020년, 새해 첫 글의 다짐


2020년에 해야할 일을 계획하면서 브런치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글을 쓰겠다는 항목을 넣었다. 생각해 보면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 무척 기분 좋았다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각 잡고 글 쓰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글을 올리지 않은지 벌써 수개월이 지났다.



이제 브런치에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글을 올리겠다는 다짐을 하였으니 지키기 위해서 꾸준하게 노력할 것이다. 내가 또 결심을 잘 안 해서 문제이지, 한 번 마음먹은 것은 또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라고 게으른 사람들이 흔히 말한다는 것은 물론 잘 알고 있다.)



와서 읽어주는 사람이 많고 호응이 좋으면 물론 훨씬 더 큰 의욕이 생기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묵묵하게 쓰기를 계속하려 한다. 이 정도 뚝심도 없이 작가 지망생이라고 하면 너무 민망한 일 아닐까. 물론 작가가 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다양성과 관계없이 기본적인 글쓰기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브런치에 꾸준하게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일까. 10년이 넘게 네이버 블로거로도 활동하고 있고, 아직까지 블로그에 거의 매일 글을 올리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블로그에 써도 될 것을 왜 굳이 브런치에 써야만 할까. 스스로에게도 물어본 질문이다.



https://angelmia.blog.me/



현재 블로거로서의 지향점이 '글쓰기'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블로그에서는 타인을 위한 정보와 재테크, 미니멀 라이프에 집중하는 기록과 여정을 쌓아보고자 했다. 그러자니 글쓰기 연습을 위해서는 다른 공간이 필요했고,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이 바로 브런치였다.



아직은 낯선 공간이지만 혹시 또 아는가. 브런치에서도 열심히 글을 쌓아가다 보면 나에게도 올해의 작가가 되는 영광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까지는 너무 많이 바라는 것이 맞다...... '보이지 않는 눈치'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글쓰기를 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나에게 글쓰기의 좋은 점을 꼽으라면 세 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1) 글쓰기라는 행위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력하게 주는 매개체이다.


사람마다 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기분이 좋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아주 오래 전부터 글쓰기였고, 어떤 종류의 글이라도 쓰게 되면 은근히 마음이 설레였다. 이런 단어를 넣어볼까, 조사를 이렇게 바꾸면 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데, 라고 생각을 이어가는 희열이 있다.


나는 지금 다른 차원에서 목표한 바가 있어 열심히 그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당분간 그 길을 열심히 뛰겠지만, 결국 외부 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나이든 모습의 내가 가게 될 최종 도착지는 조용히 글을 쓰는 삶일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2)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가끔 오래 전에 썼던 글을 우연히 읽고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이미 브런치를 시작하며 적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사람의 기억이란 너무나도 불완전해서, 생생한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으면 결국 흐릿한 피사체가 된다. 나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조차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된 선택적 기억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체감했던가.



https://brunch.co.kr/@richlemon/2



더군다나 어제 뭘 먹었는지 기억하는 것도 한참이나 생각을 해 봐야 하는, 대한민국 사람 평균 이상의 건망증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적어놓지 않으면 결국 대부분 잊어버리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꾸준한 글쓰기를 계속해야겠다.



3) 혼자서도 우주를 창조할 수 있는 무한한 즐거움에서 시작하고, 그 글이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도 유의미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의미가 있다. 


블로그에 재미를 들여 네이버 육아 부문에서 파워블로거까지 했던 경험이 있다. 돈을 번 것도 아니고, 엄청난 영광을 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 돌이켜 보면 그 때의 나는 미친듯이 외롭고 힘들었던 것 같다.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고 직장까지 다니면서 뭐가 외로웠을까 생각해 보면 이렇다.


혼자 몸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던, 정신 연령은 아직 20대인 만 서른살이 엄마가 되어 끝없는 책임감과 해야할 일들에 눌려 있었다. 직장과 사회 경험으로는 저연차에 속하는지라, 회사에서 경쟁력을 잃고 싶지 않았고 잃으면 도태되는 상황이었다. 그 속에서 시작했던 글쓰기와 소틍은 아이를 키우면서 하나의 출구가 되어 주었다.


글을 쓰면서 나의 자존감과 자아는 전에 없이 단단해졌고, 무조건적으로 그리고 본능적으로 엄마를 사랑하고 원하는 아이들과 매일 포옹하며 사랑받는 소소한 일상이 행복하고 감사했다. 동시에 나의 글을 통해 작은 위안을 얻는다는 고마운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좋아서 했던 글쓰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가.






다시금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해본다. 이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내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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