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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현 Jul 17. 2024

읽상

 어느 술자리에선가 3040 세대에 걸맞게 재테크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비트코인 이야기가 나왔다. 화두를 던진 지인은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적게라도 담아두는 편이 좋겠다는 의견에 대해 비트코인, 가상화폐의 가치에 대해 이해를 못 하고 있다며 화답했다. 그때부터 대화는 소용돌이로 휘말렸다. 중구난방식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짧은 지식만 오가며 취기만 더해졌다. 실물가치가 있는지, 대안이라는 화폐가 왜 금이나 달러 같은 자산의 지수를 추종하는지,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 크다던지, ETF시장으로 편입하는 자산이 대체가능한 화폐로서 기능은 할 수 있는 건지 등등 비트코인에 대한 의구심을 내 멋대로 쏟아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에서 문득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인은 그저 자산 관리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얘기했을 뿐인데 얕은 배경으로 구성한 레퍼토리를 읊으며 논점을 흐리고 무의미한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간 건 나였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 좋은 대화의 첫걸음 아니던가. 잘 듣기 위해선 잘 물어봐야 한다. 잘 묻기 위해선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 달러는 언제까지 기축통화 역할을 해낼까? 그리고 비트코인은 정말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까?


#똑똑한사람은어떻게생각하고질문하는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경청이라는 행위는 생각보다 어렵다. 예전에야 입 닫고 듣기만 하면 되는구나 싶었는데 경청이라는 게 결국 나의 어떠한 반응 행위를 통해 완성된다고 여겨진다. 상대가 할 말을 토하듯 쏟아내는 상황이 아니라면 대화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어느새 직장에서도 질문의 빈도가 답변의 빈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곧 어떤 지시를 하느냐가 되고 이는 내게도 영향을 미친다. 질문이라는 게 참 매서운 게 같은 내용을 혹은 맞는 말조차 어떤 뉘앙스나 표현으로 하느냐에 따라 돌아오는 피드백의 질적 수준이 달라진다. 소크라테스와 오은영 박사를 비교하는 지점이 그래서 와닿는다. 백날 맞는 말만 잘하면 뭐 하나, 독이 들어오고 있는데. 인류사의 레전드급 지성을 갖출 자신이 없다면(그 조차도 비참한 말미를 겪은 걸 생각한다면) 사람들과 잘 어우러지며 살아 나가기 위해 좋은 질문을 잘 해내야 한다.

 몇 해전만 해도 구글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검색을 스마트하게 해야 한다는 팁이 널리 알려졌었는데 어느새 chatGPT 시대로 접어들며 AI와 어떻게 대화를 해야 AI기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팁으로 발전했다. 기술의 발전만큼 질문의 수준도 발전해야 먹을 과실도 발전시킬 수 있다. 대단한 질문 요령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결국 질문이란 더 나은 결론을 찾아내기 위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툴이고, 이를 잘 알아야 상대방의 악독한 질문도 간파하며 맥락을 잘 읽어내야 한다. 이게 잘 안되면 휘둘리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본인이 챙겨야 할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리기 쉽다. 좋은 질문도 잘해야 하지만 나쁜 질문도 잘 알아야 한다.

 매주에 내가 이끄는 조직 내에 한 명의 구성원과 1-on-1을 하고 있다. 팀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팀장과의 소통에 힘을 실었는데 부작용이 왕왕 나타는 현상이 느껴져 반년째 진행하고 있다. 편안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업무 외 내용만 언급하는데 사람마다 다르지만 정적이 흐르는 그림이 자주 나타나다 보니 분위기 전환 용으로 혼자 떠드는 상황이 잦다. 좀 더 영리한 질문을 한다면 내 목소리를 더 줄일 수 있을 텐데 여간 쉽지 않다.

 출퇴근하며 듣는 유튜브 <핑계고>의 계주인 유느님은 항상 게스트에게 관심사가 무엇인지, 쉬는 날엔 보통 무엇을 하는지 등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개인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접근하지 않는 영역이었으나, 답변하는 사람이 알아서 정보 공개 수준을 정할 텐데 괜한 생각이 많았다 싶다. 좋지도 않은 머리를 너무 굴리며 대화의 창도 못 열고 혼자 스탠딩 쇼하는 것보단 대한민국 수다킹의 화법을 따라 하며 대화의 영역을 계속 넓혀볼 심산이다.

2024.6.23


#돈의권력

  이 책을 서점에서 집은 건 오롯이 목차에서 본  소제목 <02 막대한 정부 부채에 대한 오해와 진실> 때문이었다. 미국 정부의 엄청난 부채와 무한히 찍는 달러화에 대한 불신은 비트코인을 키우고 새로운 대세로 만든다는 전제 자체를 부정하는 이 자극적인 단락을 지나칠 수 없었다. S&P글로벌 부회장 출신의 경제학자가 써 내려간 글을 펼치기 전부터 비트코인을 부정하고 기존의 화폐 세계를 뒤집을 수 없다는 주제의식이 뿜어져 나왔다.

 예상대로 결말에서 반전은 없었다. 비트코인은 그저 하나의 투자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실  기대한 결론이고 이를 뒷받침할 저명한 경제학자의 논리가 궁금한 게 우선이었다. 경제학자 출신답게 경제학 이론이 금융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풀어두었는데, 오랜만에 경제학을 톺아보며 정부 부채나 세금정책에 대한 비틀어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제법 재미있다.

 폴 시어드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적자와 금본위를 버린 달러를 쉬지 않고 찍어내도 문제가 없다. 미국의 주가는 나날이 상승하며 밸런스를 맞춰줄 테니, 재정적자와 달러는 그저 인플레이션 관리 용일 뿐이란 이야기다. 유로화를 비웃으며 유럽 외 국가에게도 화폐로 달러에게 덤비지 말라는 약간의 겁박과 함께 미국처럼 화폐를 찍어내지 못하는 국가에 대한 걱정은 조금은 오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니까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열광하지!

2024.07.17


"꼰대"라는 말의 어원이 여럿 있지만 모두 부정적인 배경을 안고 있다. 귀 닫고 입만 여는 것도 꼰대의 특성일 텐데, 내가 점점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입 닫고 빵이나 먹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지갑을 자주 열기엔 너무 비어있기도 하고. 잘 듣고 생각하기 위해 좋은 질문이 필요했고 논쟁 주제였던 달러화의 가치에 대한 주장도 봤으니 이제 비트코인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때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선 이해가 되는데 이게 왜 비트코인으로 이어지는지 몇 해 전부터 이해를 못 했고 어느새 관심이 끊겼다. 몇 년 전 내가 읽은 책 중 엔비디아의 독주를 예상하는 내용이 있던데,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을 다시 돌아본다면 그놈의 껄무새 행위가 줄어들까?


#육아

100일 채웠다. 굴러다닌다. 건강하게 발달하고 있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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