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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종종 아직 본인이 엄마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한다. 현실감이 안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하는데, 그 길고 길었던 임신 기간과 생전 처음 느껴본 고통의 순간을 통해 낳은 아이를 보고도 그렇다니.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속으론 갸우뚱한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이제 잡고 서는 건 일도 아니고, 가끔은 혼자서 두 다리로만 버틴다. 신중한 건지 겁이 많은 건지 발 한쪽을 못 떼 아직 걷지는 않는다. 오밤중엔 침대 울타리를 월담하다가 나자빠졌다. 결국 지출을 감행하며 더 높은 침대 가드로 교체했다. 안전에 타협은 없다. 근데 좀 웃기긴 했다.
며칠 전 이유식을 먹이다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내가 진짜 아버지라는 실감이 파도쳤다. 꽤나 무섭고 살벌한 너울이 일렁였다. 한 숟가락씩 떠먹이며, 단순한 한 끼가 아닌, 앞으로 몇십 년 동안 이 아이가 먹고 살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내 밥도 못 챙기는데, 이 험난한 세상에서 뭐 먹고 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