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의 의심은 관계에 앙금을 남기지만, 신뢰의 명분이 확실한 시스템 안에서 의심과 감시는 오히려 그 신뢰를 지탱하는 동력이 된다. 내가 몸담은 팀과 프로세스도 다르지 않다.
하루 수백억의 금융 거래가 발생하는 환경에서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무책임한 방관이다. 그렇기에 서로를 견제하는 장치를 설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물론 작정하고 달려드는 일탈을 완벽히 막아낼 재간은 없겠으나, 적어도 '내 사람은 그럴 리 없다'는 식의 순진한 맹신은 거두기로 했다.
결국 신뢰하되 끊임없이 의심하는 이 모순된 긴장을 유지하는 것, 그 자체가 조직의 목적이자 시스템의 본질일지 모른다. 흔들리지 않는 신뢰는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니라, 촘촘하게 짜인 의심의 그물 위에서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202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