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갑순이

제1화 어쩜 이리 작고 눈이 예쁜 천사

by 리치만


“수진아,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으쌰~”

수진이는 요크셔테리어 강아지 이름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어디선가 얻어온 강아지인데,

이름을 수진이라고 지으셨다. 그 수진이가 임신을 했고, 지금은 출산 중이었다.


생전 처음 강아지를 키워보는 거라 모든 것이 서툴렀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게 있어서, 동생 노트북으로 강아지 출산에 관한 정보를 읽어가며 수진이 옆을 지키고 있었다.


수진이도 처음이라 그런지 무척 힘들어했다.

옆에는 소독한 가위와 실을 준비해두었다.


수진이가 너무 지쳤는지 뒷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숨을 가쁘게 쉬기 시작했다.

병원에 전화를 하니, 목에서 척추를 따라 마사지하듯 쓰다듬으라고 했다.


“수진아… 이번에 애기 낳고 다신 낳지 말자.”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손에 물을 받아 수진이 입에 대니, 힘없이 물을 핥아 먹기 시작했다.

이윽고 다시 경련이 일었고, 나는 수진이의 몸을 일으켜 목부터 척추까지 손을 천천히 문질렀다.


그러다 수진이의 뒷다리 쪽에서 핑크빛 물주머니가 보였다.

조금 더 힘을 주자 그것이 더 나왔고, 나는 손가락 두 개로 조심스레 빼냈다.

태반에 싸인 새끼 강아지였다.


나는 손톱으로 태반을 찢고, 미리 소독해둔 가위로 탯줄을 잘라 수진이에게 줬다.

수진이는 허겁지겁 그것을 먹었다.

태반에서 나온 아기 강아지가 아주 작게, 천천히 몸을 꿈틀댔다.

나는 아기 강아지의 입에 내 입을 갖다 대고 이물질을 빨아냈다.


세 번 정도 그렇게 하니,

작은 강아지가 입을 벌리고 울기 시작했다.


“삐약삐약”

마치 병아리 같은 울음소리였다.


긴장이 풀리면서 온몸의 힘이 빠졌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드러눕고 말았다.

수진이는 자기 새끼를 달라고 없는 힘을 다해 짖기 시작했다.


“알았어, 요놈아. 안 훔쳐가.”

나는 아기 강아지를 수진이에게 데려다 주었고, 수진이는 곧바로 젖을 물리고 여기저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수진이의 출산을 지켜보며 긴장한 이틀이었다.

그 순간이 오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느새 시간은 오후 6시 10분.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다.


“엄마랑 수영이… 그리고 유진이…”

엄마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엄마!”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수진이는?”

“응, 방금 애기 낳았어.”

“오메? 그래서?”

“탯줄 자르고 수진이한테 줬더니 젖 물리고 있어.”

“아이고야… 암컷이냐 수컷이냐?”


정신이 없어서 그것도 확인을 못 했던 나는, 젖을 먹고 있는 새끼를 들어 확인했다.

예쁜 공주님이었다.


“새끼가 암컷인디?”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 금방 집에 가니까 기다려라~”


동생 수영이는 아마 곧 알아서 올 테고…

나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유진아. 강아지 출산 도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전화 못 받았네.”

“그렇게 기대하더니… 축하해.”

“하하, 고마워.”


적당한 대화를 10분쯤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고, 담배 한 대를 물고 창가로 갔다.

기분이 오묘했다.


곧 엄마와 수영이가 함께 들어왔다.

수진이가 젖을 먹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며 웃었다.


“엄마, 새끼가 젖 떼면 내가 데려가도 되려나?”

“니가 키우려고?”

“말했잖아. 새끼 태어나면 내가 한 마리 데려가겠다고.”

“그럼 젖 떼면 데려가든가 혀.”


아주 오래전부터 강아지를 키우는 게 꿈이었다.

게다가 태어날 때 내가 직접 받았으니, 내가 키우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근데 이름은 지었어?”

“글쎄, 뭐가 좋을까?”

“강아지 이름은 먹는 걸로 지으면 오래 산다는데?”

“그런게 어딨어? 어울리게 지어야지.”

“뭘로 할 건데?”

“갑자기 생각하니까 적당한 이름이 안 떠오르네…”


수진이 품에서 젖을 먹고 있는 새끼 강아지를 바라보며, 문득 몇 달 전 봤던 영화 **‘평양성’**이 떠올랐다.

이문식과 결혼하는 고구려 여전사, 극 중 이름은 갑순이였다.


“얘는 용맹하게 살라고 갑순이라고 부를 거다!”


엄마와 동생은 촌스럽다고 웃었지만,

나는 왠지 그 이름이 좋았다.


아직 눈도 못 뜬 갓난아기, 갑순이.

2012년 1월 3일 오후 6시,

나와 갑순이의 만남이 시작됐다.


며칠 뒤, 서울로 돌아왔고, 2주도 채 되지 않아 동생이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속 갑순이는 눈을 뜨고 있었다.

너무 예뻤다.


“내 새끼… 아빠가 이번 주말에 다시 내려갈게.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