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내가 과연 너를 어떻게 보내?
갑순이의 사망… 믿을 수가 없었다.
수의사의 안내를 받아, 치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갑순이는 입에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아무런 미동 없이 옆으로 뉘여져 있었다.
“갑순아…”
이름을 부르면 항상 크고 맑은 눈으로
내 눈을 바라보던 갑순이였는데,
그날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수의를 보조하던 직원은
알코올로 갑순이의 몸을 닦고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누워 있는 갑순이를
내 품에 끌어안고, 나는 힘없이 오열했다.
“갑순아… 아아… 아빠가 잘못했어.
갑순아… 아…”
아무런 힘 없이 축 늘어진 갑순이.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나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나를
수의사는 일으켜 세워주었고,
같은 공간에 있던 직원들도
나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카운터에 있던 여자 직원이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상자… 필요하세요?”
나는 말없이,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직원이 가져온 상자에
갑순이를 들어서 조심스레 눕혔고,
그 위에 인조 국화 한 송이를 놓아주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신음 같은 울음을 삼키며
그저 울기만 했다.
나는 갑순이가 든 상자를 끌어안고
한 걸음조차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갑순이 이름을 부르면서, 그저 내가 잘못했다고,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가엾은 갑순이를,
나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게 되었다.
내 꼴이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든 상관없었다.
나는 그렇게 아프게, 갑순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수의사는 걱정이 됐는지 나에게 한마디를 해주었다.
“아이를… 이틀 정도는 데리고 있어도 되지만,
그 이후까지는 안 되세요. 제 말뜻 뭔지 아시죠?”
수의사님도 나를 안타까워했는지,
너무 슬픈 얼굴로 나를 타이르고 있었다.
나는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갑순이가 든 상자를 안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10월의 가을 하늘은 너무나 푸르고 높았다.
예쁜 하늘이었다.
어쩌면, 갑순이가 가는 날에
이렇게 하늘이 예뻐서… 다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갑순이 목욕을 마지막으로 시켜주고 싶었다.
살아 있을 때, 목욕을 그렇게나 싫어하던 녀석이었지만…
이젠 떠나보내야 하니까.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씻겨주고 싶었다.
다 씻긴 갑순이를,
드라이기로 정성스럽게 말렸다.
살아 있었다면, 기계 소리에 놀라 도망
다녔을 갑순이다.
하지만… 이젠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드라이를 말리다가
자손이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갑순이가… 오늘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뭐라고? 무슨 일이야?”
“신이… 나의 모든 걸 가져갔어요!! 이럴 순 없어요, 형…”
갑작스러운 소식을 들은 자손이 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한참을 울었고,
형도 한참을 말없이 침묵했다.
“일단… 장례부터 해라. 그대로 둘 순 없잖아.”
“네… 형… 저, 돈 좀 빌려주세요.”
“장례 절차 알아보고, 필요한 돈이랑 계좌 보내.”
스마트폰으로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떨리는 손으로 애견 장례에 관한 것들을 검색했다.
가장 먼저 뜨는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직원은 시간을 예약해 주었고,
화장 장소를 알려주었다.
전화를 끊기 전, 직원이 말했다.
“강아지의 가장 예쁜 사진을 문자로 보내주세요.”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어떤 사진을 보내야 할지 갑자기 혼란이 몰려왔다.
“우리 갑순이… 다 예쁜데…
어떤 걸 줘야 하지…
안 예쁜 사진이 없는데…”
갑순이 사진을 보며 가슴 한쪽이 시려왔고,
목까지 차오르는 답답함에 숨이 막혔다.
하나하나 사진을 넘기다가,
나는 다시 오열하고 말았다.
너무나 갑작스레 찾아온, 비극이었다.
수의사 말대로, 갑순이를 하루나 이틀 더 안고 있다가 보내주고 싶었다.
하지만 갑순이의 몸을 마저 말리려고 손을 댔을 때,
갑순이의 몸에 경직이 오고 있었다.
내 욕심 때문에, 갑순이를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쉽고, 내가 슬프고… 그런 감정들 때문에,
피를 토할지언정 갑순이를 더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순아… 이제 하늘나라 가자…
아빠가 빨리 보내줄게…”
카카오택시 앱을 열고,
예약했던 일산의 동물 화장터를 목적지로 설정해 택시를 불렀다.
10분쯤 지나 도착한 택시.
조심스럽게 택시 문을 열고, 기사님께 말씀드렸다.
“기사님… 우리 강아지가… 이제 막 죽었어요…
아직 뭐, 안 나왔으니까… 흠…
그냥 안고만 있을게요…”
정중히 부탁드렸고,
나이가 지긋한 기사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그러라고 해주셨다.
일산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나는 참을 수 없는 울음을 꺼억꺼억 토해냈다.
“갑순아… 내 새끼… 갑순아…”
화장터에 도착을 했다.
이곳이 갑순이와 작별할 곳이었다.
장례식장 직원은 나를 추모의 방으로 안내했다.
“여기서 애기랑 1시간 정도 이별할 시간을 드릴 거예요.
충분히 작별 인사하시길 바랄게요.”
장례식장 직원은 차분하고 공손하게 말을 한 후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갔다.
추모의 방에는, 갑순이 사진이 인쇄되어
액자에 담겨 있었다.
방 안에는 슬픈 피아노 경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누워 있는 갑순이를 쳐다봤다.
마치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갑순아… 내가 널 어떻게 보내니… 흑…”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으면 금방이라도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세워 내 얼굴을 핥아줄 것 같았다.
믿기지가 않았다. 누군가가 나타나서
몰래카메라였다고 해줬으면 좋겠고,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얽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내 눈앞에 잠든 것처럼 곤히 눈을 감은 갑순이였다.
“갑순아… 너에게 많이 미안해.
이럴 줄 알았으면 시저 많이 줄걸…
많이 혼내서 미안하고, 더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집에 혼자 둔 적도 많아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가엾은 내 새끼…”
갑순이를 안은 채, 나는 방안을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갑순이의 얼굴을 내 얼굴 가까이에 댔다.
부드러운 갑순이의 털이 내 볼에 닿았다.
이대로 보내는 게 미칠 것만 같았다.
나는 방안을, 갑순이를 안은 채 계속해서 돌기만 했다.
돌면서, 눈물이 그쳤다가 다시 흐르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1시간이 흘렀다.
나는 계속 갑순이를 안고 방안을 돌고 있었고,
조심스럽게 문이 열렸다.
직원은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며,
“시간이 더 필요하세요?”
낮은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고,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직원은 다시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천천히 닫았다.
갑순이를 안은 채 방을 계속 돌기만 한 지 20분쯤 지났을 때,
안겨 있는 갑순이의 몸이 더 경직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정말 보내줘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가슴이 찢어진다는 게 이런 거였어…
내 새끼… 갑순아… 다시 만나자…”
문을 살짝 열어보니, 밖에 직원이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직원은 곧바로 갑순이를 안고
화장을 하는 기계 쪽으로 데려갔다.
화장이 이루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방이 있었다.
그곳에서 갑순이가 화장하는 기계로 들어갈 때,
나는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내 새끼야… 갑순아…”
이보다도 고통스러울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