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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스차일드 대저택 Jul 22. 2024

<한국형 가치투자>를 읽고 기억에 남은 '한 가지'

#VIP자산운용 최준철 김민국 #넥슨 김정주 #사람보는 능력

  주말에 VIP자산운용의 최준철, 김민국 대표가 쓴 <한국형 가치투자>를 모두 읽었다.


저자: 최준철,김민국 / 출판: 이콘


  이 책 전에 동 저자는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이라는 책을 20년 전에 출간했었고, 나도 몇 년 전 이 책을 이미 읽었기에 개정증보판(?) 이라고 할 수도 있는 <한국형 가치투자>를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독서를 미루다가 7월 초에 해당 책을 인터파크에서 급 주문하게 되었다. 책을 주문한 이유는 감정적인 이유에서였다. 요 몇 달간 생각보다 투자가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아 멘탈이 좀 흔들렸다. 그 와중에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최준철 대표의 투자 강의를 보게 됐고, 영상보다 텍스트를 통해 배워야 머릿 속에 각인이 잘 될 것 같았다.


  <한국형 가치투자>는 외국 저자들이 쓴 책에 비해 매우 읽기 쉬운 투자서였다. 투자에 대해 고려할 기준 등이 매우 쉽고 명확하게 제시되었고, 최준철, 김민국 대표의 과거 실전 투자 경험도 쓰여 있어 감정이입하며 보기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며 술술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하나 뽑으라면 넥슨의 故 김정주 창업자 일화이다.



우리 회사의 창립 주주였던 故김정주 창업자에게 2004년쯤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저희가 보기에 네이버(당시 NHN)는 다소 고평가인 거 같은데 많은 양의 주식을 계속 보유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그의 대답은 이랬다. "난 네이버의 미래를 모르지만 그냥 해진이를 믿어. 뭘 해도 잘할 무서운 친구야. 난 그냥 묻어가면 돼".

<한국형 가치투자> 91쪽 中


  워런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많은 주주가 버크셔를 2가지 관점으로 투자한다고 말하였다.


  1.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를 '믿고' 투자하는 방식


  2. 버크셔 해서웨이 회계를 '분석' 하여 투자하는 방식


  2004년 당시, 넥슨의 김정주 창업자는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이라는 '사람'을 '믿고' 투자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나는 주식 투자를 할 때 투자자가 스스로 기업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회계 이해 능력, 해석 능력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회계 능력이 없으면 기업의 가치와 정량적 변화를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계적 능력보다 더욱 중요한 것을 '한 가지' 뽑으라면 '사람' 보는 능력이다. 사람 보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지만 정량적으로 쌓이지 않는 능력이다. 충분한 경험과 세월이 누적돼야 조금씩 쌓이는 깊은 능력이다.


  2004년 당시, 김정주 창업자는 본인도 직접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사업가로서 사람 보는 능력이 깊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회계적 판단으로는 고평가되었을 네이버라는 기업에 계속 투자를 유지했던 것이다.


  2004년 12월 말, 당시 네이버는 주 당 7,600원 대였다. 현재 네이버가 고점 대비 많이 하락했음에도 주 당 170,000원 대를 형성하고 있으니 20년 전 고점이라고 생각되는 시점부터 20년을 투자했어도 수익률은 2,000%를 넘는다.



  물론, 장기간 수익률은 투자에서 매우 중요하겠지만, 여기서 감명 깊은 점은 네이버를 미래가 아니라 이해진라는 사람을 믿어 준 김정주의 관점이다.


  주식 투자를 진행하다보면 주가 시세표에 매몰될 때가 많고, 회계적 숫자에만 초점을 맞출 때가 있다. 이럴 때면 반드시 한번 더 생각해보는 관점의 묘가 필요하다고 반성하게 된다. 주식의 본질은 기업이며 기업은 경영자와 임직원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실체라는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떤 신념을 갖고 일관되게 기업을 운영하는지를 생각한다면, 지금은 해당 기업이 침체되거나 시장에서 소외됐을 지라도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경영진이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기업을 운영해나간다면 당장은 주가가 부진하고 기업 실적에 원하는 숫자가 발표되지 않더라도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회복하여 전 실적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시장의 당장 수혜주에 집중하기보다 지금은 소외됐지만 기업의 경영진과 직원을 믿고 계속 투자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테리 스미스가 말한 것 처럼 '훌륭한 기업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사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의 투자 철학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꾸준히 독서를 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통해 훌륭한 기업을 선별하는 연습,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사는 전략,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매우 오래 보유하는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가치 투자의 실전 경험을 간접 체험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한국형 가치투자>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책을 읽는다고 투자 능력이 단숨에 올라가지는 않겠지만, 분명 하나의 경험을 쌓는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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