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 #종의 기원 리뷰 #반도체 역사 #통찰력 기르기
오늘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고 든 생각을 공유합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읽기는 2025년 저의 고전 읽기 목록 중 하나입니다.
<총, 균, 쇠>보다 <종의 기원>을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종의 기원>을 아직 다 읽지 못하였습니다.
찰스 다윈은 만연체로 <종의 기원>을 진화 생물학 지식을 책으로 서술하여 21세기 평범한 독자인 저의 가독성을 떨어뜨리네요.
하지만, 여전히 찰스 다윈의 진화론은 생각의 틀을 확장시키는 강력한 도구이기에 <종의 기원> 읽기는 계속됩니다.
이번에 읽은 13장의 제목은 '유기체들의 상호 유연관계, 형태학, 발생학, 흔적 기관'입니다.
제목은 난해하지만,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진화의 점진성과 장구한 시간
종의 변화는 한 세대에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점진적으로 누적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인간의 관점에서 '오랜 세월'은 기껏해야 생의 마지노선인 100년, 혹은 기원후인 2000년, 혹은 단군 이래의 4000년 정도입니다.
종의 변화 관점에서 오랜 세월은 최소 수백만 년에서 수억 년입니다.
인간 종이 원숭이와 분리되어 나온 게 750만 년 전입니다.
그전까지 인간과 원숭이, 침팬지는 같은 종에 불과하였습니다.
2. 공통 조상과 계통수(phylogenetic tree)의 관점
자연스럽게 논의는 모든 생명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음을 강조합니다.
창조론의 시각에서 보면, 처음부터 신이 모든 생명체를 완벽하게 창조하였기 때문에 생명체의 각종 기관에는 군더더기가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생명체를 관찰하면 과거에는 기능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는 흔적만 있는 흔적 기관이 보입니다.
(흔적 기관의 예: 남성의 유두, 인간의 꼬리뼈, 뱀의 다리 흔적, 날지 못하는 딱정벌레의 날개 흔적 등)
진화론의 관점에서 생명체의 계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공통 조상이 나옵니다.
인간과 침팬지, 원숭이의 계통을 거슬러 올라가니 공통 조상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원숭이는 꼬리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의 꼬리뼈의 흔적은 납득이 됩니다.
계통 체계를 더욱 오래전으로 올라간다면 인간과 두더지, 말, 돌고래, 박쥐의 공통 조상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움켜쥘 수 있게 만들어진 인간의 손, 땅을 팔 수 있게 만들어진 두더지의 앞다리, 말의 다리, 알락돌고래의 지느러미, 그리고 박쥐의 날개가 모두 동일한 패턴으로 구축되었고, 서로 상응하는 위치에 동일한 골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이 과연 있겠는가?
찰스 다윈 <종의 기원> 13장 中
다윈이 자연 분류 체계에서 '계통'을 강조한 것은 매우 혁신적인 생각입니다.
다윈 이전의 박물학자들은 생물들을 형태적 유사성에 따라 분류했지만, 단순 유사성만으로는 '왜 이런 그룹이 생기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그저 인위적이 아니라 자연에 내재한 진짜 질서가 있을 것이다'라는 막연한 믿음만 있었을 뿐이죠.
다윈은 '계통'을 통해 단순히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계통적 역사에 대한 개념을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제시합니다.
<종의 기원>을 쓸 당시에는 멘델의 유전 법칙이나 현대의 DNA 비교를 통한 진화 계통수를 그리기 전이었기 때문에 다윈의 생각이 참 혁신적입니다.
다윈의 진화론, 그중에서도 계통에 대한 개념은 지금의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과거 반도체의 역사를 기술한 책 <칩워>를 보면 반도체의 역사는 미국 군사 무기의 역사에서 시작됩니다.
정밀 타격 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연산칩이 민간으로 확장되면서 인텔이 반도체의 초기 왕으로 떠오릅니다.
설계와 제조를 모두 맡았던 인텔이 제조비를 절감하기 위해 당시 저렴한 노동력의 아시아에 공장을 이전하면서 홍콩과 일본이 반도체 기술을 전수받습니다.
일본이 반도체 기술을 전수받아 반도체의 두 번째 왕으로 떠오르자 한국은 일본의 반도체 기술을 가져와 메모리칩의 왕좌를 가져오며 종합 반도체 삼성전자의 반도체 역사가 시작됩니다.
한편, 1980년대 대만 정부의 지원 아래 대만 UMC와 TSMC는 반도체 설계와 메모리 반도체 제작을 제외하고 파운드리 집중 전략을 선택합니다.
TSMC의 설립자인 모리스창이 미국 반도체 기업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최고 경영진에서 밀림으로써 TSMC가 설립되니, 어찌 보면 TSMC의 역사는 미국 반도체 산업의 방계 역사라 해석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2025년 현재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까지...
각국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다윈의 '계통수'로 타고 올라가면 아시아 반도체 국가들은 어느 지점에서 공통 조상(혹은 연결점)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반도체 산업의 투자에 있어 대한민국 반도체만을 고집하는 것이 효율적인 의사결정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산업에 속하는 기업만으로 시야를 좁혔었습니다.
현재에는 관점의 확장에 따라 글로벌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의 우위와 열위에 대해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산업에 대해 감정적으로 응원하지만, 이성적으로 규모의 투자금을 집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가족의 돈을 투자하는 입장에서 좁은 시야의 감정적 투자는 함정에 빠질 확률을 높일 뿐입니다.
돌고 돌았지만,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13장의 계통에 대한 관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는 생각 도구입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결국 규모가 가장 큰 단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업이 지속 가능하기 쉽습니다.
그 시장이 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시장이라고 생각하며, 글로벌 관점의 투자는 감정적으로 국가를 나누고 투자 대상 국가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관점에서 강력한 우위가 있다면 한국의 기업, 미국의 기업, 일본, 대만, 중국, 유럽 어느 국가에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19세기를 살았던 찰스 다윈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좋은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감사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진심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흘러간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당신은 행동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