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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Feb 16. 2021

깊이 읽기의 중요성

매리언 울프, 다시 책으로

매리언 울프는 전작인《책 읽는 뇌》에서 청소년의 읽는 뇌 회로가 디지털 매체에 의해 어떻게 변형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었다. 《다시, 책으로》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울프는 디지털 경험에 함몰되면 깊이 읽기를 구성하는 비판적 사고나 개인적 성찰, 상상, 공감 같은 보다 느린 인지 과정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말하기는 유전자들이 관여하지만 읽기는 스스로 읽기 능력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읽기는 배워야 한다. 즉, 기본적인 과정과 기본적이지 않는 과정을 복합적이고 종합적으로 계발·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읽기는 읽는 대상(특정한 쓰기 체계와 내용)과 읽는 방법(인쇄 혹은 스크린 같은 매체), 읽기의 형성과정(교육)이라는 환경 요인의 영양을 받는다.


읽기는 인간이 자신으로부터 풀려나 타인에게로 옮겨가는 일이다. 타인의 관점을 취해봄으로써 우리가 지닌 공감의 감각이 방금 읽은 것과 연결될 뿐만 아니라 세계에 관한 우리 내면의 지식까지 넓어진다. 셰리 터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젊은이들의 공감 능력이 40퍼센트 감소했다고 한다. 온라인 세상을 항해하느라 현실 속의 대면 관계를 희생시킨 것이 공감능력을 급감시켰다고 해석한다. 기술이 사람들의 거리를 만들고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개인 정체성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생각까지 바뀌고 있다. 깊이 읽기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추세에 맞서는 해독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깊이 읽기는 우리가 아는 것을 읽는 것에, 읽는 것을 느끼는 것에, 느끼는 것을 생각하는 것에, 생각하는 것을 삶의 방식에 연결 짓는다.


과잉 연결 시대에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첫째, 단순화한다. 둘째, 정보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한다. 보다 압축된 형태로 더욱 많이 읽는다. 셋째, 선별한다. 우리는 알아야 할 필요와 시간 절약의 필요 사이에 은밀한 거래를 시작한다. 나오미 배런의 연구에 따르면 종이책으로 읽은 학생들이 디지털 화면으로 읽은 학생들보다 줄거리를 시간 순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많은 연구팀의 연구결과에서 디지털 화면이라는 매체 특성상 훑어보기와 건너뛰기 그리고 대충 읽기가 내재되어 구체성과 공간성의 결여와 관계있다고 추정한다.


자신의 읽기 생활에 대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혹시 글을 읽을 때 주의력이 예전보다 못하다고 느끼나요? 스크린으로 읽을 때 점점 핵심 단어만 찾아 읽고 나머지는 건너뛰나요? 읽기 자아에서 끌어오는 자신의 존재를 감싸는 즐거움을 찾기 어려운가요? 길고 어려운 글이나 책을 읽어나갈 뇌의 인내심이 예전과 다른가요?


저자는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매일 똑같은 시간을 내서 젊은 시절에 좋아했고, 언어학적으로 어려워 이해하기 힘든 소설을 읽는다. 관찰 결과 책을 아주 빠르게 겉핥기 식으로 읽고 있고, 너무 빨리 읽는 바람에 문장의 깊은 층위들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계속 앞으로 되돌아가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는다. 문장마다 들어오는 구와 절의 수도 참지 못한다. 결국 저자는 온라인 읽기 방식 안에 무의식 중에 익숙해져서 모든 읽기로 옮겨갔다는 말합니다.


저자는 좋은 독자의 삶을 관조적 독서의 삶이라고 제안한다. 우리는 읽고 있는 장르가 무엇이든 완전히 보이지 않는 개인적인 영역, 즉 우리의 사적인 '해저'로 진입해야 한다. 끊임없이 효율성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반성적 능력을 돌봐야 한다. 목적이 뭔지 모른 채 그저 '시간을 벌려고'하고, 결코 지식이 되지 못할 정보에 빠져서 주의집중의 시간이 줄어드는가 하면, 지식은 점점 조작적이고 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지혜에 이르지 못한다. 우리는 추론적, 비판적 분석에 시간을 할애하고 우리가 읽은 정보를 지식으로 바꾸어 기억 속에 다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역으로 이런 내면화된 지식을 통해야만 우리는 새로운 정보에서 유사점을 끌어내고 추론도 할 수 있다.


우리읽는 목적과 읽는 매체에 따라 읽기의 방법을 달리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저자는 디지털 읽기에 익숙해져서 모든 읽기가 디지털 읽기 방식으로 변화될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 원리를 적용하여 우리가 익힌 읽기 능력도 잃을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읽는 사람으로서, 쓰는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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