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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Apr 04. 2021

자기표현, 훈련이 필요해

전훈, 나를 표현하는 연습

대학교 1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연극학 개론 수업을 들었다. 기말시험은 조를 편성해서 극본을 만들고 연극을 하는 것이다. 어찌하다 보니 우리 조는 신입 여학생 4명과 예비역 선배 4명으로 구성되었다. 시작부터 막막하고 난감했다. 어떤 이야기로 극을 만들까 회의를 했는데 한 선배가 강하게 정치풍자를 하자고 했고, 우리 동기들은 주제가 너무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다. 몇 번의 회의를 거쳐 정한 내용은 담배를 끊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남자는 금연 상담소에 찾아가 담배를 끊고 싶다고 상담을 한다. 그곳에서는 당신이 담배를 끊는 방법을 도와주지는 않지만 끊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길 거라고 경고한다. 어느 날 남자가 담배를 참다못해 피우게 되는 데 다음날 아내가 늙어졌다는 이야기이다. 아무도 아내 역할을 안 한다고 해서 내가 연기를 하게 되었는데 나름 연습하면서 연기가 재미있었고, 함께 연극을 준비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 조는 각자의 몫을 잘 해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회생활하면서 가끔 연극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떤 인물이 되어 보는 건 참 매력적이다. 연기이긴 하지만 그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내 안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일정기간 동안 협업을 하는 과정도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다. 회사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봤지만 때로는 직접 몸을 움직이는 연극이나 합주를 해보고 싶다. 30대 초반까지는 연극동호회를 찾아보고 몇 번의 시도를 했었는데 결국 그러다가 잊고 지낸 지 오래되었다.


전훈의 《나를 표현하는 연습》이라는 책이 있다. 오랫동안 연기 지도를 하신 작가는 "연기 훈련이 일상에서도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이끌어 내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며, 일반인에게도 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연기 훈련은 실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표현방식을 생생한 것으로 바꾸어 놓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자기가 느낀 감정을 표정으로 말로 잘 표현하고 있을까. 지금보다 좀 더 잘 표현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표현의 기술을 익히면 좋을 듯하다. 


1. 집중하려면 힘부터 빼라.

집중은 긴장이 아니라 이완이고, 비우는 것이다. 명상이나 요가를 하는 것은 정신을 맑게 하고 잡생각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마음을 비워 집중력을 채우는 훈련이다. 인생의 무대 위에 집중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때 집중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긴장 풀기라는 것을 기억해 두자.



1) 마리오네트 되기: 

당신이 마리오네트 인형이라고 상상한다. 그러고 나서 몇 초가 지나면 하나씩 줄이 끊어지면서 마리오네트 인형이 흐느적거린다. 상상을 하면서 실제 팔을 올렸다가 내린다. 팔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줄에 매달려 긴장된 상태였다가 끊겨서 이완된 느낌을 갖는다.

2) 허밍:

두성을 이용한 긴장 풀기 방법이다. 입을 다물고 "흠~"소리를 낸다. 다양한 음을 내고 다양한 볼륨으로 소리를 낸다. 어느 순간 입을 벌려 "아~"소리는 낸다. 목에 무리가지 않고 허파에서 머리로 소리가 울리면 성공한 것이다.


2. 머리 위, 상상 속 조명을 탁!(집중의 원)

집중의 원은 집중해야 하는 구체적인 대상으로 중신으로 하나의 원을 그려 그 영역에 집중하는 훈련이다. 처음에는 원을 작게 그려서 구체적인 대상을 담는 정도로 집중하다가 점점 원을 넓게 그려나가면서 집중의 영역을 넓혀나간다. 


3. 배우는 상대의 말을 본다(시선 훈련)

인관관계의 기본은 대화다. 대화의 기본은 경청인데 경청은 귀를 여는 것뿐만 아니라 눈을 보는 것이 포함된 개념이다. 눈 마주침과 귀 기울이기는 한쌍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다고 표현하지 말고 본다고 표현하자.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제대로 들어보자.


4. 목소리(발성과 발음)

발성 훈련을 위해 성악곡을 부르면 좋다. 성악 발성의 핵심은 호흡, 성대, 공명이다. 발성을 책임지는 기관이 폐라면 발음을 책임지는 기관은 턱, 혀, 입술이다. 즉 근육을 써야 한다. 발음 교정에 효과적인 방법은 "코르크 물고 책 읽기"이다. 조금씩 자주 하다 보면 또박또박 말하게 된다. 또 한 가지 팁은 명사만이라도 크고 정확하게 발음하면 의미가 보다 선명해진다. 일상생활에서 대화할 때 의식적으로 명사를 강조하여 말해보자.


5. 말하기의 기본원칙부터 지키자(화술)

말을 할 때 내가 말하고 싶은 대로가 아닌 상대가 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말을 하자. 말하기 기본원칙을 이야기하면 뉴스 캐스터처럼 사실만 전달하는 것에 그친다. 하지만 대화를 사실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덧붙여 내 입장과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5W1H1D(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 결과 )+ 내입장과 감정을 전달

지난 일요일/ 공원에서 / 내 친구가/  자전거를 / 새로 사귄 여자 친구 앞에서 재주를 부린다고 / 두 손을 놓고 타가다/ 가로수에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대


"오랜만에 사귄 여자 친군데 얼마나 굴욕이었겠어. 재주 대신 가로수와 단독 충돌 사고라니".


6. 되고 싶은 나 표현하기(Magic if)

우리는 종종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고 싶다. 건강한 모방 본능은 얼마든지 자신을 해방 시킬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인간에게는 모방 본능이 있어서 이를 통해 학습을 하고 즐거움을 느낀다"라고 주장했다. 내가 만약 OO라면(Magic if)은 우리의 생활에 활력을 주고, 성격을 바꾸게 하며 목표를 이루게 해 줄 수 있다.


1) 질문하기

지금과 다른 나를 발견하기 위해 동경하는 사람이나 선망의 대상을 놓고 '내가 만약 A라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상상해 보자.


2) 답하기

하나는 내 안의 여러 '나' 중에서 현실에 억압된 '나'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자유로운 '나'가 상상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동경하는 인물에 대해  관찰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상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P감독은 동경하는 이소룡의 영화를 모두 찾아보고 그의 생애를 공부하며 그와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 방법을 정하고 실천했다.


3) 행동하기

상상을 통해 그 인물이 되도록 도와줄 적합한 행동을 선택했다면 그것을 미루지 말고 실천해야 한다. 매일 상상하고 매일 그 인물이 되도록 도와줄 행동을 선택하고, 매일 행동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마치 당신이 그 인물이 된 듯 행동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 인생에 내가 원하는 새로운 배역을 맡을 수 있는 방법이다.





* 상단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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