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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Apr 01. 2021

거짓말의 단상

전성희, 거짓말 학교

오늘은 믿기지 않지만 벌써 4월 1일이다. 만우절이지만 특별한 거짓말 이벤트는 없었다. 회사 동료의 노트북이 또 버벅대다가 먹통이 되었다. 이번에는 안 되겠다 싶어 PC지원실에 노트북 교체 대상이지 않을까 문의를 한다. 담당자는 회사 동료의 노트북이 최신형이라서 교체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혹시 만우절이라 거짓말하는 거 아냐?" 하면 반문했다. 내가 노트북을 교체받은 게  이미 3년이 되었고, 그녀의 노트북은 내 노트북보다 더 오래된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만우절을 상기했지만 이야기가 더 나아가지는 않았다.


 "거짓말하면 거짓쟁이야". 작년에 우리 딸이 내뱉은 말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거짓쟁이?'가 뭐지 의아했다. 딸이 잘못 들어서 얘기했나 싶었는데.... 검색해 보니 "거짓쟁이"라는 트로트가 있다. 가사는 이렇다. "다 거짓말이야..... 영원하자 했니 이 나쁜 거짓쟁이야". 우리 딸이 '거짓쟁이'를 알게 된 출처는 할머니였다.


거짓말을 배우는  학교가 있다면 어떨까. 전성희의 청소년 소설 《거짓말 학교》는 세계를 뒤흔들고, 새 역사를 만들고 그런 위대한 거짓말을 배우는 학교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학교가 주는 특혜에 많고, 졸업 후에는 무조건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한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중에 인상 깊었던 대목을 소개한다.


<거짓말로 성공을 이루는 방법>

우리 회사는 약이 아닌 두려움을 판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흔한 현상들을 치명적인 질병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겁니다. 예를 들면, 부끄럼 잘 타는 것에 '사회 공포증'이라는 전문용어를 붙이면 정말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하고 산만한 사람에게 '주의력결핍장애'라는 질환을 앓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하면 가볍게 넘길 사람이 몇이나 될 까여? (중략) 바로 이런 걱정과 두려움이 의약품의 매출로 이어지는 겁니다.


<정치가들이 위기를 모면하는 7단계 전략>


1단계: 사태를 전면 부인한다.


2단계: 사실은 그러하나 이것은 다른 문제라고 사태를 새롭게 해석한다.


3단계: 사실은 그러하나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간혹 알려지지 않은 누군가가 책임자로 몰려 문책을 당하기도 한다.)


4단계: 이 모든 사태는 이번 경우에는 옳은 일이었으며, 최소한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5단계: 비록 사태에 연루되어 있지만, 자신이 원했던 일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6단계: 이 모든 사태는 어쩔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였다고 주장한다.


7단계: 앞 단계의 모든 사항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 사죄한다.

(사죄 부분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진정한 사죄가 아니라 거짓말을 완성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거짓말 학교》는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는 네 명의 친구들, 밀고자를 찾기 위해 아이들을 분열시키는 교장, 아이들이 믿었던 진실학 선생님에 대한 의문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소설은 마지막까지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때로는 거짓말이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향할 수 있다. 내가 원해서 한 일이 사실은 나 자신을 속이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면을 이따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 상단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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