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다

일단 내려놓기

by 책심

내려놓는다

이영광


역도 선수는 든다

비장하고 괴로운 얼굴로

숨을 끊고,

일단은 들어야 하지만

불끈, 들어올린 다음 부들부들

부동자세로 버티는 건

선수에게도 힘든 일이지만, 희한하게

힘이 남아돌아도 절대로 더 버티는 법이 없다

모든 역도 선수들은 현명하다

내려놓는다

제 몸의 몇배나 되는 무게를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텅!

그것 참, 후련하게 잘 내려놓는다

저렇게 환한 얼굴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처음에는 무릎부터 신호가 오더니 팔다리 안 아픈 곳이 없다. 감기몸살인듯하다. 남편에게 부탁해 감기약을 사다 달라고 했다. 말로만 듣던 판피린을 사 왔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먹어본 건 처음이다. 흑백 CF에서 "감기 조심하세요~"를 외치던 이 감기약은 60년이 가까이 된 동아제약의 장수 브랜드라고 한다. 판피린은 어원은 통증(pain)의 pan, 열(pyrexia)의 pyr에 어미 in을 조합한 말로, 통증과 열에 탁월한 감기약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요일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보내다니 아쉽기도 하고, 평소에 몸 관리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반성도 든다. 세상의 무게를 다 짊어진 듯한 무게감에 하루 종일 이영광의〈내려놓는다〉의 시가 계속 생각났다. 후련하게 '텅'하고 내려놓고 싶다. 일단 쉬자.



*상단 이미지: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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