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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Jan 17. 2021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매일, 매월 혹은 매년 신문지상에 인간의 사악함이 빚어낸 가장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소식이 실리지 않을 때가 없다.(...) 처음 줄부터 끝줄까지, 모든 신문들은 공포에 질릴 만한 소식 투성이다. 군주들, 국가들, 사적 개인들이 저지른 온갖 전쟁, 범죄, 절도, 호색, 고문, 사악한 행위, 온 세상에 판치는 잔악 행위 등. 문명화된 인간은 매일 이 메스꺼운 전채로 아침식의 식욕을 돋운다”(p.155).     


1860년대 초 프랑스 보들레르가 자신의 일기에 적은 기록이다. 2021년을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휴대폰을 통해 쉴 새 없이 충격적인 소식들을 접한다. 사람은 지나친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분별력이 무뎌지거나 감각이 옅어질 수 있다. 최신 기술은 우리가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끊임없이 그런 소식들을 제공한다.    

 

수전 손택은 에세이 작가이자 예술평론가, 연출가, 문화비평가, 사회운동가 등으로 끊임없이 변신해 가며 새로운 문화 스타일과 감수성의 도래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그녀는 ‘예술에 온 정신이 팔린 심미가’이자 ‘열렬한 실천가’로 불리기를 원했다. 《타인의 고통》은 전쟁과 재앙을 재현한 이미지의 역사(회화, 사진, 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접하는 이미지가 실제 현실과는 거리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점심시간에 직장동료들과 밥을 먹으러 간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텔레비전 화면 속에 폭격에 두 다리와 한쪽 귀를 잃은 소년이 울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는 그 뉴스를 보고 가슴이 아프고 탄식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음식이 나오면 모두들 금세 잊어버린다. 음식에 집중하고 김치나 반찬을 더 달라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전쟁은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연민은 변하기 쉬운 감정이고,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감정은  시들해진다(p.153). 소설 《아몬드》에서도 공감능력이 없는 윤재가  부분을 언급한다. “멀면  대로   있는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느껴도 행동하지 않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어버린다며 그건 진짜가 아니라고 .

  

감정은 추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구체적이다. 현실적으로 그들이 겪었던 일들을 전혀 겪어 본 적이 없는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연민’의 감정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는 연루되어 있지 않다는 무고함도 증명해 준다(154쪽). 따라서 작가는 우리가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하고,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푸는 일을 그만두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에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되는 순간이 있다. 자신의 눈 앞에서 사건을 목도했을 때 자신이 느낀 감정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행동한다.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고를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는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 상단 이미지 출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5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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