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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Jan 16. 2021

작사가에게 배우는 글쓰기

SBS 방송,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

금요일 밤은 일주일 중 가장 여유롭다. 아이는 일찍 자고 글쓰기도 끝냈고 맥주 한잔 마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 맥주 한 캔을 컵에 담고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0번부터 50번까지 눌러본다. 언제부터인지 채널을 50번까지는 눌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중간에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우선 50번까지는 가본 다음 다시 돌아가야 한다. 보통은 내가 선택한 채널은 뒷 번호일 가능성이 높다. 드라마《철인왕후》재방송을 한다. 몇 번 봤는데 남녀 주인공 캐릭터가 참 웃기고 재미있다. 9회와 10회를 다 보고 난 후에도 잠을 자기가 아쉽다. 이번에는 채널을 앞으로 누른다. 끝까지 가보고 볼 게 없으면 자는 걸로.


SBS에서《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를 재방송한다. 발라드 편으로 추억의 노래들이 나온다. 90년대 작사가 박주연의 인터뷰를 보면서 글쓰기에 적용해 보면 좋을 방법을 정리해 본다.


작사가 박주연은 90년대 대표 작곡가로 변진섭《너에게로 또다시》, 윤종신 《오래전 그날》, 임창정 《그때 또다시》등 수많은 히트곡을 작사하였다. 그녀는 "한 편의 영화가 그려지는 노랫말과 특유의 감성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발라드의 스토리를 완성하고, 발라드 붐을 이끈 최고의 작사가"이다.


1. 그녀의 감성

그녀는 중학생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장을 뒤져보면 비슷한 상황들이 꼭 있고 일기장을 보면서 가사를 쓰면 그 마음이 확 다가온다고 한다. 그녀의 가사는 상황이 그림처럼 보인다.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던 너/ 그때가 너도 가끔 생각나니"


최근의 글쓰기를 하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 기분, 느낌을 표현하는 게 서툴고 어려워한다고 느꼈다. 사실 일기를 써 본 것도 아주 오래전 일이고,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글로 써보려고 했던 시도도 없었다. 일기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행위이다.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다른 사람이 어법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수필을 자주 읽고, 좋은 감정 표현을 필사해 보기로 했다. 요즈음 김소연의《마음사전》을 읽고 그녀의 어법을 배우고 있다.


2. 준비된 단어들

작곡가가 양보 못하는 멜로디와 숫자가 있다. 그녀는 그걸 대비해서 비슷한 단어를 미리 준비한다. 예를 들면 갑자기와 비슷한 말로 불현듯, 문득 등을 분류해 놓고 멜로디에 맞는 단어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글쓰기 강의를 보면 사전을 자주 찾아보라는 이야기를 한다. 나도 최근에는 글을 쓸 때 단어를 의식적으로 찾아본다. 네이버 사전에는 단어를 검색하면 유의어가 나온다. 유의어도 단어마다 뉘앙스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적확한 단어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국어사전ⓒ 네이버



3. 가사는 손글씨로

워드로 글을 쓰면 백스페이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지워버린다. 그렇게 되면 내가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를 살펴볼 수 없다. 가사를 쓸 때 지운 글들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전체적인 글을 이어나간다. 그래서 가사는 꼭 손글씨로 쓴다.


글을 쓰다 보면 손이 글의 감각을 안다. 손글씨로 쓰는 것도 좋지만 사람마다 편한 방식은 다를 수 있다. 나는 손글씨보다는 워드로 글을 쓰는 것이 더 잘 써진다. 흰 바탕에 글들을 쭉 나열해 보고 묶어 보기도 하고, 지워보기도 하면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해 나간다. 백스페이스로 날려버린 문장들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박주연 작사가의 이야기를 통해 백스페이스로 날려버린 글을 다시 살펴볼 필요를 느낀다. 워드에서 직접 취소선을 그어봐도 좋고, 워드의 기능 중에 "변경내용 추적"을 사용해도 좋다. 이 방법을 써보면 날려버린 글 중에서 되살려야 하는 문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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