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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 Sep 03. 2018

0. 발리에서 생각한 '어떻게 살 것인가'

아니, 도대체 뭐하고 살아야 하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나서

 지난달에 발리에 다녀왔다. 다녀온 정도가 아니라, 발리에서 한 달을 살았다. 온지는 일주일도 되지 않았고 감기라는 상사병에 걸려 고생 중이다. 뭐 여하튼 오늘의 주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발리에서 혼자 한 달 살기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앞으로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 혼자 고민하는 시간을 거창하게 가지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이 책을 들고 발리로 떠났고, 3일 전에 돌아왔다. 


떠나는 날 찍었던 사진. 설렘이 가득했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원해서 읽은 책이었지만 역시나, 책이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대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알려준다. 어떤 고민을 해야 하며, 내 삶에 어떤 것이 우선시되어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어떤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지 설명한다.


 유시민 작가님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결국 스스로가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스스로 고민을 하기가 귀찮아서 혹은 싫어서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는 소위 답정너 책을 원했던 거 같다. 그리고 유사한 시기에 있는 많은 친구들 또한 나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작가님은 이런 우리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책 초반부에 너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는 너 스스로가 고민하고 주체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 말씀하신다.


 삶 전반에 있어서 주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다음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주제인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에 국한시켜 말하자면, 내가 고민해야 하는 기준은 '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인가'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일을 하고 난 결과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이 아니라, 과정 속의 즐거움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결과에서는 어떤 일에서든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과정 속의 즐거움은 완벽히 다르다. 그리고 책에서는 그것이 제 1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너무 자주 듣기 때문인지 이것이 1순위가 아니라 생각해서인지, 너무 당연한 말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잊고 직업을 결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발리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사람들이 즐거워 보였기 때문이다. 전혀 급한 구석이 없다. 여유로우며 미소를 잃지 않고 어딜 가나 친절하다.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들의 삶에는 행복이 가득해 보였다. 그러나 내가 사는 이 서울이라는 곳은 굉장히 다르다. 일을 한다는 것이 행복하기는커녕 마음에 들지 않으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마지막에 머물렀던 숙소에서 친해진 부부 스탭들. 역시 행복해 보였다.


 내가 자주 갔었던 서핑보드 대여샵 주인장 잭 아저씨는 호주에도 잠깐 살았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호주에서는 페이가 굉장히 세다. 그리고 잭은 실력이 좋은 서퍼이기 때문에 거기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쉬웠다고 했다. "근데 왜 돌아왔어요? 발리에서 돈을 더 많이 벌어요?"라고 물어보니 "아니 여기가 훨씬 더 적게 벌어. 근데 거긴 여기랑 너무 달라!"라고 했다. 그곳은 발리와 달리 평안하지 않고 편안하지 않다고 했다. 아마 서울이 더 심하면 심했지 비슷하지 않았을까.


 귀국하는 날 공항으로 돌아가기 위해 탔던 그랩 택시 기사 아저씨도 비슷 말을 하셨다. 그는 젊을 적에 미국으로 가서 뱃일을 하셨다고 했다. 돈을 굉장히 많이 벌었으며, 크루즈 선이었기 때문에 밤마다 파티를 신나게 즐겼었단다. 그런데 이제는 그 일을 못한다고 하셨다. 이제는 결혼을 했고 애가 3명이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호주 이야기를 또 하셨는데, 잭과 정말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가면 돈은 많이 벌지만, 가족과의 시간도 보내고 싶기에 발리에 있는다고 하셨다.


 물론 두 번째 그랩의 기사 아저씨께서는 가족들을 위해 '의무'와 '주체적 의지'의 저울을 재고 계셨지만, 이 두 분은 그들의 삶을  '해야 하는'  데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데로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훌륭한 삶 같다는 생각을 했고, 또다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우리는? 나는?'

내가 자주 갔던 잭의 서핑샵. 앉아만 있어도 행복했다.


 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삶'을 목표로 살아간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훌륭한 삶'을 실현시키기 위해 해야 하는 데로 살아가고 있고, 그 '훌륭한 삶'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무조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의 큰 목표 중 하나로 돈을 많이 벌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책에서 유시민 선생님은 훌륭한 삶을 '어떤 일을 하던,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삶을 설계하고 선택하며 즐거운 일을 하는 삶'이라고 설명한다.


 당연히 따라오는 질문이 있을 것이다. '즐거운 일'을 한다면 '현실적인 부담감'은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이 고민을 하면서 나는 하나의 고정관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즐거운 일을 한다면 수입이 적을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이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수입이 적을까?


 물론 그럴 수 있다. 자신이 즐겁게 하는 일에 재능이 하나도 없다면 그럴 수 있으며, 그것은 힘들고 좌절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일을 할 때 그 과정 자체가 즐겁다면 억지로 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몰입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물리적인 시간 또한 훨씬 더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먹고 살아갈 정도는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돈을 좀 적게 벌면 어떤가.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해보자. 행복과 돈 둘이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직업 선택의 기준에 정작 '나'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정확히는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인가'라는 기준이 나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있었다. 항상 말하고 다녔던 나의 목표는 'Young & Rich'였다. 역시나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내 삶의 유일한 목표였다. 하지만 이번 고민을 통해 바뀌었다. Happy & Rich이다. Happy가 앞이니 1순위이다. Young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들고 발리로 떠났다. 고민하기 싫다는 얄팍한 마음에 책 하나 읽고 명확한 정답을 얻고 싶었지만 이들은 오히려 나에게 질문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하나 깨달았다. 하늘에서 정답이 뚝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럼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고민하자. 우리는 어떤 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 즐거울 수 있을까? 



앞으로 약 2달간 이 매거진에서 발리 한 달 살기를 기록할 계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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