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학기 대학생의 발리 한달살기
작년 여름, 8월 한 달간 발리 한달살기를 다녀왔습니다. 다녀오고 나서 바로 연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마지막 학기(4-2)였던, '문과'인 저는, 취업을 하기 위해 한 학기 몸을 바칠 수밖에 없었답니다.. 다행히 지금은 취업에 성공해서 골라갈 수 있었고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드디어 연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뻐요.(진심)
이번 연재가 두 번째이자 첫 번째 연재입니다. 연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일요일에 할 계획입니다 :)
저는 한달살기를 한 곳에 정착해서 하진 않았고,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여행 다니며 했습니다. 숙소가 있었던 지역 기준으로 아래와 같이 이동했어요! 꾸따가 정말 많네요ㅎㅎ
꾸따(3일) - 짱구(2일) - 우붓(2일) - 누사렘봉안(3일) - 누사 페니다(5일) - 꾸따(2일) - 우붓(2일) -
꾸따(2일) - 짐바란(7일)
물론 꾸따나 짐바란에 있을 때는 숙소만 이용하고 다른 여행지로도 많이 여행했습니다.(발리 북부 National Park를 제외하곤 거의 다 돌아본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하니 또 그리워지네요. 너무 자유롭고 행복했던 발리 한달살기였습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큰 맘먹고 떠났던 막학기를 앞둔 대학생의 발리에서 혼자 한달살기.
드디어 시작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고 죽지 않고 잘 살아오겠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 비행기에 탑승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환승해서 인도네시아 발리의 덴파사르 공항으로 가는 11시간이 걸리는 비행이었다.(돈이 없는 학생인 나에게 장거리 여행에 있어서 환승은 필수) 내가 살아온 날들 중에 타국에 혼자서 가장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마닐라로 가는 비행기에는 한국인이 참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마닐라에서 환승해서 덴파사르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는 한국인은커녕 아시아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배낭여행을 하는 백인 친구들로 보였다. 에어아시아를 이용했었는데, 다들 알다시피 저가항공 비행기는 굉장히 작다. 양쪽 각각 3열씩 총 6열로 이루어져 있었고, 나는 왼쪽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내 옆자리는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 친구가 타고 있었다.
이륙하고 나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슬쩍 옆 친구가 뭐 하고 있나 보니 이 친구도 책을 읽고 있었다. 근데 이게 웬걸! 한국어로 된 책을 읽고 있는 게 아닌가. 웬 백인 여자애가 한국어로 된 책을 읽고 있다니. 신이 나서 말을 걸었다. 알고 보니 그 책은 영어로 쓰인 책인데, 한쪽은 영어, 한쪽은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는 책이었다. 필리핀 여행을 하고 발리로 가는 길인데, 필리핀에서 묵었던 숙소 호스트가 선물로 준거라고 했다. 'The Cave Man'이라는 제목의 책이었고 기독교와 관련된 책이었다. 친구는 착륙을 앞두고 책을 다 읽었다며, 나에게 그 책을 선물로 줬다. 신기했다. 필리핀 사람이 들고 있는 한/영 번역본 책을, 여행 중에 선물 받은 친구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니. 교회를 잘 안 나가는 나에게 신이 주신 새로운 기회일까.
꽤나 재밌는 일이 많이 생기겠구나 생각하며, 다 읽고 여행에서 만나게 될 친구에게 선물해줘야겠다 생각했다.
비행기는 많이 흔들렸지만 죽지는 않았다. 착륙 후,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공항을 나서기 시작했다. 설레는 마음을 갖고 호스텔에서 온 기사분을 수색(?)했다. 밤늦게 도착하는 일정이었고, 택시기사들의 호객행위가 너무나도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호스텔에 픽업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출발 이틀 전 급하게 신청했고, 신청하는 메일의 답장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그래서 그냥 택시를 잡아보자 생각하며 곧장 출구로 향했다.
공항 출구로 걸어가다 보면 택시 기사분들이 엄청 많고, 호객행위를 엄청나게 하신다. 그분들은 가격을 터무니없이 부른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시하고 지나쳤다. 그러다 그냥 한번 혹시나 해서 한 택시기사에게 물어봤다.
"꾸따 갈 건데 얼마예요?"
"100만 루피아"
"?????"
정말 비싸면 10만 루피아(8,000원)에 갈 수 있는 거리로 알고 있었는데 100만 루피아(80,000원)를 부르시더라. 그래서 물음표 표정을 짓고 지나치려고 했는데 역시나 따라오신다.
"얼마 원하는데?"
"얼마까지 해주실 수 있는데요?"
"80만 루피아"
하하하.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다. 아무런 대책 없었지만, 발리에 오면 그랩과 '블루버드'(Bluebird) 택시만 타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블루버드를 찾아보자!' 하며 성큼성큼 공항을 나섰다. 그런데 너무 운이 좋았다. 나가자마자 블루버드 택시를 잡았고, 호스텔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그것도 단돈 5만 루피아(4000원)에. 택시 기사분도 너무 친절하고 재미있는 분이셨다. 사실 4만 루피아 정도 나왔는데, 5만으로 채워 드렸다. 그렇게 나는 꾸따의 'H-ostel'이라는 호스텔에 도착했다.
호스텔은 기대 이상이었다. 도미토리였긴 했지만, 캡슐 형식의 도미토리였고, 청결했고, 꾸따 비치와 3분 거리였으며, 힙한 루프탑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굉장히 저렴했다.(1박에 만원) 그리고 여기서 앞으로 이야기에 등장할 다양한,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기대하셔도 됩니다) 실제로 나는 꾸따에 머무를 때는 이 호스텔만 이용했으며, 여기서 첫 아침에 만난 친구들과 약 3주가량 함께 여행했다. 행복한 경험을 선사해준 이곳은 나에겐 너무 고마운 곳이다. 그러므로 추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나서 허기를 좀 채우고 싶어서 근처 편의점에 갔다. 이것저것 고르고 계산하려고 계산대에 올려뒀다가, 음료수를 바꾸고 싶어서 이거 말고 저걸로 해달라고 말했다. 근데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하더라. 이미 바코드 찍어서 취소를 못한다는 것. 내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Why?????라고 묻자 바코드 찍어서 안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해주면 보스 한데 혼난다고 하더라.. 그래 그냥 이거 먹을게.. 꾸따의 편의점에서는 신중하게 고르고 계산대에 올려놓길 추천한다.
"미안해. 나 보스 한데 혼나.."
호스텔로 돌아와서 먹고 다음날 계획을 세웠다. 첫날부터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두번이나 일어났기에 앞으로의 여행은 더욱더 기대됐다. 다음날은 유심을 사고, 환전을 하고, 서핑보드 장기대여 협상을 진행했으며,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과 서핑을 했던 날이다. 굉장히 많은 일을 했다. 지금 바로 글을 쓰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너무 설레서 오늘 잠에 들지 못할 거 같아 미뤄야겠다.
다음 주 일요일(3.24)에 두 번째 연재가 올라옵니다! 기대해주세요 :)
*이전에 써놨던 글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더 많은 사진은 인스타그램(snaphyun2)에서 확인해주세요!
*궁금한 점은 댓글이나 디엠으로 주세요!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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