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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 Mar 24. 2019

2. 발리에서 오늘 뭐했냐고? Chill!

막학기 대학생의 발리 한달살기: 꾸따에서 유심사기, 환전하기, 서핑하기

작년 여름, 8월 한 달간 발리 한달살기를 다녀왔습니다. 4학년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뭘 해 먹고살지 고민하며 워킹홀리데이를 가야겠다!라고 다짐했었지만 주변의 만류로 한 달 여행으로 타협했었죠. 그래서 결정한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의 발리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바다가 있는 완벽한 휴양지였고, 물가도 상당히 싸서 벌어둔 돈으로 충분히 한 달을 버틸 수 있을 거 같았어요. 혼자 충분히 미래를 그리고 올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그래셔 슝- 하고 떠났습니다!


저는 한 곳에 정착하진 않았고, 여기저기 이동하며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여행 다니듯 한달살기를 했습니다. 숙소가 있었던 지역 기준으로 아래와 같이 이동했어요!


꾸따(3일) - 짱구(2일) - 우붓(2일) - 누사렘봉안(3일) - 누사 페니다(5일) - 꾸따(2일) - 우붓(2일) -
꾸따(2일/발리 남부) - 짐바란(7일/발리 중부, 북부)


물론 꾸따나 짐바란에 있을 때는 숙소만 이용하고 다른 여행지로도 많이 여행했습니다.(발리 북부 National Park를 제외하곤 거의 다 돌아본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하니 또 그리워지네요. 너무 자유롭고 행복했어요.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큰 맘먹고 떠났던 막학기를 앞둔 대학생의 발리에서 혼자 한달살기 2편.

시작합니다.(어투가 바뀝니다!)


눈을 떴다. 낯선 침대였다.

발리구나-


발리에서의 첫 아침이었다. 속으로 환희의 소리를 지르며 얼른 일어나 모자를 쓰고 조식을 먹으러 숙소 루프탑에 올라갔다. 아침에 올라온 루프탑은 환상적이었다. 꾸따의 전경이 한눈에 보였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다. 날씨도 너무 좋아서 이 루프탑을 너무너무 좋아했었는데, 이 루프탑 때문에 이 숙소에 더 오래 머물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사랑했던 우리 호스텔(H-ostel)의 루프탑


새로운 인연들과의 첫 만남

H-ostel의 조식은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식빵과 커피였고, 테이블마다 비치되어있는 8종 잼을 기호대로 발라먹는 식이었다. (첫날엔 조식이 제공되는지 모르고 오믈렛을 따로 사 먹었다.) 식빵을 들고 가장 넓은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이미 외국인 친구들이 많이 앉아 있었지만, 용기를 내서 옆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에는 인도에서 태어난 영국인 친구 프란, 맞은편엔 알제리 출신 캐나다인 모하드와 아니스가 앉아 있었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여행 관련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했다. 역시 시작이 어려웠지, 계속 이야기를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프란은 1주일 넘게 여행을 하고 있는데, 지금 머물고 있는 꾸따는 파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래 머물러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크게 볼거리는 없는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마사지가 너무 좋다며 마사지를 많이 받아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맞는 말이었다. 꾸따는 친구들과 펍이나 클럽에 가서 술을 마시고 춤추고 놀기에 정말 좋은 곳이었다.


모하드와 아니스는 나와 비슷하게 여행을 시작했었다. 일주일 전에 싱가폴에서 여행을 시작했고, 자카르타를 거쳐 어제 발리로 왔다고 했다. 이 친구들은 캐나다 몬트리올이라는 곳에서 온 친구들인데, 친구 무리 8명과 함께 왔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친구들이 다 떨어져서 2명이서 여행하고 있었고, 오늘 또 다른 숙소로 옮긴다고 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식사를 다 마치고 인스타그램을 교환하고 각자 길을 나섰다. 놀랍게도 이때 인스타그램 교환한 것이 인연이 되어 모하드, 아니스와는 나의 발리 한 달 중 3주가량 함께 여행할 수 있었다.


꾸따 비치. 마사지사분들도 많이 계신다.


르기안 거리에서 유심 사고 환전하기

씻고 나갈 채비를 한 뒤, 오늘의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 호스텔을 나섰다. 오늘 할 일은 유심을 사고 환전을 하고 서핑보드를 장기 대여하기 위해 가격 결판를 보는 것이었다.


유심을 사러 가기 전에 꾸따 해변을 보고 싶었다. 깜짝 놀랐다. 너무 이뻤다. 푸른 하늘에 긴 해변을 갖고 있었고, 그 라인을 따라 서핑보드 샵이 줄줄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서핑을 하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 다니다 오늘의 첫 목적, 유심을 사러 떠났다.


르기안 거리를 돌아다니며 유심을 판다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봤다.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때, 10만 루피아(80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고 봤었는데, 그 가격에 파는 곳이 드물었다. 결국 어떤 골목에 있는 전자기기 가게에서 10만 루피아에 구입했었는데 그때도 5만 루피아 정도는 깎아서 구입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엔 환전이었다. 난 한국에서 달러로 환전을 하고 현지에서 달러를 루피아로 환전했다. 르기안 거리에 환전을 하는 곳도 굉장히 많은데, 발리 환전 사기를 조심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싼 곳이나 환율 끝자리가 9로 끝나는 곳은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더 싼 곳을 찾으려 돌고 돌다가 Beachwalk 쇼핑몰 지하 환전소에서 환전했다. 은행이었고 환율도 꽤나 괜찮아서 여행 경비 중 1/3 가량을 환전했다.

르기안 거리 골목길


"Nothing! Just Chill~"

마지막 미션 서핑보드 장기대여 가격협상을 하기 위해 꾸따 해변으로 이동했다. 꾸따 비치는 상당히 길고 그 길 따라서 서핑보드 대여샵도 상당히 많이 있었다. 물론 가면 샵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막 다가온다.

서핑~? 서핑~?

바닷가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계속 물어본다. 나는 '노땡큐'를 연발하며 바닷가를 따라 숙소 근처로 쭉 걸었고, 이쯤이면 되겠다 싶은 곳에 도착해서 다가오는 분들과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다 한 분을 만나서 굉장히 괜찮은 가격에 협상을 진행했다.


"서핑~? 서핑~?"

"나 서핑하고 싶어. 얼마야?"

"2시간에 100,000 루피아(8000원)야. 지금 바로 할 거야?"

"아니. 한 시간 정도 뒤에 할 건데 너무 비싸. 나 여기 한 달 머물면서 계속할 건데 최대한 싸게 하면 얼마야?"

"음 그럼 80,000 루피아까지 해줄게"

"그래. 그럼 나 이따 옷 갈아 입고 여기로 올게"

"OKAY. Find me here!"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 진짜 싸게 했다고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호스텔에 도착했는데 1층에 아침에 봤던 프랑스 아저씨가 노트북을 하고 있길래 말을 붙였다. 이 아저씨는 '재미'로 시작하는 이름이었는데, 이름이 어렵다며 잼이라 불러라고 하셨다. 오늘 뭐했냐고 물으니, "Nothing! Just chill~"이라고 대답했다. 하하.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이게 여행의 묘미 아닌가. '여유를 갖고 충분히 생각하고 즐기자' 다짐하며 나의 이번 여행 컨셉도 'CHILL'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꾸따 비치의 입구


응? 친구가 있다고?

수다를 떨다가 나는 서핑보드 가격 협상하고 왔다고 말했고, 80,000 루피아라며 굉장히 좋은 가격에 협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잼이 "응? 나 여기 친구 있는데 그 친구한테 하면 50,000루피아야. 우리 이따가 하러 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가고 싶으면 껴도 돼."라고 했다. 하하하... 우물 안 개구리였다. 부끄러움을 조금 느꼈지만 곧장 합류했다. 더 싸지 않은가? 무조건이다. 프랑스, 스페인, 싱가폴, 캐나다에서 온 4명의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서핑을 하러 갔다.


서핑을 시작하기 전 한 친구가 밥을 다 먹기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다에 사람들이 한 줄로 서있는 걸 봤다. 뭐 하는 거냐고 물어보니 방금 부화한 새끼 거북이들을 바다로 보내는 거라고 했다. 이벤트처럼 진행되었고 돈을 내야 새끼 거북을 직접 보내줄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라면 꼭 한번 해봐야 될 거리라고 생각했다.

잼의 친구, 잭의 서핑 샵. 알고 보니 잼도 와서 친해진 서핑 샵 아저씨였다. 보고 싶어 잭!


서핑은 너무 재밌었으나 힘들었다. 2시간만 대여해준다는 걸 듣고 짧다고 생각했었지만, 오산이었다. 2시간이면 내 몸의 에너지를 다 쓰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서핑을 끝내고 호스텔에 돌아왔다. 씻고 나서 서핑을 같이한 런던에 사는 스페인 형님과 저녁을 먹었다. 라이브 밴드가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맥주 한 병과 분위기에 취해 즐겼다.


친구는 의료바이오 쪽 엔지니어라고 했다. 돈을 많이 벌겠구나 생각했다. 이 형도 2달가량 여행을 한다고 했는데, 일은 때려치웠냐고 물어봤더니 휴가 중이란다. 1년에 연차가 80일이라고 했다. WTF?


숙소로 돌아와서 노트북을 들고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여자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고 사진과 영상을 정리했다. 루프탑에선 근처 라이브 바의 공연 소리가 들린다.

미쳤다. 벌써부터 한국에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걱정이다.




다음 주 일요일(3.31) 3편이 연재됩니다. 꾸따의 스타벅스, 본격적인 서핑의 시작, 새롭게 만나게 된 친구들 이야기까지! 기대해주세요 :)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더 많은 사진은 인스타그램(snaphyun2)에서 확인해주세요!

*궁금한 점은 댓글이나 디엠으로 주세요!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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