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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 Apr 14. 2019

3. 발리에서의 첫 밤샘

막학기 대학생의 발리 한달살기 Day3: 꾸따 스타벅스, 서핑, 파티

작년 여름, 8월 한 달간 발리 한달살기를 다녀왔습니다. 4학년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뭘 해 먹고살지 고민하며 워킹홀리데이를 가야겠다!라고 다짐했었지만 주변의 만류로 한 달 여행으로 타협했었죠. 그래서 결정한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의 발리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바다가 있는 완벽한 휴양지였고, 물가도 상당히 싸서 벌어둔 돈으로 충분히 한 달을 버틸 수 있을 거 같았어요. 혼자 충분히 미래를 그리고 올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그래셔 슝- 하고 떠났습니다!


저는 한 곳에 정착하진 않았고, 여기저기 이동하며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여행 다니듯 한달살기를 했습니다. 숙소가 있었던 지역 기준으로 아래와 같이 이동했어요!


꾸따(3일) - 짱구(2일) - 우붓(2일) - 누사렘봉안(3일) - 누사 페니다(5일) - 꾸따(2일) - 우붓(2일) -
꾸따(2일/발리 남부) - 짐바란(7일/발리 중부, 북부)


물론 꾸따나 짐바란에 있을 때는 숙소만 이용하고 다른 여행지로도 많이 여행했습니다.(발리 북부 National Park를 제외하곤 거의 다 돌아본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하니 또 그리워지네요. 너무 자유롭고 행복했어요.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큰 맘먹고 떠났던 막학기를 앞둔 대학생의 발리에서 혼자 한달살기 3편,

시작합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오늘은 그냥 책을 좀 읽고 싶었다. 마침 어제 만났던 친구들 중 몇은 우붓으로 갔고, 저녁에 돌아온다고 했  조식을 먹고 스타벅스로 출발했다. 꾸따 스타벅스는 한국 스타벅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발리 관련된 굿즈가 몇 있었는데, 그렇게 이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그래도 여자 친구에게 줄 선물은 하나 샀다.


야심 차게 들고 온 유시민 선생님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읽었다. 오늘 읽은 부분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책에서는 죽을 시기를 알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책을 좀 읽고 2시 반쯤 서핑을 하러 갔다. 거의 죽을뻔했다. 보드를 갖고 멀리 나가는 게 너무 힘들었고, 파도가 높아서 내 패들링으로는 파도를 잡을 수가 없었다. 계속 고꾸라졌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읽고 왔는데 이렇게 죽고 싶진 않았다. 2시 파도는 너무 높았던 것이다. 내일부터  아침 일찍이나 4시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뭍으로 나왔다.


꾸따 스타벅스 굿즈들
커피 맛은 비슷했었다



헬거북, 문송합니다.


오늘도 거북이를 보내는 걸 봤다. 자주 있는 일인 것 같아 물어보니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기가 있는 게 아니라, 거북이가 부화할 때마다 하는 것이라고 했다. 거북이가 산란하는 곳이 바로 근처에 있었다. 잭 아저씨는 500~1000마리의 새끼 거북이들 중 1~2마리 정도밖에 살아남지 못한다고 했다. 왠지 모르게 대한민국 문과생들이 생각났다. 얘들도 노오력 하겠지. 화이팅!

새끼 거북들을 보내는 행사. Go Go! 를 외친다.

서핑하며 죽을 고비를 넘긴 후 바닷가에서 몸을 말리며 책을 좀 읽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 오는 길에 밥을 먹었다. 노상 같은 곳에서 나시짬뿌르를 먹었는데 [나시]는 밥을 의미하고 [짬뿌르]는 섞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비빔밥인데, 짬밥 같았다. 나시짬뿌르와 생수를 사 먹었는데 2000원밖에 하지 않았다. 유명한,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발리를 온전히 느끼게 해 준 음식이었다. 



싱가포르도 군대를 간다고?


숙소에서 씻고 쉬다가 어제 서핑을 같이한 친구들을 만났다. 이 친구들은 어제 'Ubud Tropical'이라는 숙소에 묵었는데, 가격도 싸고 너무 괜찮은 숙소라며 추천해줬다. 그래서 나도 나중에 우붓에 갔을 때 이 숙소에서만 묵었는데, 정말 최고 좋았다. 싱가폴 커플 친구들은 어떤 숙소에서 자다가 베드버그에 물려서 체크인한 지 3시간 만에 체크아웃하고 이곳으로 숙소를 옮겼다고 했다. 실제로 발리 숙소를 정할 때는, 침대 틀이 나무로 되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고, 그렇다면 베드버그를 의심해봐야 한다.

우붓에서 묵었던 우붓 트로피칼의 수영장. 가성비 갑이다.

이 싱가폴 커플을 만나서 싱가폴 남자들도 군대를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얘네도 2년 정도 군생활을 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정말 궁금해서 물어봤었다.


 "우리는 북한이 있어서 그렇다 치고,
너네는 왜?"


"그러니까!!"


발끈하더라. 우린 '군필자'라는 공통점 덕에, 한국에서 남자들이 만나면 군대 얘기를 하듯 훈련 얘기, 제일 재밌었던 얘기, 제일 힘들었던 얘기 등을 하며 전우애를 키웠다. 어찌나 반갑던지. 군필자에게 군대 얘기는 평생 안주거리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  .



발리에서의 첫 밤샘


어제 멤버에서 새롭게 만난 3명(독일,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친구)이 추가됐고 전체 중 3명은 발리에서 마지막 밤이었기 때문에 우린 밤새 떠들고 춤추며 놀았다. 루프탑에 앉아 스피커를 연결해서 노래를 틀었고, 편의점에서 사 온 술을 마셨다.


또라이 보존의 법칙은 어딜 가든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발리 H-ostel 루프탑의 우린 전부 또라이였다. 아침 해가 뜨고, 아침 비행기였던 3명이 비행기를 타러 떠나고 나서야 우린 자러 갔다. 다음 날 들은 이야기인데, K-pop을 좋아하던 군필자 보디빌더 싱가폴 친구 킨은 공항에서 잠이 들어 비행기를 놓쳤다고 했다. 여자 친구랑 같이 온 친구였는데, 여자 친구가 연락이 와서는 남자 친구가 사라졌다며 제발 좀 챙겨달라고 연락이 왔었다더라.


'이 친구들은 절대 절대 네버 에버 잊지 못할 거 같다. 이제 진짜 자러 가야겠다. 여긴 아침 9시 50분이다.'라고 내가 인스타에 써놨었는데 역시 못 잊겠다. 가끔 DM을 주고받으며 연락하는데, 다른 상황 속에서 다들 즐기면서 잘 지내는 거 같더라-.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나, 아유, 킴, 킨, 투랍, 잼, 데미, 나. 즐거운 밤이었다.


다음 주 일요일(4.21) 4편이 연재됩니다.

생애 처음으로 경험했던 지진(7.0 규모)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업로드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더 많은 사진은 인스타그램(snaphyun2)에서 확인해주세요!

*궁금한 점은 댓글이나 디엠으로 주세요!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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