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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May 01. 2019

일본의 '경영의 신'이 한국을 부러워한 까닭

<불타는 투혼> , '이까짓 것에 질 수 없다'는 마음

어제는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려서 제 책이 잘 팔리고 있는지 보고 왔습니다. 사실 그 전날 친구네 상갓집에서 밤을 새우고 화장장까지 함께 다녀온 터라 많이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책이 잘 필리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다행히도 출판사 마케팅 부장님께서 힘써주신 덕분에 책은 여전히 좋은 자리에 잘 진열돼 있었고 그 사이에 전에는 놓이지 못했던 자리에도 한 군데 더 자리 잡게 됐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면 항상 입구 근처에 있는 베스트셀러 진열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오는데요. ‘조만간 꼭 저 자리에 내 책을 놓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저만의 의식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광화문 교보에서


제 책을 홍보하느라 바쁘긴 하지만 잠깐 다른 책 이야기를 해보자면 제가 여태까지 읽었던 책 중에서 표지가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의 책 <불타는 투혼>이었습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넥타이를 맨 샐러리맨이 팔을 하늘 높이 뻗치면서 ‘할 수 있다’고 외치는 장면을 붓글씨로 나타낸 모습인데요.


이 책은 살아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회장이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침체에 빠져서 의욕을 잃고 위축돼 있는 일본의 경영자들과 직장인들에게 ‘어떻게든 일어나서 다시 싸우라고’ 격려하는 메시지를 담은 책입니다.


27살에 교세라라는 회사를 세워 50년 넘게 단 한 번도 적자를 보지 않은 회사로 키워내고 또 2010년에는 34조 원의 빚을 지고 파산 위기에 몰렸던 일본항공(JAL)의 구원투수로 들어가 회사를 2년 만에 다시 살려낸 인물이 바로 이나모리 회장인데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


그런 인물의 책인 만큼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책은 결국 작가의 분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책의 저자가 멋진 인생을 살았다면 아무리 문장이 투박하고 어설프더라도 좋은 책이 되고요, 책의 저자가 별 볼 일 없는 인물이라면 아무리 문장이 유려하고 표현이 예술적이더라도 좋은 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특히 이처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들은 말이죠.


이나모리 회장은 이 책의 곳곳에서 한국인들과 한국 기업들의 투지 넘치는 자세를 부러워합니다. 1997년 IMF 금융위기 때 한국인들이 저마다 장롱 속에 고이 모셔놨던 금붙이를 내놓고, 누군가는 결혼 예물까지 통째로 접수창구에 올려놓은 모습이 이나모리 회장에게 큰 울림을 줬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1997년에 초등학교 5학년이었기 때문에 그때 한창 뉴스에 나오던 금 모으기 운동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 줄은 잘 모르고 있었는데요. 어렴풋이 그때 저희 할머니께서 장롱 속에 있던 황금열쇠 기념품 그런 걸 큰아버지 손에 들려 내놓았던 기억은 나네요.


1997년 IMF 금융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 장면


22년이 흐른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한국인들이 참여했던 금 모으기 운동이 정말 대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신문 기자라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 기사들도 꾸준히 찾아보고 있는데 경제 위기가 덮쳐서 IMF 자금 지원을 받았던 숱한 나라들 어느 곳에서도 국민들이 그렇게 자발적으로 모금 운동을 벌였다는 뉴스를 봤던 기억은 없으니 말이죠.


이나모리 회장은 ‘경기가 힘들어서 사업이 잘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경영자는 경영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외부 환경이 어떻든지 간에 어떤 환경 속에서도 이익을 내는 게 기업의 역할이라는 게 그의 냉철한 지적입니다.


기업은 항상 높은 수준의 이익을 내야 하고 그래야만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회사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생활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게 그의 경영 철학입니다. 그렇게 할 자신과 의지가 없다면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그는 말합니다.


저는 국내에 출간된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의 책을 절판된 책 한, 두 권을 빼놓고는 모두 다 갖고 있는데요. 그건 그가 항상 ‘어떻게 하는 게 인간의 도리로써 옳은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경영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


이나모리 회장은 <불타는 투혼>의 서문을 비롯한 책 곳곳에서 한국인들과 한국 기업들의 투혼을 높이 평가하면서 부러워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최근엔 한국 경제의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한 상황입니다. 경제의 전반적인 체력을 보여주는 GDP(국내총생산)가 특별한 외부 이슈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주는데요.


실제로 제가 평소에 만나는 중소기업 대표님들을 통해 들어보면 우리 경제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못한 거 같습니다. 이 업체들과 거래하는 협력업체들의 상황은 더 좋지 못한 경우가 많은 거 같고요.


“10년 넘게 거래하던 제품 상자 납품업체 사장이 전에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요즘 몇 달 동안에는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와서 제품 대금을 먼저 결제해줄 수 없냐고 부탁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와 같은 말을 통해서 작은 기업들일수록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필자의 책상 한편에 놓인 그의 책들


사실 저는 회사에서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월급쟁이라... 제 자신이 이런 말을 드리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이 말은 제가 한 말이 아니고 이나모리 회장이 한 말이니 그 말을 대신 전해드리면서 이번 글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우리는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을 막론하고 모든 경영자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회사를 더욱 발전시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직원의 행복을 실현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면, 기업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고 경제는 반드시 빛을 되찾을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는 의지를 갖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긴 침체를 지난 지금이야말로 기업이 다시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인식하고 이까짓 것에 질 수 없다는 강한 마음을 품어야 한다."


(이나모리 기즈오 <불타는 투혼> 중에서)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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