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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Nov 19. 2019

떡 팔던 시골청년, 매출 680억 식품기업을 세우다  

중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던 이능구 칠갑농산 회장의 성공 스토리 

1972년 충남 청양의 한 시골마을에서 마른 체구의 20대 후반 청년이 서울로 올라옵니다. 아내와 아이는 고향 마을에 남겨둔 채였습니다. 아이는 뇌막염에 걸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죠. 


얼마 안 되는 논밭에서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봐야 아이를 치료할 돈을 마련할 수 없다는 건 그 역시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치료할 돈을 구하겠다는 한 가지 생각만으로 청년은 8000원을 손에 들고 서울 친척집을 찾았습니다. 500g 하던 떡국용 쌀떡 한 봉지가 300~400원 하던 시절이니 그때 돈으로도 ‘푼돈’에 불과한 돈이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서울살이는 쉽지 않았습니다. 가난 때문에 중학교조차 제대로 마치지 못했던 그가 번듯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서울에 올라온 지 몇 년 동안은 아이스크림 그 당시 표현으로는 아이스께끼를 배달하는 일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한동안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파는 일을 하다 친척의 소개로 떡가게에서 떡을 떼다 파는 일을 시작합니다. 그가 처음으로 쌀 가공식품과 인연을 맺은 순간이었는데요.


칠갑농산에서 떡국용 떡을 생산하는 모습


그리고 서울로 상경한 지 47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매일 하루를 쌀로 만든 식품들 사이에서 보냅니다. 떡집에서 떡을 받아 파는 걸로 시작한 장사는 어느새 연 매출 680여 억 원, 직원 수 450명의 사업으로 커졌고요. 그가 만든 회사는 오늘날 한국의 대표적인 쌀 가공식품 회사, 대표적인 강소 식품기업으로 꼽힙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이야기의 주인공은 칠갑농산 이능구 회장(76)입니다. 이 회장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쌀 가공식품 사업을 연 매출 680여 억 원 규모까지 키워낸 인물입니다. 


그가 이끄는 칠갑농산은 충남 청양과 경기 파주에 있는 공장에서 하루에도 수백 톤의 쌀 가공식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선 떡국용 떡과 떡볶이용 떡부터 시작해서 건면, 생면, 수제비, 만두피 등을 전문적으로 내놓고 있는데요. 


요리의 재료로 들어가는 제품뿐 아니라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떡국과 쌀국수, 떡볶이, 만두 등 즉석 조리 식품까지 폭넓게 만들고 있습니다. 생산하는 제품의 80%가 쌀을 주원료로 하는 쌀 가공식품입니다. 


딸 이영주 대표와 함께한 이능구 칠갑농산 회장


이 회장은 대량으로 떡을 만들 수 있는 스팀 압력 떡 증숙기(떡을 쪄서 익히는 기계)를 직접 발명하고 술의 원료인 주정을 살균제로 활용해 떡과 면 같은 가공식품의 유통기한을 크게 늘리는 주정침지법을 국내에 가장 먼저 도입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CEO이자 최고 연구개발 책임자로서 쌀 가공식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과 설비를 직접 만들어낸 것이죠. 


<더농부>가 최근 그를 만나 인터뷰한 건 쌀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한국 농업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운 상황에서 한국 농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기 위해서였습니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칠갑농산 사무실에 만난 이 회장은 먼저 처음 서울에 올라왔던 시절의 경험을 설명했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쌀 가공식품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됐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였죠. 


쌀 가공식품 개발을 통해 쌀 소비를 늘린 공로로 훈장을 받는 이능구 회장


“서울에 올라와서 한동안 아이스크림을 배달하는 일을 하다가 친척분의 소개로 떡집에서 떡국용 떡을 받아서 파는 일을 시작했어요. 그 당시는 떡국용 쌀떡은 주로 정육점에서 판매됐어요. 사람들이 국거리용 소고기를 살 때 떡을 같이 사서 떡국을 끓여먹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떡을 팔긴 팔아야 하는 데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이 무슨 숫기가 있고, 영업에 대해서 알기는 뭘 알았겠어요. 처음엔 주로 망원동과 서교동 쪽에 있는 정육점을 찾아가서 떡을 팔았는데 ‘다른 데랑 거래하고 있으니까 그냥 가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쫓겨나는 게 일이었죠.”


연달아 문전박대를 당할 때면 ‘떡 파는 일을 그냥 두고 고향에 돌아갈까’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선 정육점 주인들이 출근하기 전에 미리 가게를 찾아가 그 앞을 깨끗하게 치워놓는 일을 반복하면서 정육점 사장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새벽마다 가게 앞에 가서 청소해주는 일을 며칠 동안 계속하니까 정육점 주인들도 ‘알겠으니까 떡을 몇 봉지 놓고 가라’면서 마음을 열기 시작하더라고요.”


제품 생산 공정을 살펴보는 이능구 회장


정육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동네 곳곳에 있는 분식집을 찾아가 라면에 떡을 넣어서 떡라면을 끓여 팔면 손님들이 좋아할 거라고 말하며 분식집에 한, 두 봉지씩 떡을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무작정 찾아가는 식으로 하나, 둘씩 거래처를 늘려나갔습니다. 


“이렇게 5,6년을 계속해서 떡 장사를 하니까 가게가 조금 자리를 잡더라고요. 떡을 팔 수만 있다면 한겨울에도 자전거에 떡을 가득 싣고 봉원동 산꼭대기도 올라가고 한강 다리도 건너고 그랬어요. 


겨울엔 도로가 다 얼어서 자전거를 타는 건 생각도 못하고 계속해서 밀고 다녀야 했는데 그때 찬바람 맞으면서 한강 다리 건넜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해요. 정말 얼마나 춥던지…”


떡국 떡 생산 장면


쌀떡 유통사업으로 일단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그에게 사업을 키울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했던 서울 강남 개발 계획이었습니다. 강남 지역에 아파트 단지가 새롭게 들어서면서 이곳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슈퍼마켓들도 속속 들어섰습니다. 


우성 슈퍼, 럭키 슈퍼 등의 이름을 단 슈퍼마켓들이었죠. 한국 사회에 슈퍼마켓이라는 종류의 유통매장이 처음 나타난 시기였습니다. 


이 모습을 본 이 회장은 이런 슈퍼들과 거래를 트기만 하면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한 즉시 슈퍼마켓을 찾아갔죠.


칠갑농산에서 판매하는 제품들


“그때는 슈퍼마켓란 업종 자체가 처음이라 점주나 점장들도 어떻게 영업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던 때였어요. 물건은 어떻게 진열해야 잘 팔리는지, 어떤 물건을 갖다 놔야 손님들이 좋아하는지처럼 기본적인 영업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는 상태였죠. 


그래서 제가 슈퍼마켓들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진열하는 걸 많이 도와줬어요. 거의 밤새가면서 도와준 적도 많았죠. 이렇게 하면서 점장들과 친분을 쌓았고 강남 일대 슈퍼마켓에 저희 제품을 다 넣을 수 있었어요. 이때부터는 조그마한 트럭을 한 대 구입해 배달을 할 정도로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었죠.”


떡국용 떡을 비롯한 식자재 납품 사업으로 사업을 키운 뒤 1981년부터는 직접 떡을 생산하는 제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과거에 자신에게 떡을 공급했던 업체 관계자와 함께 손잡고 동업을 시작한 것이었죠. 


그리고 이때부터야말로 이 회장의 숨겨진 재능이 빛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떡 증숙기를 비롯해 공장에 들어가는 식품가공기계를 직접 설계해 제작하면서 쌀을 대량으로 가공하는 설비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떡을 비롯한 가공식품을 만드는 생산 과정을 기계화한 덕분에 다른 업체들보다 훨씬 더 많은 물량을 만들어내 시장을 휩쓸 수 있었습니다.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 기계공학을 배운 적이 없던 그가 기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출 수 있었던 건 현장에서 배운 경험 덕분이었습니다.


칠갑농산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는 이능구 회장


“그전에 강원도 춘천 쪽에서 난방 배관이랑 수도 공사 사업을 하는 지인한테 300만 원을 빌려준 적이 있었는데 지인의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돈을 갚지 못하게 됐어요. 그래서 돈을 받는 대신 그 사업체를 같이 운영하면서 돈을 벌기로 했는데 그렇게 배관 공사 일을 하게 되면서 기계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어요. 


그때는 궁금한 게 있으면 옆에 있던 기술자들한테 물어보면 바로바로 알 수 있으니까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빨리 배울 수 있었죠.”


그가 떡 증숙기를 발명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떡국용 쌀 공장은 동네 방앗간 수준의 장비로 떡을 만들었습니다. 시루에 쌀을 넣어 찌는 몇 시간 동안 사람이 계속 옆에 붙어 지켜봐야만 했죠. 생산량은 얼마 되지 않으면서 인건비는 많이 들어가는 구조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스팀 압력을 사용해 분 단위로 수십㎏씩 떡을 생산할 수 있는 스팀압력 증숙기가 나오자 떡 제조업체를 비롯한 쌀 가공식품 업계 관계자들 모두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쌀 가공식품의 규모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를 마련해준 발명이었습니다. 30여 년 전 만들어진 이 기계는 이후 계속되는 보완을 거쳐 이제는 3분마다 최대 60㎏씩의 떡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능구 회장이 발명한 칠갑농산 떡 증숙기


“저희 회사가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30년 넘게 계속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건 이 기계의 공이 커요. 80년대에 처음 만든 뒤로도 계속해서 성능을 높여왔고 이렇게 조금조금씩 고쳐나가면서 만든 기계라 설계도도 따로 없거든요. 


다른 회사 사람들이 와서 이 기계 모습을 보고 따라 하려고 해도 부품 하나하나를 똑같이 만들기도 힘들 뿐더러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세밀한 기술들은 한번 본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이 회장은 칠갑농산의 기계들이 오늘날과 같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기까지 남들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실패가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기계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해 몇 날 며칠을 고민해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그리고 이를 전문 기계 기술자에게 보여주면서 어떤 기계를 어떻게 만들지를 자세하게 설명해 실제로 기계 장치를 만들도록 하는 방식으로 장비를 만들어나갔는데요.


기계를 만들고 나서야 애초에 생각했던 아이디어 자체가 현실성이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될 때도 적지 않았습니다. 기계를 만든 뒤에도 계속해서 보완할 점이 나타났죠. 


해외 마트에 수출된 칠갑농산 제품들


“성공해서 잘 쓰고 있는 기계도 많지만 만드는 도중에 실패해서 갖다 버린 기계가 훨씬 더 많아요. 수천만 원, 어떨 때는 수억 원을 투자해서 만든 장치를 몇 번씩이나 버리고 다시 만들어야 할 때도 많았거든요. 뭔가를 처음 만들어 내는 일에는 정말 많은 돈과 시간이 들더라고요.” 


주정침지법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일 역시 이 회장의 발명가 기질과 연구개발 노력을 잘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주정침지법은 면과 같은 쌀 가공식품의 겉면을 술의 원료가 되는 주정으로 코팅하는 기술이었습니다.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쌀 가공식품의 유통기한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기술이었습니다. 


주정침지법이 보급된 결과 그 전까지만 해도 2~3일에 불과했던 떡, 막국수 면, 냉면용 면 등의 유통기한이 3~5개월까지 늘어날 수 있었죠. 


“처음 쌀 가공사업을 시작하면서 제일 고민했던 게 유통기한이었어요.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유통기한이 채 열흘이 안 되다 보니까 소비자들에게 파는 게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했었죠.


그러던 중에 정부 지원으로 일본 쌀 가공업체들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어요. 일본은 어떻게 하는지 봤더니 거기서는 쌀로 만든 가공식품의 유통기한이 무려 세 달이나 되는 거였어요.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신기하기도 했고 저 기술을 우리도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를 읽으시면 이능구 칠갑농산 회장을 비롯해 맨손으로 시작해 탄탄한 기업을 일군 한국 경영자들의 전략과 빌 게이츠, 손정의, 앙겔라 메르켈, 레이 달리오, 이나모리 가즈오와 같은 최고의 인묻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비결을 쉽고, 깊이있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바로 전문가들을 찾아다니고 직접 연구문헌을 뒤져가며 쌀 가공식품의 유통기한을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갑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술의 원료가 되는 주정을 사용하면 살균 효과가 생겨 식품의 유통기한을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리고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주정으로 식품 겉면을 코팅하는 주정침지법을 발견하게 됩니다. 덕분에 냉면 면부터 시작해 떡국 떡, 떡볶이 떡, 칼국수 면 등 쌀 가공식품의 유통기한을 오늘날과 같은 수준으로 늘릴 수 있었습니다. 기술을 개발한 그는 이 주정침지법 기술 특허를 경쟁자들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주정침지법에 대한 특허 문서와 정부로부터 받은 훈장


“우리 회사가 잘 되려면 우선 쌀 가공식품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회사만 유통기한이 오래가는 제품을 만들면 뭐하겠어요. 다른 회사들이 만드는 제품의 유통기한이 얼마 안 되면 소비자들이 ‘쌀로 만든 가공식품들은 오래 못 먹어’라고 생각할 거 아니에요. 소비자들이 아예 쌀 가공식품 자체를 외면하게 되는 거죠. 


우리 회사가 잘 되러면 다른 회사들도 이 기술을 활용해서 원래 만들던 것보다 유통기한이 훨씬 오래가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만 쌀 가공식품 시장 규모가 커질 수 있는 거고 시장이 커져야 칠갑농산도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껏 설명한 연구개발 노력과 기술력, 그리고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제품을 끊임없이 내놓기 위한 노력 덕분에 칠갑농산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칠갑농산의 해외 수출액은 50억 원에 달합니다. 미국, 일본, 영국,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필리핀, 중국, 홍콩, 러시아, 인도, 캐나다 등 10여 개 국가에 모두 모두 100여 품목의 쌀 가공식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국내 쌀 소비량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쌀로 만든 가공식품 수출을 늘리는 건 국내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쌀을 생산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버팀목이 될 수 있죠. 


아내와 함께한 이능구 회장


“사실 먹을거리를 외국에 수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나라마다 가장 차이가 나는 게 음식 문화잖아요. 나라마다 식성도 정말 다르고요. 저희 같은 중소기업이 다양한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춘 상품을 개발해서 수출한다는 건 큰 모험이에요. 


저희 제품을 수출하는 나라들 중에서 많은 나라들이 쌀을 주식으로 먹지 않는 나라들이라 소비자들이 쌀을 낯설어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결국 해외 시장에 도전해야 회사도 더 클 수 있고 또 그게 우리나라 농촌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죠. 아직 해외 수출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칠갑농산 공장 기공식 때 촬영한 모습


인터뷰를 마칠 즈음이 되자 이 회장은 사업을 운영하며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놨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는 결국 뇌경색이라는 질병으로 돌아오고 말았던 것이죠. 의사로부터 ‘이대로 계속 사업을 하면 3년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을 정도입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에는 몸을 편하게 움직일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10m를 걷는 데도 30분이 걸릴 정도였죠. 


뇌경색을 떨치기 위해 하루에 6~8시간씩 산길을 걸으며 꼬박 3년을 재활에 전념한 뒤에야 몸을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돌릴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이제 내가 다 나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기까지는 7년의 세월이 걸렸고요. 


이처럼 어려운 일들을 겪어나가면서도 그가 계속해서 사업을 해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해외 마트에 진열된 칠갑농산 제품들


“제가 만약에 식품 가공업에 보람과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냥 돈벌이로만 생각했다고 하면 그래서 남들이 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했다면 50년 가까이나 사업을 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물론 사업은 돈을 버는 일이긴하지만 사명감으로 하는 부분 역시 작지 않았어요. 농촌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인지 농촌을 잘 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죠. 


저희 회사가 농촌에서 키운 좋은 식재료를 갖다가 좋은 식품을 만들어 팔면 저희에게도 좋고, 소비자에게도 좋고 또 농업과 농촌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잖아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쌀 가공식품을 제대로 만들어 파는 기업이 되도록 할 거예요.”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를 읽으시면 이능구 회장은 물론 손정의, 빌 게이츠, 벤 호로위츠, 윈스턴 처칠, 앙겔라 메르켈, 레이 달리오, 이나모리 가즈오 등의 사례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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