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어떻게 2000만 권의 책을 팔 수 있었을까?
마쓰시타 고노스케. 평소 기업 경영과 기업인에 대해 별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더라도 한, 두 번쯤은 들어보셨을 이름인데요. 1894년 태어나 1989년에 세상을 떠난 그는 과거는 물론 오늘날에도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그의 이름엔 항상 ‘경영의 신’이라는 칭호가 따라붙죠.
그가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건 가난, 질병, 저학력이라는 3가지 장애물을 이겨내고 맨손으로 창업해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라는 거대한 기업을 일궈냈기 때문입니다.
파나소닉은 2018년에도 4조 2550억 엔(약 45조 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전자제품 제조업체입니다. 비록 최근엔 한국과 중국 기업에게 밀리며 과거보다는 그 위상이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도 매년 수십조 원의 매출을 올리며 글로벌 500대 기업 안에 자리 잡고 있는 회사죠.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이끌었을 당시에는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휘어잡았던 회사입니다.
마쓰시타가 오늘날에도 일본에서 기업인의 롤 모델로 꼽히는 건 단순히 그가 큰 회사를 키워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남보다 먼저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읽어내고 이에 맞춰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과감한 결단을 내렸던 모습이 오늘날에도 많은 기업과 경영인들에게 영감을 주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사례가 1965년에 일본에서 제일 먼저 주 5일제 근무 제도를 도입한 건데요. 일본에서 노동법 개정을 통해 주 5일제를 전면 도입한 건 1988년이었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기업보다 23년이나 빨리 주 5일제를 도입한 거였죠. 그것도 직원들에게 주는 임금은 단 한 푼도 깎지 않은 채 말입니다.
1968년에도 일본 경제계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발표를 하는데요. ‘앞으로 5년 안에 파나소닉 직원들에게 주는 임금을 독일과 미국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말한 대로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나갔습니다.
근로자에게 낮은 임금을 주고 오랜 시간 일하게 해서 얻은 가격 경쟁력만으로 승부해선 파나소닉을 비롯한 ‘메이드 인 제팬’(Made in Japan)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2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보는 눈과 과감한 결단이야말로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마쓰시타가 간판도 없던 허름한 창고에서 부인, 처남, 동료 2명과 함께 시작한 회사가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클 수 있었던 비결이었습니다.
그는 ‘경영의 신’이자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데요. 이번 글에서는 글쓰기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던 그가 최고의 작가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4가지 글쓰기 비결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표현이 그저 그를 띄워주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일본의 패전으로 끝난 이후 PHP라는 이름의 사회 운동을 벌이는 데 앞장섰는데요. Peace(평화), Happiness(행복), Prosperity(번영)의 앞글자를 딴 이 캠페인은 경제적인 번영을 통해 평화와 행복을 추구한다는 목표를 갖고 시작된 캠페인이었습니다.
PHP 운동과 함께 설립된 PHP 연구소(번영을 통한 행복과 평화 연구소)는 오늘날에도 활발하게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경영 철학과 사상을 알리고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매달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쓴 책의 판매량을 집계해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가 사망한 지 벌써 30년이 지났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PHP 연구소의 집계 결과를 보면 그의 책 <길을 열다>는 2019년 9월 30일 기준 모두 548만 부가 판매됐습니다. 이 책은 그가 74살이던 1968년에 쓴 책인데요. 반세기 동안 500만 권이 넘는 책이 팔렸습니다. 역사상 일본에서 출간된 모든 책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책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일본 역대 판매량 1위 서적은 <창가의 토토>라는 성장 소설입니다.)
<길을 열다>는 그가 사망한 지 30년이 지난 요즘도 매년 7만~8만 부 가량이 팔리고 있습니다. 특히 연말과 연초가 되면 이 책을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독자들이 많고요. 그가 쓴 <지도자의 조건> 역시 102만 부가 넘게 팔린 밀리언셀러입니다. 이 두 책을 포함해 일본에서만 50만 부 넘게 팔린 책이 모두 9권이고요.
판매량 기준으로 상위 20위 안에 드는 책들의 판매부수를 모두 합하면 1526만 권에 달합니다. 그는 평생 198권의 책을 냈는데요. 이 책들의 판매부수까지 더하고 일본이 아닌 해외에서 팔린 책들까지 모두 더하면 그의 책은 2000만 부가 넘게 팔렸죠.
일본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책을 쓴 데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책을 모두 합하면 2000만 부가 넘고,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지난 뒤에도 매년 10만 부가량의 책을 팔고 있으니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부르는 건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닌데요.
이번 글에서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글쓰기 비결을 크게 4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이 4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은데요. 이번 글을 다 읽으신다면 제가 왜 이 같은 내용을 그만의 글쓰기 비결로 꼽았는지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마쓰시타의 글쓰기 비결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그의 책을 읽는 겁니다. 저 역시 <길을 내다>를 비롯해서 그가 쓴 책을 몇 권 읽어봤는데요. 마쓰시타의 책을 읽으면서 그가 매우 쉽고 단순한 문장을 쓰며 항상 사례를 들어서 설명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간단명료한 문장과 풍부한 예시. 이 두 가지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기본 조건이란 걸 모르시는 분은 안 계실 텐데요. 하지만 막상 컴퓨터 앞에 앉아 흰 화면 위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볼 때면 어떻게 쓰면 좋을지 막막하기만 하죠.
그럼 지금부터는 마쓰시타가 쓴 글을 보면서 이 같은 글쓰기 원칙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요즘에는 별로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예전에는 때때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감자를 씻는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감자를 가득 담은 큰 나무통 가장자리에 올라선 젊은이가 두 개의 봉으로 열심히 통 속을 휘젓는다. 그 힘에 의해 감자는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서 위로, 그리고 좌우로 계속 이동하면서 물속을 휘젓고 다닌다.
인생이나 일도 나무통 안의 감자와 같은 움직임을 가진다. 현재 맨 위에 있다고 언제까지나 맨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밑에 있는 것도 언제까지나 밑에 깔려있지만은 않는다. 위로 올라오고 또 내려가는 것을 반복한다.
이렇게 인생의 길은 크고 작은 오르내림이 따른다. 올라가기만 하는 일도 없고 내려가기만 하는 일도 없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동안 사람은 갈고 닦이고 연마된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생선을 좋아하고 한 사람은 고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즐겁게 식사할 수는 있다. 취향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 된다.
생선을 싫어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고기를 싫어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취향의 차이는 차이대로 받아들이고 각자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고 평화로울 수 있다.
마쓰시타의 대표작 <길을 열다>에 들어간 글 두 편의 앞부분을 보여드렸는데요. 이 글을 보면 그가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례들로 시작해 자신이 깨달은 인생과 사업의 지혜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커다란 통 속에서 위로도 올라가고 아래로도 내려가는 감자의 모습에 빗대 인생은 항상 즐거운 일들로만 가득한 것도 아니고 반대로 항상 고통스럽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고요.
한 사람은 고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생선을 좋아하더라도 둘이 마주 앉아 얼마든지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듯이 서로 간의 생각 차이는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될 뿐,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남을 비난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통 속의 감자와 식성이 다른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식사 자리 같은 사례를 읽으면 누구나 쉽게 그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데요. 마쓰시타는 이처럼 쉽고, 평범하면서 동시에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사례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두 글을 읽으시면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돼서 읽는 걸 멈췄던 문장은 없으실 텐데요. 이처럼 막힘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 쉬운 문장 역시 마쓰시타식 글쓰기의 특징입니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단어는 사용하지 않고, 여러 접속사들로 복잡하게 이어진 길고 지루한 문장은 쓰지 않습니다.
마치 말하듯이 글을 쓴 건데요. 그가 어떻게 이렇게 쉬운 문장을 쓸 수 있었는지는 뒤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앞서 마쓰시타가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마쓰시타는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아홉 살의 나이에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오사카 센바에 있는 화로점의 ‘꼬마 점원’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원래 그의 집안은 할아버지대까지만 해도 고향 마을에서 알아주는 부자였지만 투기판에 뛰어든 아버지 탓에 집안이 거덜 나고 온 가족이 한밤중에 짐을 싸서 몰래 도망쳐야 했을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닐 때 마쓰시타는 센바 거리에 있는 화로점과 자전거 상점에서 말단 점원으로 일하며 장사의 기본을 배워나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읽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글을 써야만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장사의 기본은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겁니다. 고객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만 물건을 팔 수 있으니까요.
고객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신을 불쾌하게 마든 가게에서 물건을 살 손님은 없으니까요. 손님의 비위를 맞춰야만 물건을 팔 수 있는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마쓰시타는 ‘절대 손님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책을 쓸 때도 그대로 실천하는데요. 그는 책에서 결코 독자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내가 이렇게 대단한 경영자고,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른 사람이니까 무조건 내 말을 들어라. 지금 네 생각은 틀려먹었다’
이런 식으로 호통치며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자신이 경영의 신일 수 있는 건 소비자들이 파나소닉 제품을 사주기 때문이고, 자신이 계속해서 책을 낼 수 있는 건 독자들이 책을 사서 읽어주기 때문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아무리 경영의 신이 낸 책이라고 하더라도 책을 읽는 내내 ‘그렇게 살면 안 돼’라는 꾸짖음을 들으며 마음이 불편해지고 싶어 하는 독자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모든 글에서 ‘나는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고 실제로 이렇게 행동했더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어. 당신도 이렇게 한 번 해보는 게 어때?’라는 태도를 보입니다.
단정적인 어투를 사용해 옳고 그름을 가르지 않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부드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합니다.
‘결코 독자들을 가르치려 들지 말라’는 교훈 역시 마쓰시타 고노스케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글쓰기 비법이죠.
그렇다면 마쓰시타는 어떻게 이 같은 글쓰기 비법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요? 큰 사업을 일구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세상과 인간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생각을 흐트러짐 없이 활자로 옮기기 위해선 분명 글을 연습하는 시간이 따로 필요한데요.
마쓰시타는 회사를 경영하며 자신의 글을 직원들과 대화하는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직원들의 숫자가 수백, 수천, 수만 명으로 불어나면 최고 경영자가 직원들 한 명, 한 명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나누는 건 불가능해지는 데요.
이때 마쓰시타가 직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바로 글이었죠. 특히 그의 글은 한 달 중 직원들의 기분이 가장 즐겁고 기쁜 월급날마다 전해졌는데요.
마쓰시타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때면 월급봉투 안에 자신이 쓴 편지를 함께 담았습니다. 엽서 사이즈 크기의 편지에 200자 원고지 3~4장 길이의 짧은 글을 썼는데요.
편지의 내용은 회사의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직원들을 격려하거나 좀 더 분발해줄 것을 부탁하는 내용이 많았지만 때로는 봄이 찾아오면서 바람 쐬러 나가기 좋은 계절이 되었다는 내용처럼 가벼운 에세이를 담아 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쓰시타는 회사 사보에 자신의 일대기를 다룬 글을 연재하며 자신이 어떻게 파나소닉을 시작했고, 파나소닉은 어떻게 커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직접 설명했습니다.
마쓰시타가 이 글을 연재하던 1950년대는 이미 마쓰시타가 일본 재계의 거물로 자리를 잡은 데다 파나소닉 직원들이 약 1만 명에 달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회사가 크게 성장한 이후에 들어온 직원들은 자신들의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또 회사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며 지금 이 자리까지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를 정확하게 알도록 해야만 했는데요. 이런 이유 때문에 마쓰시타는 직접 펜을 잡게 됩니다.
이 연재 시리즈에서 마쓰시타는 자신의 약점 역시 솔직히 이야기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병약했고, 신경질이 자주 부리는 성격이고, 또 작은 일에도 울음을 터뜨리는 울보였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습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에 창업하기 전에 다녔던 직장에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요.
자신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마쓰시타식 글쓰기의 진솔함은 부하 직원들 앞에서도 마찬가지였죠.
글의 앞부분에서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를 마치 말하는 것처럼 쉽고 편안한 문장으로 풀어낸다고 설명드렸는데요.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그가 진짜 말을 하면서 책을 써냈기 때문이죠.
마쓰시타는 살아생전 모두 198권의 책을 냈는데요. 단독으로 집필한 책이 59권, 다른 사람과 나눈 대화를 묶은 대담집이 10권, 연설한 내용을 담은 연설집이 19권, 다른 이와 함께 쓴 공저가 20권, 다른 책에 나와 있는 여러 내용들을 편집해서 묶어낸 편저가 45권, 평소 그가 남긴 말들을 담아낸 발언집이 45권입니다.
우선 책의 종류를 보면 대담집, 연설집, 발언집 등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책이 74권이나 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쓰시타의 단독 저서 59권 중 대부분의 책들 역시 글이 아닌 말로 쓴 책입니다. 마쓰시타는 경영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장 자리에 오른 뒤부터는 교토 에 진진암(眞眞庵)이라는 별도 집무실을 마련하고 주로 이곳에 머물렀습니다. 진진암이라는 이름은 진리와 진실을 추구하는 암자라는 뜻인데요.
한 기업을 잘 이끌고 성장시키는 걸 넘어서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만들고 지혜를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 드러나는 이름입니다.
이곳 진진암에 머물기 시작한 후부터 마쓰시타는 본격적으로 책들을 출간하기 시작합니다. 마쓰시타는 1961년 이곳 진진암 안에 PHP 연구소를 차렸는데요. 이 연구소는 마쓰시타가 글을 쓰는 도구이자 그의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 역할을 합니다.
진진암 시절 마쓰시타의 하루 일과는 PHP 연구소 직원들과의 대화로 시작됐습니다. 성공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기 위해서 리더는 어떤 노력을 해야만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의 도리에 맞는 것인지, 일본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우주의 원리는 무엇인지 등 세상의 온갖 크고 작은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죠.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전문 의견과 강의를 듣는 게 아니라 마쓰시타를 비롯한 모든 참가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 토론 방식이었습니다.
워낙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다뤘기 때문에 마쓰시타와 연구소 직원들 역시 대부분의 주제에 대해서 일반적인 상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마쓰시타는 이 같은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평소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을 뚜렷하게 정리해나갈 수 있었죠.
그리고 이렇게 대화를 마친 뒤에는 연구소 직원이 그날 마쓰시타가 했던 말과 다른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겨서 정리한 뒤 그에게 제출했습니다. 마쓰시타는 여기에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설명하는 내용을 덧붙이고, 글을 계속해서 고쳐나가면서 직원들과의 대화를 한 편의 글로 다듬어나갔습니다.
애초에 말로 나눈 이야기를 글로 옮겨낸 원고이기 때문에 평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들로 채워진 쉬운 문장들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례에 빗대서 설명한 내용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죠. 평소에 대화를 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복잡하고 전문적인 예시를 드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끼리 모여서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한 것도 쉬운 문장과 일상적인 사례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마쓰시타는 이렇게 정리한 내용을 우선 PHP연구소가 발간하는 잡지에 실은 뒤 그 분량이 어느 정도 모이면 원고를 묶어서 책으로 냈는데요. 이런 방식으로 일 년에 두 권 정도의 책을 꾸준히 낼 수 있었습니다.
앞서 사례로 설명드렸던 <길을 열다>와 같은 책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세상에 나온 책이죠.
엄밀히 말하면 마쓰시타의 책들은 그 혼자만의 책이 아니라 연구소 직원들과의 공동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도 함께 대화에 참여했고 이야기한 내용을 옮긴 초안 역시 직원들이 작성했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눌지 대화 주제를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직접 정했고, 토론이 끝날 때면 그날 나온 여려 이야기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고, 초안을 받은 뒤에는 거기에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더해 원고를 고쳐나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책들을 마쓰시타의 책이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마쓰시타가 책을 써낸 과정을 보면 글은 말에서 뻗어 나온 가지이며 말은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자신의 생각을 말로써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면 이를 그대로 글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굳이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복잡한 기교를 부리지 않더라도 말이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말로써 자신의 생각을 잘 풀어낼 수 있어야 하고, 쉽고 명확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깊은 고민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깊게 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죠.
이번 글에서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파나소닉 창업자가 살아생전 198권의 책을 내고, 모두 2000만 권이 넘는 책을 팔 수 있었던 그만의 글쓰기 원칙 4가지에 대해서 살펴봤는데요. 그 내용을 한 번 더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들으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쉬운 사례와 예시에 빗대 설명하라.
둘째, 독자가 있기에 작가가 있다. 결코 독자를 가르치려 하지 마라.
셋째, 글에서 자신을 꾸미려 하지 말아라.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
넷째, 글은 말에서 뻗어 나온 가지일 뿐이다. 말하는 것처럼 쓴 글이 가장 좋은 글이다.
이번 글이 독자분들께서 글과 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면서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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