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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Mar 08. 2020

쌀에는 발이 없다. 책도 마찬가지다.

자기 책에 자신있는 작가일수록 어디서든 마케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농업과 식품업계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FARM판에서 3년 넘게 파견 와서 일하다 보니 외국의 농식품 전문가 분들을 만나 뵐 때도 종종 있는데요. 아오야마 히로꼬 기자님도 그런 분들 중 한 분이십니다.


아오야마 기자님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 농업계를 취재해온 베테랑 프리랜서 기자이신데요. 한때 한국에서 사신 적도 있어서 한국말이 매우 자연스러우신 분이죠.


지난해 4월쯤 아오야마 기자님이 한국에 오셨을 때 지인분의 부탁을 받아 이 기자님을 모시고 나주, 서산, 평택 등지에 있는 농가와 농식품업체를 찾아다닌 적이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둘 다 농식품 쪽을 취재하는 기자다 보니 한국과 일본의 농업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그때 아오야마 기자님께 들었던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게 일본에서도 “농사만 잘 지으면 쌀에 발이 달려서 알아서 걸어나간다”고 말하면서 자기가 농사지은 홍보‧마케팅에는 별 관심 없는 농민 분들이 대다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농민들이 ‘농사만 잘 지으면 알아서 잘 팔릴 거라고 믿고 있다’는 말이죠.


농민들 앞에서 마케팅 기법에 대해 강연하는 모습


우리가 보통 일본이라고 하면 농산물도 아기자기하게 포장하고, 또 캐릭터까지 만들어서 재밌고 톡톡 튀는 방식으로 판매하는 사례들을 떠올리지만 이런 사례는 일본에서도 매우 적은 특별한 사례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까지 잘 알려지게 됐다는 건데요.


농민들 대부분이 홍보‧마케팅에는 별 다른 힘을 기울이지 못하는 건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일본 농업 역시 한국과 마찬 가지로 소규모 가족농, 소농 중심의 농업인데요. 농가들의 규모가 작아서 생산량이 적은 데다, 대부분이 홍보‧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많은 농민들이 농산물을 수확한 뒤에도 어디다 내다 팔지, 판로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서 쩔쩔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잘 키운 농산물이라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입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키운 보람이 없는 건데요. 팔리지 않는 상품은 생산자에게 손해만 입히죠.


취재를 위해 찾은 농가


쌀에는 발이 없다


“농사만 잘 지으면 쌀에 발이 달려서 알아서 걸어 나간다”는 말은 이렇게 판로 때문에 고민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본 아오야마 기자님께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별로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에 대해서 조언 드릴 때마다 마주쳐야 했던 ‘핀잔’이었는데요.


일본에서도 농민은 농사만 잘 지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농민 분들이 많고, 특히 연세가 많으신 분들일수록 그런 생각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자신이 도와드리려고 해도 조언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게 아오야마 기자님의 말이었습니다.


저 역시 FARM판에서 3년간 일하면서 이런 모습을 참 많이 봤던 거 같은데요. 또 반대로 소농이더라도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서 자신의 일상을 꾸준히 올리는 것만으로 자신의 농산물을 사줄 고객들을 안정적으로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꾸준히 농사 규모를 키워나가시는 분들의 사례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한국벤처농업대 같은 곳에 가서 강연을 할 때면 “쌀에는 발이 없다”는 말씀을 꼭 드리는데요. 쌀과 농산물에는 발이 없고, 사람만이 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기가 수확한 농산물을 알리기 위해선 자신이 직접 뛰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죠. 


바로 벤치마킹하실 수 있게 이를 잘 실천하고 계신 분들의 사례도 함께 소개하고 있죠.  


한국벤처농업대학교에서의 강연

책에도 발이 없다


그리고 저 역시 책이 나올 때마다 “책에는 발이 없다”는 말을 마음에 품고, 어떻게든 한 분에게라도 더 제 책에 대해서 알리려고 어디든 머리를 들이밀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책만 좋으면 책에 발이 달려서 저절로 독자들에게 찾아간다”, 아마도 적지 않은 수의 작가 분들이나, 자신의 책을 쓰는 걸 꿈꾸는 작가 지망생 분들의 머릿속에 들어있을 생각일 텐데요.


그런데 저는 결코 이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쌀에 발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에도 절대로 발이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공저까지 포함해서 약 2년 동안 세 권의 책을 연달아 내다보니까 이런 사실을 정말 깊게 깨달을 수 있게 됐는데요. 책 역시 다른 모든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잘 마케팅했는지가 판매량을 결정합니다. 


독자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훠~~~~~~~얼씬 더 마케팅의 비중이 높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진짜로요.



보통 책이라고 하면 다른 상품들과 똑같이 취급할 수 없는, 지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뭔가 ‘특별한 상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데요. 물론 책과 다른 상품들을 구별해주는 특성도 분명히 있긴하지만


책 역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인 만큼 마케팅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어쩔 수 없죠.


‘책에 발이 달려 저절로 걸어 나가는’ 경우도 분명 있긴 하겠지만 그렇게 자발적인 입소문만으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정말 찾기 힘든 사례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책에는 발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 역시 어떻게든 책 대신 제가 열심히 뛰어서 제 책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그나마 다행히 저의 경우에는 유튜브, 브런치, 팟캐스트 등의 채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채널이 아무것도 없는 작가님들보다는 조금은 더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거 같습니다. 


필자가 운영하는 <홍선표의 고급지식> 유튜브


책에 자신있는 작가는 마케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책을 내셨거나 앞으로 책을 내고 싶어 하시는 분들한테 제가 조언드리고 싶은 건 출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겁니다.


책이 시장에 나온 다음부터는 책을 쓰는 데 들인 노력보다 더 큰 노력을 내 책을 알리는 데 투자하셔야 합니다.


‘작가가 가오 떨어지게 무슨 그렇게 여기저기에 책 홍보 글을 올리고 다니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저는 자신의 책이 그렇게나 좋은 책이라는 자신감이 있다면 한 명의 독자라도 더 만날 수 있게 노력하는 게 작가로서 더 멋지고 책임감 있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쓴 책, 내가 만든 상품이 최고라는 자신감이 있다면 어디서든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책을 소개하는 게 작가의 의무니까요! 


저 역시 제 책이 분명 독자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지금 이 글처럼 제 책을 알리기 위해서 주말에도 나와서 여기저기 뛰고 있는 거고요.



책을 쓰며 항상 생각하는 게 ‘책은 결국 작가의 분신’이라는 건데요. 제가 아무리 제 책에서 그럴듯한 멋진 말들을 늘어놓더라도 책에서 말한 내용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책은 별로 좋은 책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저의 두 번째 책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에서 소개한 23개의 사례를 보면 탁월한 인물들은 모두 최고의 전략가일 뿐 아니라 결코 지치지 않는 실행가라는 걸 아실 수 있는데요!


제가 책에서 다룬 이 같은 탁월한 리더, 뛰어난 창업자, 성공적인 기업인들의 사례를 본받아 저 역시 지치지 않고 계속 어디든 머리를 들이밀고 들어가 보겠습니다!!


책에는 발이 없고, 발은 사람인 작가한테 달려있는 거니까요!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내게 유리한 판을 만들라>를 읽으시면 손정의, 앙겔라 메르켈, 빌 게이츠, 레이 달리오, 윈스턴 처칠, 이나모리 가즈오 등 탁월한 리더와 창업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 23가지의 사례를 쉽고, 깊이있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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