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디오클립 써먹는 경제경영 원고

라이킷 21 댓글 1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홍선표 Mar 30. 2018

투자의 전설이 말하는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필립 피셔와 켄 피셔 부자의 투자 철학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투자의 대가가 말하는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인생과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의 시세가 급락하고 꾸준히 상승하던 미국 증시가 갑자기 일주일 만에 10%가량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 증시도 함께 떨어지고 있는 최근 현실과 들어맞는 주제라고 생각됩니다.

오늘 방송의 주인공은 아버지와 아들 둘 다 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필립 피셔와 켄 피셔 부자입니다. 아버지 필립 피셔는 20세기 중후반에 활약한 투자자입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해서 투자한 다음 기업 가치가 오를 때까지 매우 장기간 기다리는 성장주 투자의 창시자로 불리죠.

그의 아들 필립 피셔는 아버지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산운용사 피셔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해 오늘날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거물 투자자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아들이 아버지보다 훨씬 크게 성공을 거뒀는데요. 아버지 필립 피셔가 평생 조그만 사무실에서 혼자 일했던 것과 달리 아들 켄 피셔는 전 세계 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만들었고 2014년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미국 자산 순위 240위 부자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성장주 투자의 창시자로 불리는 필립 피셔

저는 최근에 이들 부자가 쓴 책을 모두 네 권 읽었습니다. 필립 피셔의 책은 1958년에 나온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그리고 1975년에 나온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를 읽었습니다. 켄 피셔의 책은 2008년 나온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와 2017년 나온 <역발상 주식투자>를 읽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지만 둘의 투자 철학은 매우 다릅니다. 필립 피셔는 소수의 기업을 치밀하게 조사한 다음에 그중에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만을 추려냅니다. 일단 자신이 선택한 기업들에 한 번 투자하면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선택을 믿고 기다리는 스타일입니다. 실제로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모토로라 같은 주식은 1970년대 사들여서 30년 넘게 보유해 수천 퍼센트의 수익률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에 비해 켄 피셔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분산 투자의 신봉자입니다.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산업 분야 그리고 그 안에서도 여러 기업에 돈을 나눠서 투자합니다. 아무리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더라도 한 기업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전체 투자금의 5% 이상을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철학입니다.

투자한 기업 중 몇 곳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 수익률이 플러스면 문제 될 게 전혀 없다는 방식이죠. 매년 계속해서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조금씩만, 단 몇 퍼센트 포인트만이라도 앞서 나가기만 하면 엄청난 성공이라는 게 켄 피셔의 투자 철학입니다.

대중매체에 대한 냉소와 독설로 유명한 켄 피셔

피셔 부자의 책을 연달아 읽으면서 투자의 대가들에겐 세상과 인간, 역사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뚜렷한 관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경제서나 투자서로 분류된 책들이지만 이 책들이 저에겐 마치 철학서적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실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투자도 일단 고수의 경지에 오르면 실무적인 스킬보다도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관점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인류 역사상 수많은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겨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좌절을 안기고 있으며, 미래에도 사람들을 꺾어버릴 주식시장만큼이나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분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주식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는 건 그만큼 인간 집단의 특징과 인간 개인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말과 같은 말인 거 같습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경제경영 분야에 대한 다양한 팟캐스트를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상반기 top10에 선정된 채널입니다.)

투자의 대가가 말하는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필립 피셔와 켄 피셔 부자. (by 홍선표)

부자 사이인 필립 피셔와 켄 피셔는 둘 다 모두 주식투자의 대가로 불린다. 특히 아들 켄 피셔는 포브스 선정 미국 부호 순위 200위대에 오르며 오늘날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번 클립에선 켄 피셔가 투자자들에게 역사를 공부하라고 호소하는 이유에 대해서 살핀다.

audioclip.naver.com

필립 피셔

특히 아들 켄 피셔 같은 경우엔 책을 통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을 풀어냈는데요. 사실 이 분의 책을 읽다 보면 켄 피셔가 때로는 굉장히 냉소적이면서 시니컬한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대중매체와 이른바 전문가 집단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냉소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직설적인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저는 켄 피셔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이 학교에 다닐 때부터 역사를 공부하지만 정작 왜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역발상 주식 투자

켄 피셔는 그의 책 <역발상 주식투자>에서 경제와 금융의 역사를 알기 위해 필요한 고전 수십 권에 대해 소개하면서 각각의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짧게 짧게 요약해주고 있습니다. 그 목록만 보더라도 그가 지난 간 역사에 대해서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그가 이렇게 역사에 대해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켄 피셔가 자신의 책을 통해서 역사에 대해 다룬 수십 권의 책을 소개하고 또 책 곳곳에서 과거의 사례를 인용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어떤 큰 위기가 닥치더라도 과거 역사를 통해 비슷한 사례와 그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갔는지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으니 너무 허둥대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일단 자신에게 위기가 닥치면 그 일이 인류 역사상 터졌던 위기 중에서 가장 큰 것인 것처럼 당황하고 허둥대면서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란 게 그의 생각입니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켄 피셔는 당시 전 세계 모든 언론이 거의 세상이 망한 것처럼 공황상태에 빠져서 기사를 썼지만 사실 알고 보면 20세기 이후만 놓고 봐도 그 정도 규모의 금융 공황은 몇 차례나 있었다고 말합니다.

1929년에 시작돼서 5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무려 80%나 빠져버린 대공황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지금 우리로 치면 대충 말해 2600포인트까지 갔던 코스피 지수가 5년 만에 500포인트까지 떨어진 셈입니다.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

31가지 핵심 키워드로 배우는 필수 경제상식!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숫자’들을 속속들이 배워보자! 경제 지식이 우리의 삶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운 경제 뉴스도 쉽게 이해하고 싶어 하고, 복잡한 경제용어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막상 공부하려니 어려울 것...

m.yes24.com

사실 멀리 갈 거 없이 2000년대 초반만 보더라도 닷컴 버블이란 엄청난 금융위기가 있었죠. 그 당시 한국만 보더라도 1996년에 설립된 코스닥이 2000년대 초반엔 2800포인트까지 치고 나갔습니다. 2000년에는 코스닥에 상장된 지 세 달 밖에 안됐던 새롬기술이란 회사가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을 넘기도 했었고요. 그랬던 코스닥이 버블이 꺼지면서 불과 1,2년 만에 300포인트까지 떨어졌었으니 그때 주식시장이 얼마나 심하게 급락했는지를 알 수 있죠.

켄 피셔는 자신의 책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기관이든 개인이든 모든 종류의 투자자들과 대중 매체들이 과거 역사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각종 경제 위기들이 훨씬 더 악화됐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습니다. 대공황, 1970년대의 오일쇼크,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수많은 위기를 거치고도 결국 세계 경제는 제자리를 찾았고 성장을 계속해왔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보다 침착하게 대응했으면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모두가 패닉에 빠지는 바람에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졌다는 말입니다.

켄 피셔가 그런 악순환의 대표적인 사례로 든 게 앞서 말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입니다. 그는 그때 우리가 좀 더 침착하게 대응했다면 문제를 그처럼 키우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또 그는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도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독창적인 진단을 내놓는데요.

우리 인간의 본성은 대부분 원시시대 때 형성됐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그러니까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과 금융업계의 탐욕이 금융위기를 부른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금융위기 전 미국 정부가 회계 관련 법률을 바꾸면서 은행 등 금융기업이 보유한 자산에 대한 평가 기준을 성급하게 고친 것이 금융위기의 진짜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켄 피셔의 책을 읽다 보면 스스로의 힘으로 포브스 미국 부자 순위 200위대에 오른 그가 어떤 사고방식으로 투자를 해왔는지를 알 수 있는데요. 그의 관점에 대해선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볼 있습니다.

그는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 장을 이기다>란 책을 통해 자신은 투자를 결정하기 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꼭 해본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만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맞이하는 수많은 선택들에 적용해볼 수 있는 조언인 거 같습니다.

첫 번째 조언은 남들이 다 맞다고 믿는 것들이 진짜 맞는 건 지 다시 한번 따져보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실에 대해선 꼼꼼히 따지면서 검증해보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말입니다. 그의 책을 읽다 보면 정부의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게 과연 정말로 그 국가의 경제성장에 해로운지 그리고 유가가 오르면 기업들의 성장이 힘들어지는 건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데요. 일반적으로는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유가가 오르면 경제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그는 자신의 책을 통해 그렇지 않은 이유를 통계적으로 밝혀내고 있습니다.

남들이 다 맞다고 하는 게 진짜 맞는 걸까?

그의 두 번째 조언은 남들은 모르고 있지만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는지를 생각하고, 그런 사실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계속해서 고민하라는 것입니다. 그는 항상 자신만의 독특한 분석기법을 만들어 특정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왔는데요. 그의 책을 읽으면 어떻게 하면 이런 기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그의 책에선 그가 어떻게 닷컴 버블 직전 주식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그는 자신만의 분석기법을 사용해 주식시장이 과열됐다는 걸 미리 알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켄 피셔는 우리의 뇌에는 아직도 원시 시절의 본능이 그대로 남아있어 때론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킨다고 말합니다. 그의 이 말은 진화생물학에서 말하는 도마뱀 뇌란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도마뱀 뇌란 개념은 우리 인류가 파충류에서부터 포유류를 거쳐 지금의 인류로까지 진화해왔지만 우리 뇌에는 아직도 파충류와 포유류 시절의 습성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개념입니다.

도마뱀 뇌는 우리 뇌에서 뇌간 부분을 가리키는데요. 인류가 갖고 있는 대뇌피질이 우리 인간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하는데 비해 이 도마뱀 뇌는 사람을 충동적인 판단과 근거 없는 공포로 이끈다고 합니다.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도마뱀뇌를 잘 제어해야만 인생과 투자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전쟁터만큼 인간의 본성을 잘 보여주는 곳은 없다

켄 피셔는 도마뱀뇌를 제어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 지금 자신이 하려는 행동이 나의 이성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원시시대부터 이어져내려온 본능에 따른 것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수백만 년 동안 살아남는 게 최우선 목표였던 우리 인류의 뇌에는 조금의 위험도 감당하지 않으려는 본능과 한 번 옳다고 믿은 것은 계속해서 믿으려는 본능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이익에 대한 기쁨보다 손실로 인한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원시적 본능 때문입니다. 무분별한 공포와 확증편향이 당신을 집어삼켜 이성적인 판단을 막고 있는 건 아닌지 항상 경계하라는 게 그의 조언입니다.

어떻게 하면 도마뱀뇌를 잘 제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세계적인 경영 그루로 꼽히는 세스 고딘의 린치핀이란 책이나 아니면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출신인 테리 범햄의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를 추천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조언이 켄 피셔가 그의 책에서 줄곧 이야기하는 자신만의 투자 비결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믿는 걸 그대로 따라 믿고, 일단 공포에 사로잡히면 이성적인 판단이 마비되는 인간 군상의 모습에 대해 냉철하게 파악하는 것의 그의 성공 비결인 것이죠. 또한 앞서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건 남들이 모르는 사실이 무엇일지 항상 고민하는 태도와 자신의 판단이 때론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는 자세입니다.

오늘은 투자의 대가가 말하는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방송을 진행했는데요. 오늘 순서는 여기서 이만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모두 오늘 하루도 성공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