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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Apr 02. 2018

페이스북 임원들이 페북 안 하는 이유

실리콘밸리 거물들은 자녀를 컴퓨터, 스마트폰 못 쓰는 학교에 보낸다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페이스북 임원들이 페북을 안 하는 이유, 실리콘밸리 거물들은 자녀들이 컴퓨터,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한다>라는 주제로 방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회원정보 유출 파문으로 큰 위기를 겪고 있는 페이스북의 상황과 매출의 98%를 광고에만 의존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매출 구조가 이 같은 정보 유출의 근본 원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의 지나친 사용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또한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정작 자기 자녀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학교에 보낸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페이스북은 최근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한국 인구와 맞먹는 회원 50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건데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려앉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페이스북이 이 같은 위기에 처한 건 이용자 5000만여 명의 정치 성향 등을 담은 개인 정보가 유출돼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가 선거 전략을 짜는 데 사용됐다는 의혹이 폭로됐기 때문입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측과 계약을 맺은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이 같은 정보 유출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14년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심리 테스트 앱’을 뿌렸는데요. 겉보기에는 페이스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성격 검사 앱처럼 보였지만 사실 일단 이 앱을 깔아서 이용하면 이용자들의 성별, 거주지, 직업 같은 기본 정보뿐 아니라 친구 목록과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가 무엇이었는지까지 페이스북에 저장된 대부분의 정보가 회사 측에 전달되게 됩니다.


영국의 뉴스 매체인 가디언에 따르면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이용자가 활발한 사람인지, 조용한 사람인지 성격을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정치·종교 성향, 성적인 취향, 부모가 이혼했는지 등까지 개인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데 사용됐습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이 글을 오디오로 듣고 싶으신 분은 본문 하단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이렇게 분석된 자료는 도널드 트럼프 캠프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약점을 공격하는 기사나 광고를 누구에게 보낼지, 특정 성향의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긴 위해선 어떤 문구를 써야 할지, TV광고는 어떻게 만들지,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어느 지역에서 어떤 내용으로 유세를 해야 할지 등 맞춤형 선거 전략을 마련하는 데 사용됐다고 합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유권자가 약 2억 명이라고 하면 유권자 네 명 중 한 명의 정보가 페이스북을 통해서 유출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보 유출은 데이터 분석업체가 주도한 거고 이게 문제가 된다면 그 회사나 아니면 그 회사의 데이터를 받아 선거 전략을 짜는 데 사용한 도널드 선거 캠프가 문제가 돼야지 왜 페이스북이 이렇게 타격을 입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한 회사가 악성 앱이나 해킹 등을 통해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정보를 빼내간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정보 유출에 사용된 애플리케이션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thisisyourdigitallife)가 처음 배포된 것은 아마존이 운영하는 메카니칼 터크(Mechanocal Turk)라는 사이트였습니다. 이곳은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연구조사나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곳입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이곳에서 해당 앱을 설치해 설문조사에 참여할 미국인 페이스북 이용자를 모집했습니다. 앱을 설치한 이용자에겐 대가로 1~2달러씩을 지불했습니다. 


메카니칼 터크에서 이 앱을 내려받아 설치한 이용자는 27만 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5000만 명의 개인정보가 넘어간 걸까요? 그 이유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배포한 앱이 페이스북으로 로그인한 앱 이용자뿐 아니라 그들과 친구를 맺은 다른 이용자들의 정보에까지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 페이스북의 기본적인 사업 전략을 살펴볼까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개인 맞춤형 광고나 앱 배포 광고들은 페이스북의 주 수입원입니다.


기업들은 항상 소비자들에 대한 더 많은 정보에 목말라 있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많이 팔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평소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누구랑 어울리는지 등 소비자들에 대해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갖고 있을수록 좋으니까요.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경제경영 분야에 대한 다양한 팟캐스트를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상반기 top10에 선정된 채널입니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에 대한 정보를 갈망하는 건 자신들이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확률이 가장 높은 소비자 집단을 대상으로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젖병이나 기저귀, 분유, 장난감 같은 유아용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라면 어린 아이를 키우거나 출산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부부에게 상품을 알리는 광고를 하는 게 효과가 훨씬 좋을 겁니다. 그리 비싸지 않은 남녀 정장을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라면 회사에 갓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옷을 소개하는 광고를 하는 게 좋겠죠. 


그리고 광고주들의 이런 니즈(needs·욕구)를 누구보다 잘 아는 페이스북은 이를 이용해서 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바로 광고주들이 돈을 많이 낼수록 보다 타겟팅된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게 해준 것이죠. 기업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확률이 가장 높은 소비자들에게 광고가 전달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겁니다. 

그럼 여기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라고 하면 인공지능, 가상현실(VR) 같은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최첨단 IT(정보통신기술)기업이고만 생각하시는데요. 그런데 사실 업의 본질이란 기준으로 봤을 때 페이스북은 광고 회사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광고주들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광고판을 판매하는 회사라고 볼 수 있죠.


실제로 매출 내역을 보면 이런 사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데요. 2017년 페이스북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연 매출 406억 달러, 한국 돈으로 43조 5000억 원 가운데 98%인 42조 6000억 원이 광고를 통해서 벌어들인 돈입니다. 대부분의 돈을 광고로 벌어들이는 건 다른 IT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 또한 광고로 벌어들이는 돈이 전체 매출의 80%가 넘습니다.


광고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광장에서 물건을 파는 것과 같습니다. 광장에 사람이 많이 몰려들면 어떤 물건을 깔아놔도 잘 팔리는 것처럼요. 일단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고 싶어 하는 기업들도 찾아올 테고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업체는 기업들에게 광고를 걸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서 사업을 키우는 구조입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최대한 오랫동안 머무르게 해야 광고주들에게 광고를 팔아서 벌 수 있는 돈도 늘어나는 구조다 보니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은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하는데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때로는 이용자들을 중독과도 비슷한 상태로 몰고 간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최근 들어 많은 비판을 받는 것도 지나친 SNS 이용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입니다.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제가 오늘 방송의 제목으로 뽑은 ‘페이스북 임원들이 페북을 안 하는 이유’라는 제목은 지난 1월 영국 뉴스매체인 가디언이 보도한 뉴스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제목입니다. 가디언은 지난 1월 23일 ‘왜 소셜미디어 경영진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놨습니다. 가디언은 이 기사에서 페이스북 고위 임원 중에서 누구도 다른 이용자들처럼 개인적으로, 정상적으로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부분의 임원들이 친구 신청을 받지 않을뿐더러 공개하고 있는 게시물도 거의 없고, 친구 수와 같은 기본 정보도 비공개 상태라는 것이죠. SNS가 개인의 정서와 심리에 미치는 중독 같은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페이스북 고위 임원들이 SNS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는 설명이 붙은 기사였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의문을 나타내는 분도 계실 텐데요. “뉴스를 보면 마크 저커버그가 자기 페이스북에 게시물도 많이 올리고 하던데 그건 뭐냐. 창업자가 열심히 페이스북을 하고 있는데 왜 안 하냐고 하냐”는 의문입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다른 고위 임원들에 비해서 페이스북을 열심히 하는 편이죠. 그런데 그 마크 저커버그조차도 페이스북을 정상적으로, 개인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경제매체인 블룸버그 뉴스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개인 계정을 관리하는 직원만 최소 12명입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올릴 글과 연설문을 사전에 작성하고 점검하는 일입니다. 일상에서 가족들과 편하게 찍어서 올린 것처럼 보이는 사진도 완벽하게 미리 세팅해놓은 상황에서 전문 사진가가 찍어서 올리는 사진이라고 합니다. 마크 저커버그에게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은 그저 개인 계정이 아니라 회사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우 공식적인 창구라는 설명입니다. 지난 2016년 3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마크 저커버그가 최악의 스모그 속에서 도 천안문 광장을 조깅하는 사진을 찍어서 올린 적이 있는데요. 이 역시 개인적은 일상을 공유하기보다는 중국 정부에 페이스북에 대한 차단 조치를 해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였습니다.


SNS가 인간의 약한 마음을 파고들어 이용자를 중독 상태에까지 이르게 한다는 비판은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젠 페이스북에서 나온 전직 고위 임원들의 증언이라 더 믿을만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숀 파커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어떻게 가능한 한 많은 시간과 의식적 관심을 소비하게 만들까'에 집중한다"며 "누군가의 사진이나 글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기는 과정에서 약간의 도파민 같은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소셜미디어에 대한 양심적 이용 거부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 부사장이던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도 "우리가 만든 단기적이고, 도파민이 움직이는 피드백 순환 고리는 사회 작동 방식을 파괴하고 있다"며 "사회 담론과 협력은 사라지고, 잘못된 정보와 거짓만 남았다"고 페이스북에 대해 직접 비판했습니다.

 오늘 방송을 준비하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났습니다. 바로 ‘페이스북이나 구글, 아마존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기업들을 이끌어가는 회사의 거물들은 자기 자녀들을 어떻게 키울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만약 이들이 SNS나 디지털 기기 이용의 부작용에 대해서 정말로 잘 알고 있다면 자기 자녀들은 평범한 아이들과는 다르게 키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리고 자료 조사를 통해서 이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만 실리콘밸리의 첨단 IT기업에서 일하는 임원과 전문가들일수록 자기 자녀는 최대한 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에서 멀리 떨어뜨려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에선 벌써 몇 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인데요. 이미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1년 미국 뉴욕타임스는 ‘컴퓨터를 하지 않는 실리콘밸리 학교’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기사를 비롯한 다른 자료들을 찾아보니 실리콘밸리 IT기업에서 일하는 임원과 전문가들은 아이가 열두 살이 되기 전까지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이에 대해서 가르치지도 않는 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발도로프 교육이라고 불리는 대안 교육의 한 형태인데요. 발도로프 학교들은 교육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지 사람과 기계 사이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곱 살이 되기 전까지는 주로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신체활동을 주로 하고 초등학생 때는 감성을 길러주기 위한 예술교육을 강조하는 방식입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가 돼서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치는데요. 이때도 그냥 활용법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SNS 공간에 올리는 글과 사진이 자신의 미래와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디지털 리터러시’ 과목을 먼저 가르친다고 합니다. 첨단 IT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정작 자기 자녀들은 컴퓨터, 스마트폰, SNS 등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환경에서 키우고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오늘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모두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길 바라겠습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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