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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Apr 09. 2018

내 아파트대출,마이너스통장 금리 올리는 미국인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가 내 대출 금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내 마이너스 통장, 아파트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열두 명의 미국인>이라는 주제로 미국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의 일상적인 경제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5~1.75%로 이전보다 0.25% 포인트 올리면서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의 기준 금리보다 낮아지는 이른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게 됐는데요. 이 같은 금리 역전이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우리가 은행에서 빌린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 금리가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중앙은행) 심볼

  전 세계 금융시장과 투자업계를 한 손에 쥐고 흔드는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격언이 있습니다. 바로 ‘중앙은행에 맞서지 마라’(Don’t fight the Fed)는 격언인데요. 여기서 Fed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를 칭하는 말입니다. 한국 언론에선 연방준비제도라는 표현 대신 미국 중앙은행이란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므로 저도 오늘 방송에선 미국 중앙은행이란 단어와 Fed란 약어를 사용하겠습니다. 


  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월스트리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는 표현이 오랫동안 사용된 걸 보면 미국 중앙은행이 갖고 있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의 비결은 바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권한에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 역시 한국은행 같은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기준 금리를 결정하고 통화 발행량 그러니까 새로운 돈을 얼마나 찍어낼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과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Fed의 힘이 어느 중앙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건 이들의 결정이 기축통화, 즉 사실상 세계 공용화폐인 달러의 수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미국 중앙은행 건물

  Fed가 전 세계 시장에 풀리는 달러의 양을 조절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요. 오늘은 그중 하나인 기준 금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선 정부로부터 독립된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정하고 있습니다. 기준 금리는 중앙은행이 그 나라에 있는 여러 민간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 그러니까 돈을 빌려주고 얼마의 이자를 받을지를 결정합니다. 

 

 돈을 빌려주는 줄만 알았던 은행이 돈을 빌린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은행도 돈을 빌립니다. 모든 돈을 자기가 갖고 있는 돈으로만 빌려주는 은행은 아마 전 세계를 통틀어도 없을 겁니다. 은행들은 다른 고객들이 맡긴 돈이나 중앙은행에게 빌린 돈을 갖고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는 은행이 갖고 있는 보유자산을 담보로 잡히는 대신 돈을 빌려 씁니다. 이때 중앙은행에 내야 할 이자율이 바로 기준 금리가 됩니다. 


  애초에 은행들 또한 고객들에게 빌려줄 돈을 중앙은행에서 대출받아서 마련해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준 금리를 올라가면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 금리도 올라가게 됩니다. 반대로 기준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금리도 낮아집니다. 가끔 신문 기사에 은행들이 기준 금리가 올라갈 때는 잽싸게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도 기준 금리가 떨어질 때는 아주 천천히 대출 금리를 내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구조 때문입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경제경영 분야에 대한 다양한 팟캐스트를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상반기 top10에 선정된 채널입니다.) 


지난 2월 취임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통해서 시중에 풀리는 통화량, 쉽게 말해 돈의 양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돈을 빌리는 개인과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출받으려는 사람이 줄어들게 됩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내야 되는 이자가 줄어드니까 대출받으려는 사람은 늘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 중앙은행들은 경기가 불황일 때는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고 반대로 경기가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생각될 땐 기준 금리를 올려서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미국 중앙은행도 일 년에 여덟 번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약어로는 FOMC라는 회의를 통해 기준 금리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 FOMC 위원회는 미국 중앙은행 의장을 포함한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한국의 경우 한국은행이 일 년에 여덟 번 개최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통해 기준 금리를 결정하고요.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서 모두 7명이 위원으로 참석합니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결정되는 FOMC 회의가 열릴 때는 전 세계 주요 언론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전 세계 금융투자시장에 얼마나 많은 달러가 풀리느냐가 글로벌 주식, 채권, 부동산 시장이 성장할 것인지 아니면 침체에 빠질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사실 과거 10년 동안 미국 기준 금리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비정상적일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은 이 같은 경기 불황을 해결하기 위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7년 동안이나 기준 금리를 0%로 정하는 ‘제로(0) 금리’ 정책을 사용합니다. 소비와 투자를 통해 경제성장 엔진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급진적이라고 평가받는 통화정책을 사용한 겁니다. 

  

최근 수년간 한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동시에 예금과 적금 금리 역시 매우 낮은 수준으로 매겨졌었죠. 은행에 저축해봐야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간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도 미국 제로 금리의 여파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는데요. 미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 성장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고 판단한 미국 중앙은행이 조금씩 조금씩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12월 기준 금리를 0.25%로 올리면서 제로 금리에서 7년 만에 벗어났고 2018년 3월 20일에는 기준 금리를 1.5~1.75%로 올렸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은 올해에 한 번에 0.25% 포인트씩 최소 세 차례 가량 금리를 올릴 것이란 방침을 내놨습니다. 올해 연말이면 미국 기준 금리가 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초저금리의 시대가 저물어 간다

  미국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국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졌습니다. 2018년 4월 8일 기준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는 1.5%로 미국 기준금리인 1.5~1.75%보다 낮아졌습니다. 한국 기준 금리가 미국 기준 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미국 기준 금리는 당분간 계속해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이 가만히 있으면 금리 역전 폭은 더욱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게 걱정거리가 되는 건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움직이는 돈의 기본 특성 때문입니다. 여기서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우선 미국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 흔히 말하는 미국 국고채의 금리도 덩달아 올라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 채권 시장에 달러를 투자한 외국인들이 그 돈을 빼서 한국 국고채보다 투자 수익률이 더 높은 미국 국고채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미국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외국인들도 앞으로는 투자금을 빌리는데 드는 이자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렇게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했던 돈을 다시 빼가는 현상을 자본유출이라고 말하는데요. 단기간 동안 대규모 자본유출이 일어나게 되면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정부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긴 했지만 이에 따른 대규모 자본유출은 가능성이 낮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돈을 뺄지 말지 결정할 때는 기준 금리보다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얼마나 좋을지를 보고 결정한다는 설명입니다. 채권 시장에 투자한 외국 자본 또한 대부분 중장기 투자자들이어서 단기간에 돈을 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면서 한국은행으로선 ‘우리도 기준 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됐습니다. 미국 기준 금리가 인상됐다고 해서 한국도 바로 기준 금리를 올리기에는 상황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기준 금리를 올리기에는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인데요. 경제 성장률, 실업률, 소비심리 등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기준 금리를 인상할 정도로 충분히 좋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고 금리를 올릴 경우 국민들이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일단 미국 기준 금리가 상승 추세로 돌아선 만큼 한국은행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국민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고 있는 이자도 높아질 텐데요. 주택담보대출 금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코픽스라고 불리는 금리에 대출자의 신용도를 반영한 가산 금리를 더하는 식으로 결정되는데요. 기준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코픽스 금리 역시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미국 워싱턴에서 일 년에 여덟 번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는 12명의 미국인들이 어떻게 내가 은행에서 빌린 주택담보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금리를 결정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제가 오늘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분들 모두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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