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한국의 환율주권을 건드리는 걸까?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2000억 줄어드는 이유. 환율은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 미국이 한국 환율주권을 건드리는 이유>라는 주제로 방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환율이 결정되는 기본적인 과정에 대해서 살펴본 뒤 이렇게 결정된 환율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잘 되고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이 잘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가 환율 주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에 외한시장 참여 내역을 낱낱이 밝힐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환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최근 있었던 국제 경제 이슈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수의 국민 분들이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넘어가버렸을 이슈지만 사실 한국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이슈였습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4월 13일 미국 재무부는 한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 스위스 등 13개국의 환율 정책을 평가한 환율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이 보고서는 2016년부터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나오는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를 내놓는 목적을 미국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간단히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환율을 조작해서 자기 나라 제품의 미국 수출은 늘리고, 미국 제품을 자기 나라에 수입하는 것을 늘리는 고약한 나라에게 경고 하자. 그런 고약한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서 불이익을 주자. 그렇게 하면 그 나라도 더 이상 환율을 조작하지 못할 거고 전 세계에 수출되는 미국 제품도 늘어날 거다.’
예전 방송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최근 미국은 수입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기는 등 보호무역 움직임도 강화하고 있는데요.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주변국들의 환율 정책에 대한 개입을 강화한 데는 같은 배경이 있습니다. 미국이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기보단 매년 막대한 액수의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지난해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에서 4662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00조 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정확하게는 경상수지에서 이 같은 적자를 봤습니다. 국제 무역에서 매년 이렇게 막대한 적자를 내자 미국 국민들과 정치권, 수출 기업 사이에선 해외 상품의 수입을 줄이고 미국 상품의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국민들의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미국 정부로선 이 같은 여론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고요. 최근에 미국 정부가 보이고 있는 보호무역 강화와 다른 국가들의 환율 정책에 대한 개입 또한 자국 제품의 수출을 늘리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입니다.
다행하게도 이번 보고서에선 한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진 않았습니다. 사실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로 아직까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라고 말했지만 2018년 4월 기준으론 아직까진 중국도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국은 첫 보고서가 나온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중국, 일본, 독일, 인도, 스위스 다섯 나라와 함께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랐습니다. 관찰대상국은 쉽게 말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정도로 심각하게 외한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 정부가 꾸준히 지켜보면서 감시해야 하는 나라’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230억 달러, 약 24조 원의 흑자를 거뒀고 경상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1%를 넘는 등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으로 밝힌 3개 조건 중 2개를 충족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미국과의 무역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게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한 덕분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경제경영 분야에 대한 다양한 팟캐스트를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상반기 top10에 선정된 채널입니다.)
그럼 이쯤 해서 환율이 한 나라의 수출과 수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실 경제학적으로는 환율을 세 가지 정도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명목환율, 실질환율, 실효환율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익숙한 환율인 명목환율을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흔히 달러당 1000원, 1100원, 1200원 이런 식의 원/달러 환율로 표현되는 환율입니다. 우리가 해외여행에 드는 돈을 계산할 때 챙겨보는 원/달러 환율, 원/엔 환율, 원/유로 환율이 모두 명목환율입니다.
환율은 쉽게 말해 우리나라 돈으로 다른 나라 돈을 살 때 얼마만큼을 주고 사야 하는 지를 결정하는 돈의 가격을 말합니다. 좀 더 경제적으로 이야기하면 ‘서로 다른 두 나라 화폐의 교환비율’을 말합니다. 각 나라의 돈 역시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됩니다. 사려고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가격이 올라가고 팔려는 사람이 많을수록 가격이 낮아진다는 말입니다. 환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선 복잡한 이론들이 많지만 오늘은 아주 간단하게만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신이 만든 제품을 외국에 수출하고 또 외국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제품을 수입하는 국제 무역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나라의 화폐 가치가 올라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물건을 팔려는 사람보다 많으면 상품 가격이 올라가는 것처럼 돈 역시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으면 그 가치가 올라가게 됩니다. 돈일 경우에는 가격이란 말 대신 통화가치란 표현을 쓰는데 통화가치가 올라가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 만든 스마트폰이 해외에서 엄청나게 큰 인기를 끌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주문이 들어온다고 해보겠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한국에서 만든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선 한국 돈인 원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원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수요가 늘어난 만큼 원화 가치는 올라가게 됩니다. 물론 국제무역을 할 때는 대부분 달러로 제품을 사고팔지만 그렇게 벌어들인 달러도 결국 수출 기업이 원화로 바꿔서 한국에 들여오기 때문에 사실상 원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는 거죠. 여기서는 좀 더 쉽게 말씀드리기 위해 해외 국가들이 직접 원화를 구하려 한다고 예를 든 것이고요.
한국 제품이 수출이 잘 된다는 말은 결국 한국 돈인 원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거고 이는 결국 원화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는 말입니다.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반대로 스마트폰이든 자동차든 세탁기든 한국에서 만든 제품들이 해외 시장에서 거의 인기가 없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한국산 제품이 인기가 없으니 해외 국가들에선 한국 돈을 구해야 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이럴 땐 한국 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자연히 원화가치도 떨어지게 됩니다. 수출이 잘 되면 원화가치가 오르고 수출이 잘 안 되며 원화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건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원화가치와 환율의 관계인데요. 제가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원래 1달러에 1000원 하던 환율이 1달러에 800원이 됐다고 하면 원화가치와 환율은 각각 어떻게 변한 걸까요? 원화가치는 20% 올랐고 환율은 20% 떨어졌다는 게 정답입니다. 이전에는 1000원을 줘야만 1달러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800원만 줘도 1달러를 살 수 있게 됐으니 원화 가치는 200원만큼 그러니까 20% 오른 거고요. 원/달러 환율은 1000원에서 800원으로 200원 줄어들었으니 20% 떨어진 겁니다.
그냥 간단히 말씀드리면 환율이 떨어졌다고 하면 원화가치는 오르는 거고요. 환율이 올랐다고 하면 원화가치가 떨어졌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같은 방향과 폭으로 돈의 가격이 변하는 것에 대해 원화가치와 환율이 서로 반대되는 표현을 사용하는 거라 처음 들으시는 분은 헷갈려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는 수출이 잘 되면 왜 원화가치가 오르고 즉 환율이 떨어지고 수출이 잘 안 되면 왜 원화가치가 내려가고 다시 말해 환율은 오르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이젠 다른 모든 조건이 똑같다고 할 때 그러니까 한국 제품의 성능이나 생산비용이 같은 상황에서 환율이 오르거나 내리면 수출과 수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제가 냉동 떡볶이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제가 만드는 냉동 떡볶이는 한 팩에 만원이고 이 가격으로 해외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지금 환율은 1달러에 1000원이니까 해외에 떡볶이 한 팩을 수출하고 10달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율이 50% 떨어져서 1달러에 500원이 됐다고 하면 수출은 어떻게 될까요? 수출이 늘어날까요? 아니면 줄어들까요? 이렇게 환율이 갑자기 50%나 떨어지면 수출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일까요? 이전엔 한국 돈 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10달러만 있으면 됐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원/달러 환율이 500원이 되면 한국 돈 만 원을 구하기 위해선 20달러가 필요하게 되죠. 해외 소비자 입장에선 한국산 떡볶이 가격이 갑자기 10달러에 20달러로 오르게 되는 거니까 떡볶이를 잘 안 먹게 되고 당연히 수출도 잘 안 되게 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환율이 500원 올라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이 됐다고 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에 도움이 됩니다. 옛날에는 한국 돈 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10달러가 필요했는데 환율이 저렇게 오르면서 6.6달러만 있으면 한국 돈 만 원을 구할 수 있으니까요. 해외 소비자 입장에선 떡볶이 가격이 10달러에서 6.6달러로 낮아지게 됐으니까요.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에는 불리하지만 수입에는 유리하고 반대로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수입에는 불리해지는 건 방금 말씀드린 것과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제가 오늘 방송의 제목을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2000억 원 줄어드는 이유는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것처럼 환율이 국내 기업들의 수출과 수입,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삼성전자가의 영업이익이 2000억 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환율이 떨어지면서 각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을 수천억 원씩 낮춰 잡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대기업 상당수가 환율이 떨어지면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발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6900억 원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떨어지는 게 그러니까 원화가치가 오르는 게 경제의 모든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닙니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기 때문입니다. 수입 생필품의 가격이 낮아져 국민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측면도 있습니다. 또 각종 해외 원자재의 수입 가격이 낮아져 기업들의 제품 생산비용도 줄어들게 됩니다.
보통 환율이 낮아지면 기업 중에서는 항공업체, 여행업체, 식료품 제조업체 등의 실적이 좋아지게 됩니다. 환율이 낮아지면 해외여행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 항공업체와 여행업체의 실적이 좋아지게 되고요. 식료품 제조업체는 해외에서 각종 원재료를 수입해오는 원재료 수입비용이 줄어들게 되니까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환율이 결정되는 과정을 설명한 이론은 오늘 말씀드린 것보다 매우 복잡하고 심층적인데요. 오늘은 청취분들이 일상생활에서 경제 뉴스를 보시면 큰 흐름을 파악하시는 데 도움이 될 정도의 내용만 정리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오늘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분들 모두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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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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