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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Apr 23. 2018

갑질의 비용. 포악한 리더는 어떻게 조직을 망치나.

구글이 찾아낸 일 잘하는 팀, 팀장의 비결.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갑질의 비용, 포악한 리더는 조직과 경제를 어떻게 망치나. 구글이 찾아낸 일 잘하는 팀, 일 잘하는 리더의 비결>이라는 주제로 방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방송을 녹음하고 있는 2018년 4월22일, 요즘 한국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일탈 행위로 시작된 갑질 사건 때문에 떠들썩합니다. 지난 1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렸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시작된 파문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물을 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 전무뿐 아니라 다른 총수 일가가 그동안 회사 임직원들에게 저지른 비인격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속속 폭로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회사 비행기를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고 해외 명품을 몰래 들여왔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고요.

 

대한항공 비행기 @한경DB

  사건이 조현민 전무 개인의 비인격적 갑질 행위에서 오너 일가의 조직적인 밀수 그리고 대한항공과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 일부 공무원의 유착 의혹으로까지 번져가는 상황인데요. 이처럼 파문이 확산되자 주식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갑질 의혹이 보도되기 하루 전인 지난 4월 11일 3만5900원에 마감됐던 대한항공 주가는 지난 20일 3만335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영업일 기준 7일 만에 7% 가량 주가가 떨어진 건데요. 약 2500억 원의 시가총액이 줄어들었습니다. 대한한공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로써는 예상치 못했던 오너 일가의 돌출행동 때문에 큰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픽사베이

  오늘 방송의 주제를 <포악한 리더는 조직과 경제를 어떻게 망치나>로 삼은 것은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리더의 잘못된 행동이 조직에 얼마만큼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한항공 사태를 보듯 회사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일탈 행동은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불러오게 됩니다. 언론의 비판이 집중되면서 그동안 회사 직원들이 오랫동안 공들여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분노한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에 나서면서 회사 매출이 줄어들 게 됩니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주주와 회사에 큰 금전적인 피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동안 숨겨져 왔던 비리가 드러나면서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게 돼 법에 따라 처벌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는 피해 말고도 성질 더러운 리더가 조직과 회사에 끼치는 피해는 막심합니다. 사실 눈에 보이는 피해보다도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조직을 갉아먹는 피해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포악한 리더야말로 회사의 근본적인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가장 큰 잘못은 임직원들이 쌓아온 브랜드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는 것이 아닐까? @픽사베이

  리더의 갑질이 얼마나 조직에 큰 해악을 끼치는지를 잘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구글이 4년간 시간을 투자해 진행한 사내 조직문화 개선 프로젝트인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더 크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서 이름을 따왔는데요. 이들이 연구를 통해서 알아내고자 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가 모인 구글에서도 어떤 팀은 왜 다른 팀보다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어떤 팀은 왜 다른 팀보다 유독 성과가 떨어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구글이라는 회사에 입사했을 정도면 모두가 최고 수준의 인재일텐데 비슷한 수준의 팀원들이 모인 팀인데도 왜 팀마다 성과가 다른건지 알아보겠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를 위해 엔지니어, 통계 전문가, 심리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민속학자 등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구글 안에 있는 180여개 팀에 대해 샅샅이 조사하도록 했습니다. 이 조사 작업에는 모두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다면 구글이 4년에 걸려 찾아낸 일 잘하는 팀의 비결은 뭘까요? 전 세계 IT산업을 이끄는 최고의 회사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들인 만큼 그 비결도 매우 특별할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실 구글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의 결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조금은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경제경영 분야에 대한 다양한 팟캐스트를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상반기 top10에 선정된 채널입니다.) 

@픽사베이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에서 찾아낸 일 잘하는 팀의 비결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심리적 안전' (Psychological Safety)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내가 회의 자리에서 어떤 의견을 이야기하더라도 팀장과 팀원들이 ‘이상한 의견’이라고 무시하거나, 깔보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의견이든 자유롭게 내놔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을 거라는 팀원과 팀원들에 대한 믿음이 팀의 생산성을 올리는 가장 큰 비결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회사 내 따돌림, 왕따’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혹시나 이야기를 잘못해서 따돌림 당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들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게 일 잘 하는 팀의 비결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구글에선 이 원칙이야말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에서 찾아낸 다른 네 가지 원칙의 토대가 되는 원칙이라고 강조합니다. 다른 네 가지 비결은 신뢰성, 조직구조와 투명성, 일의 의미, 일의 영향력이었습니다. 신뢰성은 다른 팀원들이 제 시간 안에 높은 수준의 성과를 보일 수 있다는 동료들에 대한 믿음을 말하고요. 조직구조와 투명성은 분명한 목표와 팀원들 간의 역할 구분을 말합니다. 일의 의미는 팀원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다른 팀원들에게도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걸 말하고 마지막으로 일의 영향력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회사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과 변화를 불러일으킨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걸 뜻합니다.  

  사실 구글은 2009년에도 이와 비슷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산소 프로젝트라고 불렸던 그 연구는 주로 회사내 리더들 그러니까 팀장급 이상 간부들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됐습니다. 좋은 리더야말로 조직의 산소와 같다는 의미에서 산소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때는 팀원 개개인이 아닌 팀장 한 명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일 잘 하는 팀, 성과가 높은 팀을 이끄는 팀장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를 알아보는 연구였습니다. 구글에서 성공하고 있는 리더들은 어떤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죠. 그 결과 모두 여덟가지의 특성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여기서는 좀 특별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첨단 IT기업인 구글이지만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전문성은 구글에서 리더로 성공하는 필요한 여덟가지의 자질 중에서 가장 덜 중요한 여덟 번째 자질로 평가됐습니다. 산소 프로젝트에서 발견한 좋은 리더가 갖춰야할 조건을 그 중요성대로 불러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팀원들의 좋은 코치가 되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소통을 잘 하고 팀원들의 의견을 잘 들어라. 관점과 가치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라. 동료를 도와주고 그들에게 공감하라.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라. 복합적인 아이디어를 하나로 연결시켜라입니다.

  

@픽사베이

  지금까지 구글이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서 발견한 일 잘하는 팀의 특성과 성공하는 리더의 자질을 말씀드렸는데요.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이와 정반대되는 부류의 나쁜 리더가 어떤 리더인지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르셨을 것 같습니다. 팀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흔드는, 쉽게 말해서 조직 구성원들을 항상 불안에 떨게 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리더 밑에서는 계속해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조직이 존재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사실 해외 대기업들에서는 자기 조직을 이끌어나갈 리더를 키우고 또 잠재적인 후보들 중에서도 최고의 리더를 추려내는데 막대한 시간과 돈, 사업 기회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매우 힘든 구조조정의 시기를 겪고 있지만 한때 체계적인 리더육성의 모범 사례로 꼽혔던 기업이 바로 미국의 GE, 제네럴 일렉트릭입니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창업한 126년 역사의 이 회사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 CEO를 뽑기 위해서 매번 6년 가량의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간부들 중에서 잠재적 CEO 후보군을 추린 뒤 그들에게 새로운 사업을 맡겨 경영 능력을 평가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리더십을 키워나갈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몇 년에 걸쳐 20여명의 잠재 후보군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압축한 뒤에는 현직 CEO가 CEO 후보들과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1대1로 리더십을 지도했습니다. 이같은 치밀한 승계 시스템 덕분에 GE는 CEO사관학교라 불리면서 CEO 한 명이 평균적으로 약 14년간 재임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을 경영해나갈 수 있습니다.

20년 가끼이 GE를 이끌었던 스타 CEO, 잭 웰치 @한경DB

  최근에는 이런 GE도 그룹 해체에 가까운 험난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습니다. 훌륭한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이끌어나가는 최고 경영진들이 좋은 소식만 듣고 싶어하고 회사의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게 GE가 기울어진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GE조차도 어느새 경직된 조직문화에 물들면서 리더가 회사를 제대로 이끌어나가지 못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한항공 갑질 논란부터 시작해서 구글이 찾아낸 성과가 뛰어난 팀의 특성, 일 잘하는 팀장의 자질 그리고 해외 대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 등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봤습니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자질은 이미 우리 모두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내용인거 같습니다. 다만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사실들이지만 좋은 리더로 인정받는 이들은 적은 걸 보면 이를 실천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구글에선 앞서 말씀드린 두 연구 프로젝트를 정리하면서 리더들이 평소 챙겨야할 원칙 몇 가지를 담은 체크리스트도 발표했는데요. 그중 첫 번째는 ‘리더는 팀원의 말을 도중에 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모두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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