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稅). 유럽이 글로벌 IT 대기업과 세금전쟁 벌이는 이유.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디지털세, 한국서 4조 버는 구글, 세금은 ‘거의’ 안 내는 이유. 유럽은 왜 구글·페북과 ‘세금 전쟁’ 벌이나. >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통신 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50억 유로, 약 6조4000억 원의 세금을 새롭게 부과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디지털세라는 세금인데요. 세금 부과 대상이 되는 기업의 절반 이상이 미국 기업이라 미국 정부와도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페이스북과 구글이 지금 어마어마하게 국내에서 돈을 벌고 있는데 그들이 얼마를 버는지도 모르고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없고 이런 상태”라며 구글과 페이스북 등 외국 IT 대기업이 번 만큼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해진 창업자의 이 발언은 이후 구글코리아와 네이버가 해명 자료와 공개 질의서를 주고받으며 회사 차원의 논쟁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오늘 방송에선 주요 선진국에서 IT 대기업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근본적인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유럽연합이 마련하고 있는 디지털세는 어떤 기업들을 대상으로 얼마만큼의 세금을 걷는 내용이 담긴 건지, 그리고 한국에서 영업하는 해외 IT 대기업들이 올리는 매출과 이들이 내는 세금이 얼마인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국내 이야기부터 다뤄보겠습니다. 최근 국내 IT업계에선 네이버, 다음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들이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외국 대기업에 비해서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되는 역차별에는 규제 등 여러 가지 내용이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이면서 민감한 게 세금 문제입니다. 국내 기업들은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따라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는데 외국 기업들은 해외 법인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세금 납부를 피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말 그런지 구글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구글의 한국 법인인 구글코리아가 한국에서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그리고 세금으론 얼마를 내는지에 대해선 일반인은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건 구글코리아가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같은 주식회사가 아니라 유한회사 법인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그냥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매출이나 세금을 공시할 의무가 없습니다. 2명 이상의 사원만 있으면 설립할 수 있어서 주로 작은 규모의 기업을 세울 때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구글코리아가 유한회사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이 회사의 매출은 업계의 추정으로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월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이 2017년 애플리케이션(앱) 장터 구글플레이에서 올린 매출 추정액은 3조4232억원에 달합니다. 구글은 구글플레이에서 이용자가 앱을 다운로드하고 지불한 돈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가기 때문에 구글플레이로만 1조원이 넘는 이익을 챙겼을 걸로 추정됩니다. 여기에다 유튜브 광고와 검색 광고 등을 합하면 연간 매출이 4조원 가량을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네이버가 2017년 올린 4조6785억원의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죠. 4조원대 매출을 올린 네이버가 지난해 납부한 세금은 4000억 원가량입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경제경영 분야에 대한 다양한 팟캐스트를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상반기 top10에 선정된 채널입니다)
그렇다면 네이버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린 구글이 낸 세금은 얼마일까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구글코리아가 얼마나 많은 매출을 올렸고, 얼마만큼의 세금을 냈는지 공개할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라서 이에 대해 일반인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글이 국내에서 올린 4조원의 매출에 비해선 매우 적은 수준의 세금만 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사실 법적으로 그리고 회계적으로는 구글이 한국에서 올린 매출의 대부분은 구글코리아가 벌어들인 돈이 아닙니다. 싱가포르에 자리 잡고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이 벌어들인 돈이죠. 한국 이용자가 구글플레이에서 돈을 주고 국내 업체의 앱을 구입하면 금액의 30%에 해당하는 수수료는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으로 가게 됩니다. 국내 구글플레이의 거래 당사자가 구글아시아퍼시픽으로 돼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린 지난해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3조4000억여 원도 법적으로는 구글아시아퍼시픽의 매출로 잡히고 매출액의 30%에 달하는 수수료 1조1000억여 원도 당연히 이 회사로 가게 됩니다. 유튜브 광고나 검색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한국에서 올린 매출인데 모든 이익은 싱가포르 회사로 돌아가는 구조고 당연히 세금도 싱가포르 회사에 납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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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구글이 이처럼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한국 법인이 아닌 싱가포르 법인을 내세우는 건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이 17%로 법인세율이 약 24%인 한국보다 세율이 훨씬 낮습니다. 싱가포르 법인을 거래당사자로 내세우는 방식의 조세 회피 수단을 사용하면 한국에 세금을 낼 때보다 법인세를 적게 낼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구조를 만든 겁니다.
사실 이 같은 조세 회피는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도 아니고 구글 한 기업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닙니다. 고객들과 물리적으로 매우 먼 거리를 떨어져 있어도,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어도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IT기업의 특성 덕분에 이런 조세 회피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리스 등 글로벌 IT기업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디지털세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에서는 주로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법인을 만들어서 이곳에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 벌어들인 매출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조세 회피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영국에선 2015년 4월 이런 조세 회피에 대해 25%의 세금을 물리는 우회 수익세(Diverted profit tax)를 도입했는데요. 그 덕분에 구글은 몇 년 전부터 회사가 영국에서 올린 매출에 대해선 공개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우회 수익세 도입은 다른 유럽 국가들한테도 자극이 됐는데요. 이탈리아 국세청은 2017년 5월 구글이 지난 10년간 내지 않았던 세금을 소급해서 3억 600만 유로, 당시 환율로 3800억 원을 징수했고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등에선 구글의 세금 탈루 의혹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최근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세는 글로벌 IT 대기업이 그동안 탈루한 세금을 되찾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애초에 확실하게 세금을 받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유럽연합이 발표한 디지털세 신설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우선 디지털세 부과 대상이 되는 기업은 글로벌 매출이 연간 7억5000만 유로, 현재 환율로 약 9600억 원이 넘고 유럽 매출이 5000만 유로, 644억 원에 달하는 기업입니다. 이 규모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유럽에서 올린 매출의 3%를 세금으로 걷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익의 3%가 아닌 매출의 3%를 세금으로 걷기 때문에 그 액수가 만만치 않습니다. 회사 법인이 어디 있는지가 아니라 그들의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어디에 있는지 근거해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거죠.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세금을 내야 하는 기업은 모두 120~150개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유럽연합은 이를 통해 연간 6조4000억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세를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구글의 경우 구글이 2016년 아일랜드 법인에서 올린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할 경우 7억890만 유로, 약 9100억 원의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지털세가 도입할 경우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의 절반 이상은 미국 IT 대기업들이 되는데요. 지난 3월 디지털세 세제안이 발표되자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IT 기업을 지목해 부과하는 어떤 국가의 세금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며 “이들 기업은 미국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모였습니다.
유럽연합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자 한국 정부도 이 같은 움직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디지털세 도입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관련 업계와 국제적 동향을 공유하는 것 이상의 계획은 없다는 게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설명입니다.
오늘은 유럽연합 등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 디지털세 도입이 논의되는 배경과 한국 IT 기업들이 외국 IT 기업들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모두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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