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선표 Jun 16. 2017

매년 쌀 700톤 온라인 직거래로만 파는 농부의 비결

핸드폰에 저장된 고객 번호만 1만여 명. SNS로 소비자 마음을 파고들어

지난 3월 경기 연천군 구미리에 있는 자신의 논에 김탁순 백학쌀닷컴 대표가 서있다. @홍선표

경기 연천군에서 쌀농사를 짓는 김탁순 백학쌀닷컴 대표는 네이버 FARM에 파견 온 뒤 처음 만난 농부다. 지난 3월 9일 임진강 북쪽에 있는 연천군 구미리에 있는 그의 농장을 찾았다. 이곳은 한때 민간인통제구역으로 지정돼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됐었던 휴전선 인근 지역이다. 


첫 농민 인터뷰이로 그를 택한 건 그가 해마다 700여 t의 쌀을 온라인 판매 등 직거래를 통해서만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농민은 수확한 쌀을 농협 등이 운영하는 미곡처리장에 넘기는 걸로 농사를 마무리한다. 김 대표처럼 자신과 주변 농부들이 농사지은 쌀 수백t을 직접 판매하는 건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단순히 농사만 잘 짓는 게 아니라 판매까지 잘 하는 마게팅의 비결이 뭔지 궁금했다.


연천군을 찾은 지난 3월 초, 갑자기 눈보라가 쏟아졌다. @홍선표

 김 대표는 원래 서울과학기술대(옛 서울산업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공대 출신이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한 건 IMF 외환위기의 여파가 한창이던 1998년부터다.  농사를 시작한 지 20년째인 지금은 논 3만 6000여 평(12ha)을 갖고 농사를 짓는다. 자신이 재배한 쌀과 주변 농민들로부터 수매한 쌀을 합해 매년 700여 t의 쌀을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거둔 매출은 8억 원가량이다.  


그가 고향인 경북 봉화를 떠나 민통선 안에 있는 연천 마을에 정착하게 된 계기, 직상생활을 정리하고 농업에 뛰어든 이유 등은 지난 4월 네이버 FARM에 게재된 인터뷰(http://blog.naver.com/nong-up/220953699676 )에서 자세히 밝혔다. 이번 글에선 그가 매년 700여 t의 쌀을 직거래로만 판매하는 비결 세 가지를 알아본다.


김 대표가 농기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선표

성공 비결 1. 모든 SNS 수단을 활용해 나에 대해 알려라. 2000년대 초부터 블로그, 홈페이지로 쌀 판매.

김 대표는 어떤 농민보다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활동에 적극적이다. 네이버와 다음의 블로그/카페,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SNS에 동시에 글을 올린다. 한 직거래 플랫폼 업체가 개발한 앱을 사용해 글을 쓰면 자동적으로 같은 내용의 글이 여러 SNS에 올라간다. 글의 내용은 특별할 게 없다. 농기계를 세차했다던지, 동네 후배가 일하는 밭에 새참을 사 갖고 찾아갔다던지 하는 소소한 일상이다.


지난 6월 11일부터 16일까지 이런 식으로 10건의 짧은 글들을 올렸다. 농산물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농민과 소비자가 신뢰 관계를 쌓는 것. 그러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먹는 농산물이 어떻게 재배되는지, 어떤 농부가 키우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대부분의 농민들에게 인터넷을 통한 농산물 직거래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카페, 블로그 등을 운영하면서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해왔다. 소비자와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은 그 같은 경험을 통해서 깨닫게 됐다.


2.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길을 뚫어라. 체험마을 만들어 1년에 1만 명 넘게 끌어들여

그는 2003년 연천군 구미리를 농촌체험 마을로 꾸미는 일을 시작했다. 도시민이 농가에서 숙박을 하면서 농산물도 직접 수확해보고 수확한 농산물로 음식도 만들어 먹는 팜스테이(Farm Stay) 마을을 시작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됐던 민통선에 포함됐었던 구미리는 수십 년 동안 개발이 멈췄던 곳이다. 그만큼 자연환경이 잘 보전된 곳이다. 김 대표는 휴전선 인근에 있는 청정 자연에서 즐기는 농촌 체험이라는 요소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2016년 구미리를 찾은 방문객만 1만 3000여 명에 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김 대표가 농촌체험마을 프로그램을 시작한 건 단순히 프로그램 참가비를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방문하게 해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었다. 팜스테이 참가자들은 마을에서 돼지감자 수확, 콩으로 두부 만들기, 오이로 오이소박이 담기, 고추로 고추장 담그기 등의 체험활동을 한다. 


여기에 쓰이는 식재료는 물론 구미리에서 생산한 농산물들이다. 연간 1만 명이 넘는 체험객들이 식당에서 먹는 음식도 대부분 구미리에서 직접 조달한다. 김 대표와 구미리 농민들이 수확한 쌀과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판매처가 생긴 것이다. 체험을 위해 마을을 방문했던 도시민이 구미리 농민들이 만든 된장과 고추장, 수확한 각종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배송받는 사례도 적지 않게 생겼다. 


"한국농업이 위기를 겪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농민들이 자신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농협이나 대형 마트에 모두 넘기게 되면서 농민과 소비자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김 대표가 그동안 디자인을 바꿔온 쌀 포장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홍선표

3. 소비자는 쌀을 뜯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라


김 대표는 올해 한 팩에 500g이 담긴 진공 포장 쌀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1,2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현실에 맞춰 이전보다 중량을 대폭 줄였다. 대신 쌀을 진공 포장해 포장만 뜯으면 바로 도정한 쌀의 밥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본 쌀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진공 포장된 적은 중량의 쌀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종류별로 사가는 모습을 보고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지금은 5kg, 10kg, 20kg 세 종류로 나눠서 판매한다.


그는 모두 다섯 품종의 쌀을 논에서 기른다. 참드림쌀을 주력으로 하지만 하이하미, 추청 등 다른 품종의 쌀도 네 종류를 기르고 있다. 소비자마다 입맛이 다르니 거기에 맞춰 쌀도 다양하게 길러야 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의 핸드폰엔 1만 명이 넘는 고객들이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쌀 구입과 관련해서 그와 통화를 한 번이라도 했던 사람의 번호는 모두 저장해뒀다. 고객의 이름과 함께 어떤 품종의 쌀을 구매했는지, 불만사항이 있었다면 어떤 거였는지도 이름란에 같이 적어뒀다. 다음번에 통화할 때 고객의 문의에 대해 더욱 빠르게 잘 응대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 @홍선표

                                                  

"소비자들하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기 상품을 팔 수 있는 통로가 꼭 있어야 해요. 그래야만 사람들이 어떤 농산물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요. 대형 가공업체와 마트에 부품을 납품하듯이 한 해 동안 농사지은 농산물 모두를 납품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어요. 직거래 장터,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 SNS, 농촌체험 마을 프로그램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이용해서 소비자와 만나야 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naver.com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베스트셀러 경제서적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의 저자 홍선표 기자가 지금 이 글처럼 세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급지식을 보내드립니다.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시면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홍자병법> 뉴스레터 보기)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이 글이 마음에 드셨나요? 저는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top10 채널에 선정된 경제경영 팟캐스트입니다. 다양한 경제 이슈를 쉽고 깊이있게 설명해드립니다.



(유튜브에서도 써먹는 경제경영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명문대 텃세에 쫓겨난 27세 공학도. 직원 7만, 세계 500위 기업을 만들다. 아메바 경영



(팟빵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유 1L 5500원, 연매출 17억 목장의 성공비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