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에게 우유 짜기를 강요하지 않는 또나따목장의 성공 노하우
경기 화성시 마도면에 있는 또나따목장에선 직접 우유와 치즈, 요구르트를 만든다. 젖소 130여 마리에서 매일 4t가량의 원유를 짜내 이중 3.3t을 우유 회사에 납품하고 남은 원유로 목장 이름을 딴 자체 브랜드 우유와 치즈를 가공한다. 우유 가격은 1L에 5500원. 보통 우유 가격의 두 배다. 그릭 요구르트는 150ml짜리 한 병에 3200원. 선뜻 집어 들기 힘든 가격이다. 제품은 꽤 잘 팔린다. 하루에 우유 1L들이 1000여 병이 나간다. 목장이 원유 납품과 가공품 판매를 통해 1년에 거두는 매출은 17억여 원.
양의주 또나따목장 대표는 1989년 고등학교 졸업식 때 선물로 받은 얼룩송아지 한 마리로 목장을 시작했다. 지금은 약 1만 평(3만 3000여㎡) 규모 농장에서 우유를 짜는 젖소 130여 마리를 비롯 모두 300여 마리의 소를 키운다. 2014년엔 농촌진흥청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축산 분야 수상자로 뽑혔다. 축산, 식량, 채소, 과수, 화훼 등 각 농업 분야별로 1명씩만 선정한다.
지난 5월 29일 화성시 마도면에 있는 또나따목장을 찾았다. 젖소 한 마리로 시작한 농장을 어떻게 지금의 규모로 키웠는지 비결이 궁금해서다. 취재한 내용은 기사로 작성해 네이버 FARM판(http://blog.naver.com/nong-up/221017667089)에 실었다.
양 대표가 어린 시절부터 대목장주가 되기를 꿈꿨던 이유 등 자세한 내용은 링크한 포스팅에 나와있다. 이 글에선 경영학적 관점에서 양 대표의 성공 비결 3가지를 파헤친다.
양 대표는 200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로봇착유기 두 대를 수입했다. 젖소가 젖을 짜고 싶을 때 안으로 들어가면 기계가 자동으로 젖을 짜는 기계다. 기계가 자동으로 젖소의 유두와 유방을 씻어내고 4개의 유방마다 강도를 달리해 젖을 짜낸다.
사람의 스케줄에 따라 하루에 두 차례씩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젖을 짜낼 필요가 없다. 젖소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그만큼 우유 생상량도 늘었다. 양 대표는 "젖소가 원할 때마다 언제든 젖을 짤 수 있게 되면서 보통은 하루에 세 번씩 소들이 젖을 짜고, 많게는 여섯 번까지도 젖을 짜는 소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가 한 대당 3원씩을 들여 로봇착유기를 들여온 건 사실 본인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 컸다. 2000년대 초반 목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매일 젖소 70마리에게 2t가량의 원유를 짰다. 돈은 많이 벌었다. 하지만 사람이 일일이 젖을 짜다보니 삶이 없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1시에 잠드는 생활이 수년간 반복됐다. 2004년 방문했던 네덜란드 목장에서 젖소들이 젖을 짜기 위해 스스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바로 이거!'라고 생각했다.
로봇착유기를 들여오면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양 대표 본인을 비롯해 아내와 가족, 직원들까지 대여섯 명이 하루에 8시간을 꼬박 매달렸던 착유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2008년부터 유제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영역에도 새롭게 뛰어들었다. 하루 4t 가까운 우유를 생산했지만 우유회사에 납품할 수 있는 양은 3t가량에 불과해 새로운 판로를 찾아야만 한 것이 큰 이유.
우유 상품명은 '밤에 짜는 우유'로 했다. 로봇착유기 덕분에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젖을 짠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밤 12시부터 새벽 4시 사이에는 젖소의 몸 안에서 멜라토닌이 풍부하게 형성된다는 걸 강조했다. 잠자기 전에 마시면 숙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멜라토닌이 보통 우유보다 3~4배 더 많이 함유돼 있다고 홍보했다.
우유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반 시판 우유와는 달리 저온살균 우유를 생산하기로 했다. 저온살균 우유는 65℃ 이하에서 30분가량 원유를 살균한다. 이렇게 가공한 우유는 유통기한이 7일에 불과한 대신 우유 본래의 신선함과 고소한 맛을 더 간직하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처음 2,3년간은 경기 수원시와 화성시 일대 로컬 매장을 중심으로 우유를 판매하려 했다. 하지만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생산 원가가 높은 저온살균 방식을 택한 탓에 우유 1L 한 팩의 가격이 5500원이라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여기에 유통기한도 짧았다. 원유를 가공해 우유를 생산할수록 적자가 생겼다. 양 대표는 "시간이 갈수록 적자가 커지니까 주변에서 이제 그만하자고 말렸었다"다고 말했다.
적자가 쌓여가던 유제품 가공 사업이 빛을 보기 시작한 건 2011년께. 전국새농민회의 주선으로 또나따목장 브랜드 우유가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매대에 놓이게 되면 서다. 서울 강남권 소비자들 사이에서 또나따목장 우유가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또나따목장에선 가공한 우유를 찾는 대형 매장들도 늘었다. 하나로마트를 비롯해 갤러리아 백화점, AK 백화점, 조선호텔 등에 우유를 납품했다.
유제품 가공사업에 뛰어들고 1년 뒤쯤부터 시작한 체험목장 프로그램도 또나따목장 브랜드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한 건 두 가지 이유다. 첫째 목장 안에서 피자 만들기와 아이스크림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목장에서 생산한 우유를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 둘째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 또나따목장에 대해 알릴 수 있을뿐더러 방문객들에게 우유와 유제품을 직거래로 판매할 수 있었다.
양 대표는 체험목장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목적을 달성했다. 매년 또나따목장을 찾는 방문객 수가 2만여 명에 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자가 목장을 방문했던 날에도 목장은 견학 온 유치원생 100여 명으로 붐비고 있었다. 네이버 FARM판에 실렸던 양 대표 인터뷰 포스팅에도 '체험목장 프로그램을 통해 목장을 방문했었는데 만족스러웠다'는 내용의 댓글들이 여러개 달렸다.
체험목장 프로그램은 운영은 목장에서 생산한 우유를 안정적으로 소비하고, 소비자에게 직거래로 물건을 판매하고, 또나따목장 브랜드를 입소문을 통해 알리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뒀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hankyung.com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구독하시면 베스트셀러 경제서적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의 저자 홍선표 기자가 지금 이 글처럼 세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급지식을 보내드립니다.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시면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홍자병법> 뉴스레터 보기)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이 글이 마음에 드셨나요? 저는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top10 채널에 선정된 경제경영 팟캐스트입니다. 다양한 경제 이슈를 쉽고 깊이있게 설명해드립니다.
(유튜브에서도 써먹는 경제경영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명문대 텃세에 쫓겨난 27세 공학도. 직원 7만, 세계 500위 기업을 만들다. 아메바 경영
(팟빵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