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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Aug 27. 2018

팟빵에 밀리는 네이버 팟캐스트, 조바심 안 나는 이유.

채널 수 팟빵의 5%에 불과한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전략?

네이버가 오디오 콘텐츠 시대를 준비하는 법 


동영상 콘텐츠에 밀려 내리막길을 걷던 오디오 콘텐츠가 최근 몇 년 새 부활하고 있다. 과거 라디오 방송의 인기를 되찾는다는 말이 아니다.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옷을 입은 오디오 콘텐츠는 대형 IT(정보통신)기업들이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AI(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일상 곳곳에서 청취자들과 만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의 대표적인 검색 포털인 네이버가 오디오 콘텐츠 확산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네이버가 음성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서 살핀다. 여러 검색 포털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2000년대 초중반 지식인 서비스와 백과사전 인수를 통해 패권을 잡는데 성공한 네이버의 전략이 오디오 콘텐츠에도 적용되고 있다. 


네이버는 2017년 초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인 ‘오디오 클립’ 운영을 시작했다. 초기 1년 반 동안에는 팟캐스트 서비스만 제공했다. 2018년 7월부턴 이용자들이 오디오북을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됐다. 2018년 8월 기준 현재 ‘82년생 김지영’, ‘살인자의 기억법’ 등 베스트셀러위주로 모두 30종의 책을 플랫폼에 올려두고 판매·대여하고 있다. 4분기부터는 일반 창작자들도 자유롭게 오디오북을 올리고 판매할 수 있게할 전략이다.


오디오클립 PC 메인 화면


채널 수는 팟빵의 5%에 불과하지만 


오디오클립 팟캐스트에는 2018년 8월 기준 630여개의 채널이 개설돼 청취자들에게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팟캐스트 시장 1위업체인 팟빵에 1만2000여개의 채널이 개설된 것에 비하면 숫자로만 봤을 때는 초라하다. 


하지만 채널 숫자만 보고 오디오클립과 팟빵의 영향력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다. 우선 누구나 자유롭게 채널을 개설할 수 있는 팟빵과 달리 오디오클립을 통해 팟캐스트를 방송하기 위해선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팟캐스트를 방송하고 싶은 예비 창작자가 오디오클립측에 채널 개설을 신청하면 이중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신청자만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심사 방식으로 창작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오디오클립 채널 운영자들을 보면 기업, 기관이나 특정 분야의 전문가, 준전문가 집단이 대부분이다. 출판사, 병원, 정부기관, 증권사, 대학 등 기관과 기업들이 많다. 개인 창작자들도 의사, 한의사, 변호사, 회계사, 아나운서, 작가, 영어 강사, 요리사, 음악가, 건축가 등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이들의 비중이 높다.


그렇다면 네이버는 왜 이 같은 방식으로 창작자들을 선발하는 걸까? 팟빵 같은 다른 팟캐스트 플랫폼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릴 수 있게 한다면 콘텐츠를 쌓는데 훨씬 유리할 텐데 말이다.  


팟빵 앱 화면


기관, 전문가, 준전문가에게만 오디오 창작 권한을 준 이유 


그 이유는 네이버가 오디오 콘텐츠를 확보하는 목적이 단순히 팟캐스트 서비스로 트래픽을 올리거나 팟캐스트에 광고를 붙여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네이버로선 앞으로 음성 검색이 널리 보편화되더라도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네이버에 들어와 목소리로 검색하고 음성으로 그 결과를 듣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음성 검색 결과를 듣도록 하기 위해선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텍스트 검색의 경우 이용자가 검색 결과에 노출된 본문 내용의 일부를 보고 그 내용을 확인할지 확인하지 않을지를 결정할 수 없다. 하지만 검색 결과가 음성으로 전달된다면 그럴 수 없다. 텍스트로 하던 것처럼 검색 결과를 일일이 들려준 뒤 그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고 할 수가 없다. 결국 가장 적합한 콘텐츠 하나를 골라 들려줄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이미 2018년 초부터 사용자가 텍스트로 검색하면 이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오디오클립을 검색 결과에 노출시키고 있다.  


 음성 검색이 보편화되면 검색된 결과물의 숫자가 아니라 이용자에게 들려줄 결과물 단 하나의 퀄리티가 중요해진다. 네이버가 신뢰성있는 기관과 전문가·준전문가 집단에게만 오디오클립의 문을 열어준 이유다. 오디오클립 창작자로 선정되면 녹음할 때 사용할 수 있는 15만원 내외의 마이크와 창작지원금으로 30만원 상당의 네이버페이를 지급하는 것도 이들 전문가집단의 꾸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네이버 메인 화면에 노출되기 시작한 오디오 콘텐츠들



장기적인 검색 유입에 도움이 안 되는 정치, 시사 콘텐츠는 일단 배제


앞서 팟빵에서 운영 중인 채널 수가 1만2000여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채널들 중에서 콘텐츠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채널은 몇 개나 될까? 이에 대해선 아무런 통계도 갖고 있지 못하지만 아무리 높게 잡아도 20%가 넘지 못할 거라는게 내 생각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팟캐스트를 올릴 수 있다는 장점탓에 그저 호기심에 채널을 개설해봤거나 몇 편 올렸는데 반응이 시원찮아서 업데이트를 멈춘 채널들, 사실상의 휴면 계정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든 유튜브든 누구나 창작할 수 있는 플랫폼은 결국 크리에이터로 이름을 걸어놓은 사람들 대부분이 창작하지 않는 플랫폼으로 귀결된다. 누구나 창작에 나설 수 있는 오픈 콘텐츠 플랫폼이야말로 상위 20%가 전체 성과의 80%를 낸다는 ‘파레토 법칙’이 가장 잘 들어맞는 예이다.


팟빵을 들어거보면 알겠지만 이곳에서 주로 인기있는 콘텐츠는 정치, 시사 분야 콘텐츠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용민 브리핑’ 같은 콘텐츠가 상위권에 든다. 게스트들이 나와 정치에 대해 이런저런 ‘썰을 풀어내는’ 류의 콘텐츠는 듣는 순간에는 재미를 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지식 콘텐츠로서는 별 가치가 없다. 뉴스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뉴스가 나온지  


며칠만 지나도 이미 옛날 일이 되버려 콘텐츠 유통기한이 짧다. 또한 정치, 시사 분야 콘텐츠는 당파성이 두드러진다는 문제가 있다. 특정 진영의 입장에 서서 설명하는 콘텐츠는 정치 성향에 따라 이용자에게 큰 불쾌함을 줄 수 있다. 시비가 될만한 내용을 최대한 줄여야하는 포털 사이트로서는 주력으로 하기 힘든 주제다.


필자가 운영 중인 팟캐스트 화면


2000년대 초중반 지식인과 백과사전을 앞세워 포털들을 평정했던 경험


네이버는 여러 검색 포털들이 치열하게 각축전으로 벌이던 2000년대 초중반 지식인 서비스를 앞세워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이용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다는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해가면서 이용자들의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검색 데이터를 축적해갔다. 그리고 지식인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네이버가 두산백과를 사들려 포털에서 백과사전을 제공한 것도 네이버가 패권을 잡을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다. 백과사전 인수를 통해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신력있는 콘텐츠를 대거 확충한 것이다.


네이버가 지난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고 오는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문호를 개방할 오디오북 거래 플랫폼도 양질의 음성 콘텐츠를 확보하기 노력으로 분석된다. 수많은 종류의 콘텐츠가 있지만 아직까지도 책만큼 믿을 수 있는 콘텐츠는 없다. 제대로된 책이라면 저자와 편집자가 수차례 의견을 주고받으며 그 안에 담긴 사실을 확인하고 독자들의 관심을 잡아끌 수 있는 표현으로 내용을 가다듬어 나가기 때문이다.


초반부에 말했듯 네이버가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오디오클립을 운영하는 건 단순히 트래픽을 끌여들여 돈 좀 벌자는 건 아니다. 그동안 네이버가 보였던 행보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업데이트 내용들을 보면 기관·전문가집단, 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신뢰성 있는 콘텐츠를 확충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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