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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Sep 14. 2018

카카오 스피커만 만들면 뭐해. 콘텐츠가 없는데.

음성 검색 늘어나면 네이버와 격차 더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

국내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시장을 이끄는 서비스는 팟빵, 네이버 오디오클립, NHN엔터테인먼트 팟티다. 점유율은 팟빵이 압도적이다. 2011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팟빵은 이용자 수나 창작자 수에서 경쟁 업체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팟빵의 뒤는 2016년 말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가 뒤따르고 있다. 후발주자인 네이버는 오디오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를 포털 검색 결과에 내보내고 네이버 주제판 화면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2018년 서비스를 내놓은 팟티는 게임회사인 NHN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서비스인 만큼 실시간 퀴즈쇼 등의 서비스를 내놓고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IT 대기업이 만든 오디오클립과 팟티지만 7년간 운영하며 충성 고객들을 확보한 팟빵의 이용자 수를 따라잡는 데는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국내 1위 메신저 사업자이자 2위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다음카카오는 오디오 콘텐츠 확보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네이버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AI스피커를 보급하는 동시에 양질의 오디오 콘텐츠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AI스피커 ‘카카오 미니’를 판매하는 노력에 비해 콘텐츠를 쌓으려는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는 말이다.


오디오클립 PC화면


아무리 AI스피커를 잘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많이 팔더라도 고객들이 AI스피커를 갖고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기존 블루투스 스피커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검색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양질의 음성 콘텐츠를 쌓아두어만 한다. 집집마다 AI스피커가 보급되고 음성으로 검색 비중이 크게 늘어난다고 해도 양질의 음성 콘텐츠를 검색 결과로 제공하지 못한다면 검색 시장에서 이용자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음성 검색은 이용자가 검색 결과를 미리 훑어보는 게 불가능하다. 텍스트 검색은 검색 결과 목록에 여러 결과를 띄워놓는다. 이용자는 검색 사이트가 제시한 목록을 빠르게 훑은 뒤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 결과를 클릭해 들어간다. PC에서 모바일 기기로 이용 환경이 달라지면서 한 화면에 띄울 수 있는 검색 결과의 수는 줄어들었다. 그만큼 이용자 개개인의 의도와 성향을 파악해 검색 결과를 제시하는 게 중요해졌다.


네이버 클로바 AI스피커


음성 검색에선 여러 콘텐츠를 훑어본 뒤 그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다. AI스피커가 들려주는 내용을 듣고 있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이용자의 의도를 반영한 검색 결과를 찾아서 제시하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자사 플랫폼 안에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검색 기술을 발전시켜도 들려줄만한 콘텐츠가 없다면 아무런 소용없다.


네이버 오디오클립를 그저 팟캐스트 서비스라고만 생각해선 안 된다. 팟캐스트로 이용자들을 끌어모아 트래픽을 올리고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내기 위해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하수다. 오디오클립은 앞으로 AI스피커를 통해 내보낼 수 있는 양질의 오디오 콘텐츠를 미리미리 저장해두는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


오디오클립에 콘텐츠를 올리는 창작자를 심사 방식으로 뽑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018년 9월 14일 현재 오디오클립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 채널은 654개 채널이다. 채널 수가 1만3000개가 넘는 팟빵의 5% 수준이다.

단순히 이용자들을 많이 모으는 게 목적이라면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게 하는 게 당연하다. 팟빵과 팟티 모두 이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목적이라면 소수에게만 문을 열어주는 게 맞다.


팟빵 PC화면


오디오클립 창작자 대부분은 전문가, 준전문가 집단이다. 의사, 한의사, 회계사, 심리학 박사, 작가, 교수, 경제 전문가, 어학 강사, IT 전문가, 기자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창작자의 비중이 높다. 기관이나 기업의 비중도 높다. 병원, 증권사, 경제 연구소, 정부 부처, 출판사, 콘텐츠 기업, 온라인 서점, 어학 학원 등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오디오클립이 현재까지 전문가·준전문가 집단, 기업·기관에게만 창작 권한을 준 것은 검색 결과와 포털 메인 화면에 내보낼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네이버의 이 같은 전략은 인기 순위 상위권 채널을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보기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다.


9월 14일 기준 팟빵의 인기 순위 1~5위는 다음과 같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 <김용민 브리핑>, <[트위터 매거진] 새가 날아든다>, <SBS 김용민의 정치 쇼>.


팟티의 인기 순위 1~5위는 이렇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용민의 뉴스관장(SBS)>,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지대넓얕]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SBS 김용민의 정치쇼>


그렇다면 오디오클립은 어떨까? 특징을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 1~10위까지 알아보자. <오늘의 회화-영어(네이버)>, <오은영 박사의 글로만 읽어서는 잘 안 되는 육아 듣기>, <오늘의 회화-일본어(네이버)>, <이재성 박사의 식탁보감>, <오늘의 회화-중국어(네이버)>, <이동우의 10분 독서>, <승연과 케이린의 영어로 읽는 문학>, <아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 <정은길의 아나운서의 돈.말.글>, <임경선의 개인주의 상담>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어떤가? 팟빵·팟티와 오디오클립 사이에 누가 봐도 뚜렷한 차이가 보이지 않는가. 팟빵과 팟티는 목록이 거의 비슷하다. 둘 다 1등은 <김어준의 뉴스 공장>이고, 김어준·김용민의 이름의 리스트에 세 개씩 들어간 점도 같다. 대부분의 채널이 라디오로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이거나 오래전부터 운영돼온 인기 팟캐스트다.


이에 비해 오디오클립의 인기 채널들은 좀 낯선 편이다. 네이버가 만든 어학 관련 콘텐츠가 오디오클립 인기 순위 상위권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당연하니 이건 논외로 치자. 오디오클립의 인기 채널들 전부가 라디오 방송으로 제작된 팟캐스트가 아니다. 대부분이 오디오클립에서만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들이다.


차이는 또 있다. 팟빵·팟티의 인기 채널들이 모두 진행자와 여러 명의 게스트가 나와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토크형 팟캐스트’다. 이에 비해 오디오클립은 한 명의 진행자가 자신의 지식을 풀어내는 ‘브리프형 팟캐스트’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네이버는 검색 포털이고 팟빵과 팟캐스트는 아니기 때문이다.


<김어준의 뉴스 공장> 같은 인기 시사 프로그램을 갖고 오면 유입자들을 늘리는 데는 분명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검색 결과물로서는 별 도움이 안 된다.


혹시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난 뉴스를 일부러 다시 찾아보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뉴스 콘텐츠는 나온 지 하루, 아니 몇 시간만 지나도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제로에 가까워진다. 새로운 사실을 반영한 뉴스들이 가득한데 누가 어제 나온 뉴스를 읽겠는가.


시사 이슈를 다룬 팟캐스트도 마찬가지다. 그날그날의 이슈를 다룬 방송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없어진다. 그날 당일은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며칠만 지나도 찾는 사람이 없어진다.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르는 소수의 검색어를 제외하고 사람들이 일상에서 하는 검색의 대부분은 시의성을 타지 않는 주제다. 예를 들어 와인은 어떻게 마셔야 맛있는지, 다이어트를 하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영어로 ~~~~이란 표현은 어떻게 하는지,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주된 내용은 무엇인지와 같은 주제들이다.


유명 진행자와 게스트가 나와 이슈에 대해 해설하는 프로그램은 최신 정보를 줄 수 있고 듣는 게 재미도 있지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정보에 대한 결과는 주지 못한다.

오디오클립 앱 화면

여러 명이 나와서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토크형 방송은 또 검색 결과물에는 맞지 않는다. 음성 검색을 했을 때 한 번에 설명이 딱 나와야지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걸 듣고 그중에서 알아서 정보를 얻어가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정 진영의 논리를 주로 옹호하는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검색 결과에 노출할 경우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을 담고 있지 못할 수도 있고, 듣는 이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네이버가 팟빵, 팟티와는 달리 기존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은 건 이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최근 들어 창작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8년 2월 조사했을 때 340여 개 채널이 운영 중이었는데 9월에는 650여 개로 늘었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1만 3000개 채널이 있는 팟빵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적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팟빵에 등록된 1만 3000여 개 채널 중 정기적으로 콘텐츠가 업데이트되는 채널의 비율을 얼마나 될지 말이다. 업력도 오래됐고 누구나 방송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채널은 1만 개가 훌쩍 넘는다. 하지만 그 채널 수의 상당수는 허수다.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채널을 만들었다가 몇 번 올리고 운영을 포기한 채널이 운영 중인 채널보다 훨씬 많을 거라고 추정한다. ‘모두가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은 대부분 ‘소수의 창작자만 콘텐츠를 올리고 대부분은 이를 소비만 하는 플랫폼’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채널 수만 놓고 비교하면 오디오클립과 팟빵의 격차는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카카오 미니 AI 스피커


카카오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네이버 이야기가 길어졌다. 네이버가 이렇게 음성 검색 시대에 맞춰 오디오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데 비해 카카오는 그렇지 않는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카카오는 별도의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물론 멜론이 있다. 하지만 멜론은 정보가 아니라 음악을 제공한다. 검색에는 사용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플랫폼은 사람들의 검색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성 오디오 콘텐츠를 다루는 곳을 말한다.


이런 상태면 카카오 AI스피커를 아무리 많이 팔아봤자 이 스피커를 검색에 활용할 수는 없다. 네이버가 카카오 AI스피커가 자신들이 쌓아놓은 오디오 콘텐츠에 접근하는 걸 허락할 리는 없다.   

사람들이 음성으로 검색을 하면 텍스트 자료를 찾은 뒤 그걸 음성으로 변환해서 들려주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AI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검색 결과의 품질이 크게 떨어질 거다. 사람들이 텍스트로 된 콘텐츠를 눈으로 읽을 때는 문장의 주어-술어 호응이 안 맞고, 맞춤법이 틀리고, 문장이 제대로 종결이 안 되고, 혹은 잘못된 정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감안해서 읽는다. 눈으로 읽는 과정에서 스스로 텍스트를 재구성해서 읽는다. 어느 정도 내용만 있으면 읽어나가는 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 글을 음성으로 변환 화면 사정이 달라진다. 만약 AI 스피커로 검색을 했는데 주어-술어 호응도 안 되고, 맞춤법도 엉망이고, 아예 문장을 제대로 끝맺지도 않은 음성이 줄줄 흘러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바로 스피커를 꺼버릴 거다.


검색 결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블로그·카페글, 웹문서들 중 많은 글들이 제대로 된 문장의 형식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설령 문장의 형식은 제대로 갖췄을 지라도 애초 듣는 걸 염두에 두고 쓴 글이 아니기 때문에 음성으로 들었을 땐 어색할 수밖에 없다.


듣는 글과 읽는 글은 다르다. 이건 신문사에서 6년을 일하고 있고 또 매주 경제경영을 주제로 팟캐스트를 꾸준히 만들어온 경험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는 물론 여러 신문사들이 앞다퉈 내놓은 뉴스 읽어주기 서비스가 제대로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훌륭한 신문 기사를 그대로 읽는다고 그게 훌륭한 팟캐스트 원고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매체가 달라지면 문법도 달라져야 한다.

앞서 말했듯 최소한 내가 알기로는 카카오는 아직껏 별도의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많은 IT기업과 전문가들이 예측하듯 음성 검색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다고 했을 때 카카오는 어떤 방법을 택할 수 있을 수 있을까? 몇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봤다.



1. 플랫폼 인수를 통한 오디오 콘텐츠 보강


간단하다. 기존에 잘 운영되고 있는 팟캐스트 플랫폼을 인수하면 된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플랫폼은 팟빵이다. 팟티가 될 수 있고.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 팟빵과 팟티의 콘텐츠 대부분은 기존 라디오 시사 뉴스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것이다. 검색 결과로써의 가치가 떨어진다. 1만 3000개 팟빵 채널 중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고, 정보로써의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채널이 몇 곳인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팟티의 경우 NHN엔터테인먼트가 오디오 퀴즈쇼 플랫폼으로 야심 차게 투자하고 있는 곳인데 팔려고 할지 모르겠다.


2. 대형 출판사와의 제휴를 통한 콘텐츠 확충


네이버가 오늘날과 같은 지위를 누리는 데는 지식인 서비스의 공헌이 컸다. 하지만 이와 함께 네이버의 성공 요인으로 평가받는 게 2000년대 중반 약 100억 원을 들여 두산백과를 인수한 일이다. 두산백과를 인수해 끊임없이 업데이트하게 함으로써 이용자들이 검색하는 질문의 상당 부분을 커버할 수 있었다. 대형 출판사들과 손잡고 이들이 갖고 있는 책의 저작권 혹은 이용권을 사들인 뒤 이를 TTS(음성전환) 프로그램을 활용해 음성 콘텐츠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단기간에 콘텐츠를 확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기도 문제가 있는데 우선 출판사가 개별 저자와 맺고 있는 계약이다.


출판사 주간으로 있는 지인에게 문의해보니 저자가 출판사를 통해 책을 계약할 때 종이책 출판 계약과 함께 전송권이란 항목으로 전자책·오디오북 관련한 계약을 맺는다. 여기서 말하는 전자책은 e북 형태에 국한되고 오디오북 또한 그 형식이 정해져 있다. 방금 말한 것처럼 다음카카오의 음성 검색 결과에 책의 내용을 음성으로 변화시켜 노출하려면 책마다 개별 저자들과 별도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 특히 외국 번역서의 경우 계약 내용이 복잡해 일일이 그 내용을 조정하는 게 만만치 않다.



3. 브런치 콘텐츠를 음성 콘텐츠로 재가공


다음카카오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플랫폼인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 중 양질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음성으로 재가공하는 방법이다. 브런치는 심사-선발 방식으로 창작자를 뽑는다. 일반적인 블로그 플랫폼에 비해선 창작자들의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자연히 콘텐츠의 수준도 나쁘지 않다. 우선 단기간에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은 마련돼 있다.


브런치 창작자 중에서도 수준 높은 콘텐츠를 쓰는 창작자들과 접촉해 이들에게 기존 텍스트 콘텐츠를 오디오 콘텐츠로 재가공해달라고 유도한다. 창작자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고 그게 힘들다면 카카오가 그 콘텐츠를 갖고 와서 음성 콘텐츠로 재가공하면 된다. 물론 창작자들에게 음성 콘텐츠 제작을 유도하기 위해선 이를 위한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이미 검증을 마친 콘텐츠들이기 때문에 오디오 콘텐츠로 재가공해도 그 수준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4. 네이버 오디오클립 방식의 플랫폼 운영


마지막 방법은 오디오클립과 같은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어서 신뢰성 있는 콘텐츠를 마들 수 있는 전문가·준전문가 집단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다. 이미 수년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경쟁자들이 있는 데다 처음에는 플랫폼으로서의 위상도 높지 않다. 네이버처럼 검색 결과와 메인 화면에 오디오 콘텐츠를 노출시킨다고 해도 검색 이용자 수가 네이버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이용자 유입도 적을 수밖에 없다. 잘 해봐야 초기엔 팟빵과 오디오클립의 뒤를 이어 3위 정도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것도 1위는 물론 2위와도 꽤 큰 차이가 나는 3위를 말하는 것이고 팟티를 꺾는다는 전제에서 말하는 것이다.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창작자들을 영입하기 위해선 기존 업체들에 비해 더 큰 인센티브를 줘야만 한다.


물론 카카오만이 갖고 있는 장점도 있다. 사실 매우 큰 장점들이다. 이를 활용하면 생각보다 빨리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첫째는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카카오톡 개편 내용을 보면 카톡 자체를 메신저 플랫폼을 뛰어넘는 종합 포털로서 키우려는 거 같다. 지금 운영 중인 카카오톡 채널 탭과 마찬가지로 카톡 안에 별도의 오디오 탭을 만들어서 서비스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선 우선 충분한 양의 콘텐츠를 미리 쌓아두어야만 한다. 전 국민이 다 쓰는 메신저인데 달랑 몇 개 콘텐츠만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멜론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멜론에 들어가 보면 어학 코너에서 기존 라디오 어학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일단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을 만든 뒤 거기에 업데이트된 콘텐츠들을 멜론 내 별도 코너를 통해 유통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네 가지 전략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네 가지 전략 중 한 가지에만 주력할 수 있고 네 가지를 모두 동시에 추진할 수도 있다. 함께 추진하면 분명 시너지 효과를 낼 만한 부분들도 있다.


중요한 건 최소한 내가 보기엔 카카오가 AI스피커를 개발하고 판매하려는 노력에 비해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음성 검색 비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카카오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좋은 스포츠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차가 달릴 도로가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AI플랫폼과 AI스피커가 있더라도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즐기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면 이 역시 그다지 큰 쓸모는 없을 것이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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