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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Sep 20. 2018

직장인 40% 소득세 안내는데 세금은 20조나 더 걷혀

한국인들은 세금을 많이 내는 걸까? 적게 내는 걸까? 조세부담률의 비밀.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근로자 40% 이상이 소득세 한 푼도 안 내는데 세금은 어떻게 정부 예상보다 20조 원이 더 많이 걷혔을까 조세부담률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마련해봤습니다. 

나라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2019년 정부 예산으로 470조 5000억 원을 쓰겠다는 초대형 예산안을 2018년 9월에 발표했습니다. 2018년 예산안과 비교하면 예산 규모가 9.7%나 커진 건데요.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대규모 정부 예산을 투입해야 했던 2009년 증가폭 10.6%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2018년 경상 GDP 성장률 4.4%보다 두 배나 큰 숫자인데요.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정부 예산이 커지는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정부가 이처럼 예산을 대규모로 늘린 것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경제 성장 엔진을 돌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정부 예산을 크게 늘리더라도 그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예측도 정부가 예산을 크게 늘릴 수 있는 바탕이 됐습니다.  



오늘은 정부가 발표한 ‘2019년 예산안’과 국회예산정책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내놓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근로자와 개인들은 외국에 비해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덜 내는 건지, 전체 근로소득자의 40% 이상이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는데 어떻게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었던 건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금은 국가가 존재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국민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 공무원과 군인들에게 월급을 줄 수도 없고 국가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역할인 국방, 외교, 치안 등의 업무조차 감당할 수 없죠. 역사를 보면 주요한 혁명과 전쟁, 독립운동의 배경에 세금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결심한 계기도 영국 정부와 의회가 설탕법, 인지세법과 같은 식민지 세금을 만들어 자신들에게 부과시키려 했기 때문입니다. 세금은 부과했지만 식민지 대표들이 영국 의회에 참여하는 것은 막았죠. 이 때문에 독립을 결심한 미국 13개 주의 대표들은 ‘대표권 없이는 세금도 없다’ (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이란 말과 함께 독립 전쟁을 시작합니다.


이 같은 역사 속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세금을 공정하게 부과하는 것은 국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세금을 불공정하게 부과했다간 이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들고일어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조세부담률은 한 나라의 국민들이 얼마만큼의 세금을 부과하는지 보여주는 국제적인 잣대로 쓰이는 통계입니다.  국내총생산, GDP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1년 동안 국민과 기업들이 납부한 세금, 그러니까 국세와 지방세를 합한 금액을 경상 GDP, 경상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값입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9.2%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만 듣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기가 벌어들인 연봉의 19.2%를 그대로 세금으로 내는구나 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조세부담률의 분자가 되는 국세에는 개인이 내는 소득세뿐 아니라 기업이 내는 법인세 등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조세부담률에 나온 숫자 그대로 개인 소득에서 세금을 떼 간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조세부담률과 비슷한 통계로는 국민부담률도 있습니다. 국민부담률을 계산할 때는 1년간 정부가 거둬들인 국세와 지방세를 더한 값에 국민들이 낸 국민연금, 산재보험,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 보험료 등 사회보장 기금 납부액을 합한 뒤 그 값을 경상 GDP로 나눈 값입니다. 조세부담률에서는 국세와 지방세 수입만을 더하는 데 비해 국민부담률에서는 사실상 준조세 성격을 갖고 있는 4대 보험 보험료 사회보장 기금 납부액 등까지 더하니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재정부가 2018년 8월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6.6%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경제, 경영 분야에 대한 쉽고 깊이 있는 분석을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눌럭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TOP 10 채널로 선정됐습니다.)



방송의 앞부분에서 2018년 올해 정부의 국세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야기드렸는데요. 이 말은 곧 조세부담률이 올랐다는 이야기입니다. 통계청이 내놓은 통계 자료를 보면 최근 몇 년 새 조세부담률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2년 18.7%였던 조세부담률은 2013년 17.9%까지 떨어졌다가 2014년 18%, 2015년엔 18.5% 그리고 2016년에는 19.4%로 올라갔습니다. 2017년엔 19.97%를 기록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8년~2022년 국가재정운영계획을 보면 앞으로의 예측도 확인해볼 수 있는데요. 기획재정부는 2018년 조세부담률은 19.2%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고요. 2019년엔 20.3%를 기록해 20%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20.4%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예측 결과입니다. 같은 통계에선 국민부담률도 2018년 26.6%를 찍은 뒤 2022년엔 28.6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아직 2018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2018년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2019년이 돼야 정확하게 구할 수 있는데요.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2018년에 한 해 동안 애초 예산안보다 추가로 거둬들인 초과세수만 약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조세부담률이 20%를 돌파하는 시점이 2019년이 아닌 2018년이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현시점에서는 2018년 조세부담률이 20%가 넘을 거라고 미리 확정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기획재정부가 조세부담률이 20%를 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것은 조세부담률 20%라는 숫자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7년 10월 국정감사 자리에서 ‘조세부담률 20%가 넘는 것은 국민적 합의 등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조세부담률은 결국 한국 국민과 기업들이 납부해야 하는 세금의 정도와 이를 통해 누릴 수 있는 복지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GDP의 20% 이상을 세금으로 걷을 건지 말지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조세부담률을 높일지 말지를 결정하기 전에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청취자 분들 중 상당수가 회사에 다니시는 직장인이실 텐데요. 그럼 한국의 직장인, 근로소득자 중에서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의의 비율은 몇 퍼센트나 될까요? 제가 이런 질문을 드리면 ‘회사에 다니면 다 근로소득세를 내지 무슨 소리야’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요.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 근로자들 중에서 소득세를 1원도 내지 않은, 그러니까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43.6%에 달합니다. 2013년에는 32.2%였던 근로소득세 면세 비율이 2014년 47.9%로 치솟은 뒤 2015년 46.5%, 2016년엔 43.6%를 기록하며 40%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월급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소득세를 떼 가는데 어떻게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냐’고 이야기하실 수도 있는데요. 일단 세금을 내더라도 연말정산 때 각종 세액공제를 통해서 돌려받는 금액을 고려하면 직장인의 40% 이상이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근로소득에 대한 특별공제제도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면세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처럼 직장인의 절반 가까이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현실은 몇 가지 점에서 문제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첫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소득세의 원칙을 크게 거스른다는 점이고요. 둘째는 ‘특정 계층에게만 소득세 부담이 집중되면서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의 원칙을 무너뜨린다는 점입니다.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을 안 내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요. 주권자로서 국가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기 위해선 의사 결정에 따르는 비용도 공평하게 부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셋째는 앞으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선 가장 폭넓게 세금을 거둘 수 있는 소득세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선진국 수준의 복지 제도를 누리기 위해서는 국민들도 선진국 국민들만큼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체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까이가 소득세를 안 내는 상황에서 복지 수준을 높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소득세 면세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국회에서도 면세 비율을 줄이기 위한 법률들이 발의됐는데요. 2017년엔 이종구 당시 바른정당 의원이 연소득 2000만 원 이상 근로자들이 세액공제를 받은 뒤에도 최소 한 달에 만 원, 일 년에 12만 원의 근로소득세를 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통과되지는 못했는데요. 한 번 깎아준 세금을 다시 높이는 것만큼이나 유권자들이 싫어하는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가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높여 중부담 중복지 방식의 복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높은 근로소득세 면세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결국 책임이 있는 곳에 권리와 혜택이 따를 수밖에 없는 거니까요. 


 한국의 조세부담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란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2015년을 놓고 보면 한국은 그 당시 18.5%의 조세부담률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체 35개 국가 중에 33번째 수준이고요. OECD 평균인 25%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참고로 1위는 덴마크로 45.8%, 2위 스웨덴은 33.6%, 3위 아이슬란드는 33.1%, 4위 뉴질랜드 33%, 5위 핀란드는 31.2%였습니다. 국민부담률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한국은 31%를 차지했습니다. 


분명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낮은 편인건 맞는데요.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국의 경우 통계적으로는 세금으로 잡히지 않는 준조세 부담금이 많다면서 실제로 이를 하나하나 따져서 반영한다고 하면 조세부담률이 상당히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2018년 올해는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둘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세수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요.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8년 1월에서 7월 사이 거둬들인 국세 수입은 190조 5000억 원으로 일 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1조 5000억 원의 세금이 더 걷혔습니다. 이렇듯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있었던 이유는 법인세와 소득세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법인세는 올해 1~7월 동안 42조 5000억 원이 걷혀 일 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7조 7000억 원이 늘어났고요. 같은 기간 소득세는 51조 5000억 원이 걷혀 일 년 전과 비교해 6조 9000억 원이 더 걷혔습니다. 


법인세가 크게 늘어난 것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이 잘 되고 있고, 소득세가 늘어난 것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양도소득세가 특히 늘어난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오늘은 오늘은 <근로자 40% 이상이 소득세 한 푼도 안 내는데 세금은 어떻게 정부 예상보다 20조 원이 더 많이 걷혔을까 조세부담률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마련해봤는데요. 오늘 방송이 청취자 분들께서 한국인들은 해외 주요 선진국 국민들과 비교해서 얼마만큼의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지, 그리고 최근 크게 늘어난 조세수입은 어디서 거둔 건지 등 한국의 조세 제도와 상황에 대해서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오늘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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