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경제가 호황일지 불황일지 어떻게 반년 전에 미리 알 수 있다는 걸까? 경제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방송을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평소 경제 뉴스를 보면 경기선행지수가 오른 걸 보니 경기가 좋아질 전망이다, 경기선행지수가 떨어져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측된다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정부, 기업, 언론, 전문가 집단이 경기를 예측할 때 사용하는 경기선행지수의 기본적인 개념과 어떤 통계를 바탕으로 경기선행지수가 만들어지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미래를 알고 싶어 합니다. 직장은 언제 구할 수 있을지, 결혼은 언제 할 수 있을지, 언제쯤이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항상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합니다. 매년 초가 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점집이나 철학관, 사주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미래에 대한 궁금증 때문인데요.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궁금한 건 개인뿐 아니라 정부나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나 기업이야말로 한번 잘못된 판단이나 행동을 하게 되면 나라 전체가 위태로워지거나 순식간에 시장을 뺏길 수도 있으니 올바른 미래를 예측하는 게 개인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선진국이나 글로벌 기업일수록 별도의 연구소를 만들어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큰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경제 분야는 정부나 기업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분야입니다.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지 미리 알아야 정부는 이에 대비한 각종 정책을 내놓을 수 있고, 기업은 어떤 제품을 언제 시장에 내놓을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하기 위해 경제학자들과 통계학자들이 주도해서 만든 것이 바로 경기선행지수입니다. 한국에서는 1983년 3월부터 통계청이 매달 작성해서 발표하고 있는 통계인데요. 경기선행지수는 말 그대로 경기에 선행하는, 그러니까 경기에 앞서는 통계라는 말입니다. 경기선행지수로 가늠할 수 있는 미래는 현재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대략 6개월 뒤쯤의 경기 상황입니다.
경기선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해서 그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값인데요. 다른 경제 지수와 마찬가지로 그 숫자가 100을 넘으면 경기가 팽창 국면에 있는 것으로 100보다 낮으면 침체 국면에 있는 것으로 우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경기선행지수는 매달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자료인데요. 매달 발표되는 자료인 만큼 절대적인 값, 그러니까 100보다 높은지 낮은 지보 다도 지난달에 비해 높아졌는지 낮아졌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경제 뉴스를 보더라도 절댓값보다는 몇 개월 연속 높아지거나 낮아졌다는 식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분석하는데 더 집중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말씀드리면 뉴스를 보면 그냥 경기선행지수가 아니라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라는 표현을 쓰고 정부나 기업에서도 순환변동치를 중요한 통계로 여기는데요. 순환변동치의 개념을 예를 들어서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의 GDP 국민총생산은 그동안 거의 대부분 상승해왔는데요.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설사 경제가 불황이더라도 GDP가 조금이나마 높아지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때 GDP가 높아진 것만 보고 불황이 아닌가 보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됩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 원고입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top10채널에 선정된 경제 전문 팟캐스트 써먹는 경제경영을 듣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팟빵과 유튜브 링크도 본문 하단에 마련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같은 문제를 제거하기 위해 추세적인 흐름을 제거해 지금 현재 경제가 처한 상황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데요. 이를 순환변동치라고 부릅니다. 통계적으로 조금 어려운 개념일 수도 있는데 그냥 이 정도만 알고 계셔도 충분합니다.
자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통계들이 포함되길래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반년 뒤쯤의 경제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하는 걸까요? 지금부터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경기선행지수를 구성하는 기본 통계는 모두 여덟 개 항목입니다. 여기서는 그중에서도 몇 가지 항목만 추려서 어떤 통계들이 왜 이 통계들을 경제를 예측하는 데 사용하는 건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경기선행지수에 들어가는 항목으로는 우선 ‘구인구직 비율’을 들 수 있습니다.
구인구직 비율은 기업이 채용하려는 사람, 구인 인원의 수를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 구직자의 수로 나눈 비율입니다. 직장을 구하려는 구직자의 수는 편차가 크지 않은데 비해서 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 수는 경기에 따라서 그 차이가 큰 편입니다. 기업들은 경기가 좋아질 거라고 판단해 사업을 확장하려 할 때는 사람들을 더 많이 뽑습니다. 경기가 나빠질 거라고 판단해서 사업을 유지하거나 줄이려고 할 때는 새로 뽑는 직원의 수를 줄이거나 아예 직원을 뽑지 않습니다. 이 구인구직 비율은 일하려는 사람보다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날 때 높아지는데요. 이 통계를 보면 현재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려 하는지 아니면 유지 혹은 줄이려고 하려고 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경제를 예측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식 가치를 뜻하는 코스피지수도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데 쓰입니다. 그 이유는 주식의 경우 현재 기업이 올리고 있는 이익보다 앞으로 해당 기업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인데요. 코스피지수가 오르면 기업들이 더 많은 이익을 올릴 것으로 투자자들이 예상한다는 뜻이고 반대로 코스피지수가 내리면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투자자들이 생각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 역시 경기를 예측하는 데 사용됩니다.
건설사들이 따낸 일감을 뜻하는 건설수주액도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데 사용됩니다. 건설사들이 공사를 많이 수주하게 되면 그만큼 공사에 들어가는 자재도 많이 사들이고 사람들도 많이 고용할 테고 수주액이 줄어들면 공사에 들어가는 자재와 인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주액을 통해 건설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건설 공사를 하기 위해선 작은 못 하나부터 시멘트, 철근, 유리, 마감재, 냉난방 시스템 등 매우 다양한 종류의 자재가 필요하고 한번 공사가 시작되면 몇 년씩 하는 경우도 많아서 건설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큰 편입니다.
이외에도 경기를 예측하는데 쓰이는 나머지 다섯 개 통계로는 재고순환지표, 소비자 기대지수, 기계류내수출하지수, 수출입물가비율, 국고채 5년 금리 등이 있는데요. 청취자분들께는 그냥 이런 게 있다고만 알고 계셔도 충분할 거 같습니다. 이들 통계의 공통점은 각각 생산, 소비, 투자, 대외 경제, 고용, 금융의 분야에서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여주는 통계라는 것입니다.
통계청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여덟 가지 통계를 종합해서 앞으로 반년 뒤쯤의 경기가 좋아질지 나빠질지를 평가합니다. 통계청은 앞으로의 경제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면서 동시에 현재 경제 상황은 어떤지에 대해서 발표하는데요. 이 통계를 경기동행지수라고 말합니다. 말 그대로 경기와 동행하는, 함께 움직이는 통계라는 뜻입니다. 선행지수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항목들로 구성된 데 비해 동행지수는 현재 경제상황을 바로 반영하고 있는 통계들로 구성합니다. 경기후행지수 통계도 있는데요. 이 통계는 지금 현재의 경기가 어떤지를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에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경기 변동을 사후에 확인해 주는 지수입니다.
자 그렇다면 앞서 설명드린 경기선행지수와 경기동행지수를 통해 바라본 한국 경제의 현실을 어떨까요? 통계 지표가 말해주는 현실은 결코 좋지 못한데요. 2018년 7월 기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개월 연속 하락해 99.1로 100보다 낮았고요. 수치 자체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9월 기록한 98.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또한 좋지 못한데요. 7월을 기준으로 봤을 때 두 달 연속 감소해 99.8를 기록했습니다.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100보다 떨어진 숫자입니다.
오늘은 <경제가 호황일지 불황일지 어떻게 반년 전에 미리 알 수 있다는 걸까? 경제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방송을 마련해봤습니다. 경기선행지수와 경기동행지수는 평소 경제 뉴스를 보시면 자주 접하게 되는 용어인데요. 오늘 방송이 우리 경제의 미래와 현실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지난 <홍자병법> 뉴스레터 보기)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네이버 오디오클립 Top 10 채널에 선정된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을 구독하시면 어디서도 당당할 수 있는 경제 상식을 갖출 수 있게 됩니다)
(오디오클립)
(팟빵에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