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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Sep 11. 2018

결혼하면 아이 2명씩은 낳는데 출산율은 왜 1.05일까

99%가 모르는 합계 출산율의 비밀.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결혼하면 아이 두 명씩은 낳는데 왜 출산율은 1명인 걸까? 국민 99%가 모르는 합계 출산율의 비밀. 2027년부터 인구가 줄어들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여중생인 15세 여성부터 49세 여성까지 가임기에 있는 모든 여성을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와 상관없이 출산율을 계산하는 대상으로 삼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 결과가 나와서 정책 결정자들과 일반 국민들이 저출산 문제의 진짜 해법을 고민하는 걸 막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 같은 합계 출산율 통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보고 한국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예고된 미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먼저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2018년 8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출생아수는 35만 7771명으로 2016년보다 4만 8472명이 줄어들었습니다. 태어나는 아이 수가 줄어들면서 출산율도 떨어졌는데요. 2017년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일 년 전 1.17명보다 0.12명 줄어들었습니다. 



인구학에서는 한 집단이 현재와 같은 수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선 출산율이 2.1명이 돼야 한다고 하는데요. 이를 대체출산율이라고 부릅니다. 대체출산율의 절반에 불과한 지난해 출산율을 보면 현재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더욱 걱정되는 건 2018년 올해는 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져 0.9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입니다. 


통계청에서는 2017년 수준인 1.05명 출산율이 계속 이어 지지게 되면 2027년부터 대한민국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인구 감소 시점을 2031년으로 예측했었는데요. 과거 예측보다 인구 감소 시점이 4년 앞당겨지게 되는 것입니다. 


  인구는 한 번 줄어들게 되면 감소 추세를 되돌리기가 매우 힘든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부모 세대의 인구, 그중에서도 아기 엄마가 될 수 있는 여성의 인구가 줄어버린 상황에서는 출산율을 높이더라도 태어나는 신생아 수 자체는 늘어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사회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열심히 노력해서 출산율을 높였다고 하더러도 그 아이들이 어른이 돼서 다시 아이를 낳는 부모가 되기까지는 대략 30년이 걸리기 때문에 인구 감소 추세를 되돌리기는 힘들죠.  


 

 합계출산율이 1명이라는 건 한 세대를 지날 때마다 신생아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건데요. 두 세대만 지나도 새롭게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4분의 1로 조그라들게 됩니다. 왜 그런지 한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조금 단순한 게 가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아이를 충분히 낳을 수 있는 30대 부부 1000쌍으로만 이뤄진 집단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유소년이나 노년 같은 다른 연령층은 존재하지 않는 집단이라고 해보겠습니다. 부부 1000쌍이라고 했으니 남자 1000명, 여자 1000명인데요. 이 집단의 합계출산율은 1입니다. 그렇다면 모두 1000명의 아기가 태어날 텐데 남자아이가 500명, 여자 아이가 500명입니다. 이 아이들끼리 결혼해서 500쌍의 부부가 되는데요. 이때도 합계출산율은 1입니다. 


그렇다면 모두 500명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남자아이 250명, 여자 아이 250명이죠. 원래는 2000명이었던 한 세대의 인구수가 두 세대 만에 500명,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죠. 이렇게 부모가 될 수 있는 세대의 인구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선 출산율을 필사적으로 끌어올린다고 해도 원래 태어나던 아이들 수만큼 신생아 수를 늘리는 데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이 글은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 팟캐스트 원고입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top10채널인 써먹는 경제경영을 듣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자, 그럼 여기서 청취자 분들께 질문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제가 방송을 초반부터 지금까지 계속 합계출산율이란 표현을 써왔는데요. 이 합계출산율의 정확한 뜻은 뭘까요? 결혼한 부부가 혼인 기간 동안 낳은 아이의 수를 말하는 걸까요? 우리는 평소 출산율이라고 하면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수를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합계출산율의 뜻은 이런 일반적인 인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인식과 합계 출산율의 통계적 정의가 다르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먼저 합계 출산율의 정화한 정의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합계 출산율이란 출산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15세부터 49세 사이의 모든 여성을 기준으로 해서 그 나이대에 속한 한 명의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를 나타냅니다. 결혼한 여성인지 미혼 여성인지를 구별하지 않고 그 나이대에 속한 모든 여성들을 대상으로 삼는 통계입니다. 방금 말씀드른 것처럼 사전에 나와 있는 정의를 그대로 읽어드리면 이해하기가 어려운데요. 합계 출산율을 구하는 방법을 풀어서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합계 출산율을 구하기 위해서는 해당 연도에 특정 연령의 여성들이 낳은 신생아의 수를 그 연령에 속한 여성들의 수로 나눕니다. 이렇게 연령별로 구한 출산율을 모두 더 하면 합계 출산율이 나오는데요.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서른 살 여성들이 한 해 동안 아이의 수를 전국 서른 살 여성들의 수로 나눠서 서른 살 여성의 출산율을 구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열다섯 살부터 마흔아홉 살까지 기준 나이에 속한 여성들의 연령별 출산율을 구한 뒤 모두 더하면 합계 출산율이 나오는데요. 그렇게 해서 나온 지난해 2017년의 합계 출산율이 1.05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합계출산율은 현실과는 몇 가지 동떨어진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결혼하지 않은 미혼 여성들까지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건데요. 2016년 기준 국내 출생아의 98%는 혼인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입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낳는 건 드문 일로 여겨지는데요.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 게 사회적인 현실인데 합계출산율은 결혼하지 않는 여성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집계되는 통계입니다.


  아직 청소년에 속한 15~18세 여성이 합계 출산율 대상에 포함되는 것도 한 가지 문제로 꼽힙니다. 성인이 되지 않은 이 나이대 여성이 아이를 낳는 건 현실적으로 드문 일인데 합계 출산율 통계에는 15~18세 여성들의 연령별 출산율도 포함되게 됩니다.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사실 합계 출산율을 기본적인 출산율 지표로 사용하는 건 한국뿐만이 아닙니다. 합계 출산율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출산율을 말할 때 사용하는 국제적인 지표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의 출산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비교하기 위해서는 합계 출산율 통계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합계 출산율이 갖고 있는 통계의 허점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는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내놓는 게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한국의 부부들은 결혼 생활을 하면서 평균적으로 몇 명의 아이를 낳을까요? 합계출산율과 비슷하게 대부분 한 명 정도의 아이만 낳는 걸까요?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물어보면 “요즘은 부부들이 결혼하고도 아이를 안 낳아서”라고 대답하실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실제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산 대책도 결혼한 부부들의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이 많은데요. 하지만 출산 관련 통계를 자세히 뜯어보면 이 같은 원인 진단과 대책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합계출산율은 1.17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15~49세 여성들 중에서 결혼한 여성들만 따로 추려서 합계출산율을 계산했더니 2.23명이었습니다. 이 말은 즉 결혼한 부부들만 놓고 보면 아이를 두 명씩은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뜻이죠. 인구가 유지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 이상으로 아이를 낳고 있다는 말이죠. 이 같은 자료는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2000년부터 2016년까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결혼한 15~49세 사이 여성들을 대상으로만 구한 합계 출산율을 인구 통계 용어로는 유배우 합계출산율이라고 합니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들의 합계 출산율이란 뜻이죠. 


  이 교수의 연구 결과를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2000년 1.7명이던 유배우 합계출산율은 이후 16년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지만 큰 틀에서는 꾸준히 상승해 2016년 2.23명이 됩니다. 2015년엔 2.5명을 찍기도 했었는데요. 이 같은 흐름은 결혼한 부부들이 애를 낳지 않아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요즘 부부들은 2000년도 초반 부부들보다는 더 많은 아이를 낳고 있고, 부부 한 쌍당 2명 이상씩은 낳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결혼한 부부들의 출산율은 2000년대 초에 비해서 눈에 띄게 높아졌는데 전체 합계 출산율은 높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성인남녀가 늘어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아이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6년 기준 20~49세 여성 가운데 결혼하지 않은 독신 여성의 비중은 거의 절반인 49%였습니다. 2000년에는 그 비중이 29.6%였습니다 혼인 건수를 따져봐도 2016년엔 모두 28만 1600쌍의 부부가 결혼을 했는데요. 이는 1974년 이후 42년 만에 가장 적은 수였습니다. 사람들이 그만큼 결혼을 안 한다는 이야기죠.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저출산 대책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저출산 대책의 무게중심을 ‘결혼한 부부들이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 ‘젊은 사람들이 결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일정 부분 옮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결혼한 부부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되겠죠. 


  다만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은 출산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사람들이 점점 결혼을 안 한다는 것이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젊은이들이 좀 더 쉽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출산 대책에 들어가는 예산과 자원의 우선순위를 결혼하기 좋은 사회에 맞춰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철희 교수의 연구 결과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데요. 2000년 15~49세 여성들 중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비율은 70.4%였습니다. 2016년에는 그 비율이 51%로 줄었는데요. 연구팀은 만약 2016년에 결혼한 15~49세 여성의 비율이 2000년과 같았더라면 합계 출산율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시뮬레이션을 해봤습니다. 


  그 결과 2016년에 2000년과 같은 70.4%의 혼인 비율이 유지됐다면 합계 출산율은 2.01명이 됐었을 거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제 그 해의 합계 출산율인 1.17명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저출산 문제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1983년 합계 출산율 2.06명과 비슷한 수준이죠.


  이 같은 결과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혼한 부부의 출산을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기존 대책의 무게중심을 젊은이들이 좀 더 쉽게 결혼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옮겨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아무리 많은 예산을 쏟아붓더라도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할 테니까요. 


  또한 이제는 한국 사회도 동거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도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아이가 차별 없이 자랄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여성이 홀로 출산해 아이를 키우는 경우에도 아이가 자라면서 어떤 차별도 받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결혼하면 아이 두 명씩은 낳는데 왜 출산율은 1명인 걸까? 국민 99%가 모르는 합계 출산율의 비밀. 2027년부터 인구가 줄어들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를 ‘이미 예고된 미래’라고 부르곤 합니다. 인구 통계표를 보는 것만으로 몇 년 뒤, 몇십 년 뒤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인구 감소가 불러올 한국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방송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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