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성장하면 사람들은 행복해질까? 한국인은 얼마나 행복한 걸까?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 줄 알았던 부탄, 유엔(UN) 행복 지수에선 97위인 이유.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해질까?>라는 제목으로 경제 성장과 행복이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들에선 수십 년 넘게 국내총생산(GDP)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잣대로 쓰이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있는지 국민들이 과거보다 더 행복해지고 국가는 번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대표적인 잣대가 GDP입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GDP 성장률을 통해 나라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합니다. 높은 GDP 성장률이야말로 지도자들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렇듯 GDP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모습은 요즘도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엔 조금씩 다른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상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생산됐는지를 계산하는 GDP가 사람들의 삶의 질, 더 나아가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한 지를 말해줄 수 없다는 비판이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196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로버트 케네디가 GDP에 대해 남긴 “국민총생산(GNP‧당시는 GDP 대신 GNP가 더 널리 쓰이던 시대였음)은 모든 것을 간단히 계산해낸다.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만 제외하고...”라는 연설 내용은 경제 성장률로 행복을 계산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하지만 경제 성장, 소득 증가와 개인의 행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주장은 여전히 매우 강합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들이 소득이 많을수록 개인의 삶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도가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계속해서 정비례 관계로 행복감이 높아지는 건 분명 아니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선 안정정인 생활을 누릴 수 있을 만큼의 돈이 꼭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오늘 방송에선 UN 세계 행복 보고서 국내 연구자료 등을 통해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해서 얼마나 행복한 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또 흔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 것으로 알려진 부탄의 국민들은 정말로 그만큼 행복한 건지, 그 같은 결과는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해보겠습니다. GDP가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과 삶에 대한 만족감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경제가 성장해야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 자리 잡은 인구 81만여 명의 작은 나라 부탄은 한국인들에게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이처럼 부탄을 행복의 나라로 표현하는 글과 뉴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세계 행복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말도 단골로 따라붙는 표현입니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 부탄의 1인당 GDP는 3110달러였습니다. 같은 해 2만 9742달러를 기록한 한국의 약 10분의 1 수준입니다. 부탄과 비슷한 1인당 GDP를 기록한 나라는 중동에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서안지구(3094달러), 아프리카의 모로코 (3007달러), 동남아시아의 필리핀(2989달러)이 있습니다.
부탄 국민들이 한국인보다 행복하다는 건 개인으로 치면 어떤 사람이 자기보다 돈을 열 배나 더 많은 사람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건데요. 분명 개인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국가 차원에서도 그럴 수 있는지 한 번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행복도 조사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조사로 꼽히는 건 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 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가 매년 내놓는 ‘세계 행복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는 통계 자료를 구할 수 있는 전 세계 156개국을 대상으로 행복 순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행복지수를 구하는 항목을 국내총생산,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선택의 자유, 부패에 대한 인식, 사회의 너그러움이란 세부 항목들로 나눈 뒤 각각의 항목에서 나온 값을 더해 국가별 행복 순위를 매기고 있습니다. 모든 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으면 총점이 10점 만점이 되는 방식입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다양한 경제 이슈에 대한 쉽고 깊이 있는 설명을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top 10 채널로 선정됐습니다.)
2018년 3월에 발표된 ‘2018 세계 행복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한국의 순위부터 찾아보겠습니다. 한국은 5.875점으로 57위를 차지했는데요. 2017년보다 점수는 미세하게 올랐지만 순위는 두 계단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1위는 어디였을까요? 1위부터 10위까지 상위권 국가들을 살펴보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오스트레일리아 순이었습니다. 10위권에 든 국가들 모두가 높은 1인당 GDP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북유럽 국가들이 많은 것도 한 가지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부탄은 몇 등이었을까요? 10위 안에는 들지 못했어도 20위, 30위 안에는 들지 않았을까요? 최소한 한국보다는 높지 않을까요? 2018년 UN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부탄의 등수는 97등이었습니다. 부탄보다 순위가 바로 위에 있는 나라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였고 바로 밑에 있는 나라는 소말리아와 카메룬이었습니다.
가난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불리던 명성에 비해서는 초라하다고 느껴지는 점수인데요.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건지, 애초에 부탄이 세계 행복 순위 1위 국가라는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부탄이 세계 1등 행복 국가라는 명성을 얻게 된 건 영국 런던에 자리 잡은 싱크탱크인 신경제재단(NEF)의 조사 결과 덕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2010년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조사대상 143개 국가 중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죠. 당시 1인당 국민소득(GNI)이 2000달러도 되지 못했던 가난한 나라 부탄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결과가 나왔으니 한국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이 깜짝 놀라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그 결과 부탄 하면 행복한 국가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사실 신경제제단의 행복도 조사는 다른 조사들과는 그 방식이 상당히 다른 이색적인 조사로 평가받습니다. 여기서는 간단히만 설명드리자면 다른 조사들에서는 대부분 GDP의 전체 규모와 1인당 GDP를 행복지수에 반영하는데 비해 신경제재단에선 GDP를 산출하는데 얼마만큼의 자원이 들어갔는지를 더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경제 규모가 작고 소득이 적은 가난한 국가더라도 자원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면 상위권에 들 수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조사들과는 기준이 많이 다른 탓에 신경제재단의 행복도 조사 상위권 국가는 다른 조사들과 매우 차이가 납니다. 2017년 신경제재단이 발표한 행복 순위 1등 국가는 중앙아메리카에 자리 잡은 코스타리카였고요. 그 뒤를 도미니카, 자메이카, 과테말라, 베트남이 차지했습니다. 신경제재단의 조사 결과로는 한국의 행복 순위는 114위였고 2018 UN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18위에 올랐던 미국은 114위에 불과했습니다. 독특한 조사 기준 탓에 저소득 개발도상국들이 대거 행복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사실 신경제재단의 조사에서 행복도 상위권에 든 나라들은 1인당 GDP뿐 아니라 영아사망률, 문맹률, 기대수명 , 진학률 등 삶의 질을 나타내는 여러 항목들에서 열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이 재단의 행복도 조사 결과에 대해 의문이 남는 이유입니다.
쉽게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부탄의 영아사망률 그러니까 1000명의 신생아 중에서 태어나서 1년 안에 죽은 아이들의 수는 2017년 세계은행의 통계 기준 25.6명입니다. 1000명의 아이가 태어나면 그중에 25.6명은 1년 안에 죽는다는 말이죠.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은 그 숫자가 2.8명으로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보다도 낮았습니다. 같은 해 영아 사망률이 가장 적은 나라는 아이슬란드로 1.6명에 불과했습니다. 영아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2017년 기준 87.6명에 달했습니다. 그 해 태어난 아이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기대수명을 기준으로 봤을 때 세계은행의 2016년 통계 기준 부탄은 70.2세를 기록했고 한국은 82세였습니다.
영아사망률과 기대수명이 그 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통계로 쓰이는 건 그 숫자 안에 해당 국가의 의료 수준, 국민들의 건강 상태, 영양 상태, 치안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보다 10배나 많은 아이들이 태어난 지 1년 안에 걸음마도 못 떼보고 죽는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가 한국보다 더 행복한 나라라고 말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세계은행 영아사망률 통계)
(http://databank.worldbank.org/data/reports.aspx?source=2&series=SP.DYN.IMRT.IN)
(세계은행 기대수명 통계)
http://databank.worldbank.org/data/reports.aspx?source=2&series=SP.DYN.LE00.IN
사실 부탄이 행복한 국가로 이름을 떨치게 된 건 해외 싱크탱크의 행복도 조사에서 한 차례 1등을 차지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부탄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경제 성장보다 국민들의 행복감을 높이는 데 더 초점을 맞춰서 나라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을 대표하는 게 2008년 처음 발표된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 영어로는 Gross National Happiness, 줄여서 GNH라고 부르는 통계입니다.
GDP가 경제 성장을 측정하는데 초점을 맞춘 통계라면 이 GNH는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하는데 초점을 맞춘 통계입니다. 2008년에 시범적으로 조사해 발표한 뒤 지금껏 2010년과 2015년 두 차례 조사해 발표한 통계입니다. 이 GNH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얼마나 행복한 지 조사한 뒤 행복한 사람은 더 행복하게 불행한 사람은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게 부탄 정부의 설명입니다. 이처럼 국민들의 행복감을 끌어올리는 걸 최우선으로 나라를 이끌어가겠다는 부탄 정부의 노력은 부탄이 지금과 같이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라는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이번에 방송을 준비하면서 그렇다면 부탄 정부가 발표하는 국민총행복지수는 과연 어떻게 조사되는지 세부적인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국민총행복지수를 구성하는 통계 항목들을 보면 부탄 정부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의 조건들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한 번 살펴봤는데요. 여기서는 간단히 말씀드리면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는 모두 9개의 큰 영역과 33개의 세부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행복을 이루는 조건으로 심리적 안녕, 건강, 시간 사용, 교육, 문화 다양성 및 회복력, 좋은 정치, 지역사회 활성화, 생태 다양성 및 회복력, 생활수준 이 아홉 가지 조건을 들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특징은 소득이나 자산처럼 숫자로 정확히 집어낼 수 있는 객관적 현실의 비중이 작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소득, 자산, 주거 같은 생활수준이 행복감을 산정하는 데 미치는 비중은 9분의 1, 약 11%에 불과했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가 행복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분의 1에 불과했는데요. 국민들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때도 평균 수명이나 기대 수명, 영아사망률, 질병에 걸린 사람들의 수,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수준과 숫자 같은 객관적인 지표를 사용하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자기 스스로가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날들이 며칠이나 되는지 묻고 또 정신이 얼마나 건강한지에 대해 물어보는 설문조사 방식을 통해 국민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는 7000여 명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고 있었습니다. 사실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를 보면 사람들이 전통놀이를 많이 할수록 행복감이 높아지도록 통계가 구성돼 있는데요. 한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행복도 조사하고는 내용이 많이 다른 편입니다.
앞서 방송의 초반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최근에는 GDP, 국내총생산의 늘어나고 줄어드는 걸 바탕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애초에 일 년 동안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제통계인 GDP로 사람들의 행복을 잴 수는 없다는 게 그 근거입니다.
이 같은 비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는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이 나오면서부터입니다. 1974년 미국의 경제사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논문을 내놨습니다. 한 시점만 딱 떼어서 비교해보면 부유한 나라의 국민들이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행복하다. 그런데 한 나라만 놓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쭉 관찰해보면 1인당 GDP가 높아져도 사람들이 그만큼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리처드 이스털린의 이 같은 주장은 사람들이 경제가 성장하면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는 주류 경제학의 설명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세계 곳곳에서 GDP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인 통계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스털린의 역설 또한 이후 많은 비판을 받게 됩니다. 서로 다른 성격의 통계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면서 잘못된 분석을 내놨다는 비판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GDP는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가 성장하면 얼마든지 무한정 커질 수 있는 숫자인데 비해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있는 주관적인 감정이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1인당 GDP는 100달러에서 5000달러로, 1만 달러로, 5만 달러로 이런 식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것에 따라 무제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숫자입니다.
반면에 설문조사를 통해 조사하는 행복감은 1점부터 10점 사이의 숫자처럼 주어진 범위 안에서 자신의 상태를 선택하는 상한선과 하한선이 이리 결정된 범위라는 것이죠. 아무리 행복하더라도 설문조사에서 정해진 범위 그러니까 최고 점수가 10점이면 10점, 최고 점수가 100점이면 100점처럼 정해진 최고 점수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GDP와 행복의 관계는 GDP와 수명의 관계하고도 비슷한데요. GDP가 늘어나서 더 좋은 집에서 살면서 더 좋은 음식을 먹고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되면 사람들의 수명은 늘어납니다. 하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GDP가 늘어난다고 해서 사람들의 수명이 그만큼 따라서 늘어나지는 않는데요. 인간의 수명이란 건 분명히 어느 정도 정해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목소리로 편하게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경제 성장이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기본 조건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은 불황이 닥쳐서 1인당 GDP가 줄어들고, 일자리를 잃거나 못 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크게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경제 성장이 행복의 필요조건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는 주장이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에서도 경제가 성장할수록 사람들이 더 행복감을 느낄까요?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다고 생각할까요? 소득과 행복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두 건이 있어서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17년 12월 발표한 <행복지수 개발에 관한 연구>의 결과를 보겠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월 소득만을 기준으로 놓고 분석해보면 소득이 낮은 사람들일수록 행복지수가 낮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연구 자료에서 제시한 행복지수는 10점이 최고 점수였는데요. 월 소득이 100만 원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행복지수는 4,98점으로 최저치였습니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사람들은 월소득 1000만 원 이상인 응답자들로 행복지수가 7.12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다음으로 행복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두 번째로 높은 소득 집단인 월 700만 원~999만 원 사이를 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점수는 6.84점이었고요.
전반적으로 소득이 높아질수록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모습이 뚜렷했습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특히 절대적 결핍과 박탁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의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 미래 안정성이 중산층 이상인 사람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통계청이 2018년 9월에 내놓은 자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구 소득이 증가할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와 ‘당신은 어제 어느 정도 행복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이 높았습니다. 특히 통계청이 낸 자료에서도 월소득 1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은 다른 집단에 비해 훨씬 덜 행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돈이 많을수록 더 행복하다는 결론을 말씀드리는 것 같아서 제 기분도 많이 씁쓸합니다. 사실 통계라는 건 확률과 가능성을 다루고 있는 숫자입니다. 저마다 나름의 인생을 살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을 통계라는 숫자 안에서만 판단하는 것도 문제가 있죠. 돈이 아무리 많아도 불행한 사람이 있을 거고 돈이 별로 없어도 충분히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국내 연구들에서도 소득 외에도 나이, 결혼을 했는지 여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있는지, 가구원의 수 등 다른 요인들도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자료들을 읽으면서부터 고민이 들었습니다. 이 같은 방송이 자칫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괜히 허탈감과 씁쓸함을 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같은 주제로 방송을 한 건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도 우리 경제가 더 성장하고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오늘 방송을 준비하면서 하버드대 교수인 사회학자 로버트 D 퍼트넘이 쓴 ‘우리 아이들’(Our Kids)이란 책을 다시 읽었는데요. 이 책은 지난 50년간 미국 사회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가능하게 했던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어떻게 무너져갔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한 책입니다.
이 책은 어린 시절 겪는 가난의 경험이 한 아이의 성장과 인생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 아이가 그가 겪었던 가난에서 벗어나 밝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선 교육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서 그 아이가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직업을 구하게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우리 경제도 계속해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좀 더 공부해서 방송을 마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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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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