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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거와 만난 사람들
by 록키 Oct 11. 2018

029. 외국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손님: 중년 남자 1명


인력거를 끌다 보면 외국인 손님이 많이 탄다. 인종, 국적, 피부색 모두 다양하다. 외국인 손님이 인력거에 탈 때면 어색함도 풀 겸, 내가 단골처럼 묻는 질문이 있다. 


한국 어떤 거 같아? 솔직하게 말해줘.


외국 사람들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여행객 중에 케이팝, 한국 드라마, 연예인을 좋아하는, 한국에 대체로 호의적인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게 긍정적인 대답을 늘어놓는다. '야경이 예쁘다.', '교통이 잘 돼있다.', '늦게까지 상점이 문을 연다.', '케이팝 좋아!', '사람들 친절해!', '치맥(치킨&맥주) 굿!' 

그런데 호의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은, 중립적인 관광객들은 날카로운 비판을 해주곤 한다. 내가 태웠던 '제프'라는 친구도 그랬다. 싱가포르 사람인 제프는 여행이 취미였다. 유럽, 중국, 호주, 미국. 시간 날 때마다 휴가를 내고 해외로 나간다고 했다. 제프가 이번에 한국을 온 이유는, 이전에 다른 나라 여행을 갔던 이유와 다르지 않았다. 단순히 안 가본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이 친구와 인력거에서 1시간 동안 꽤 깊은 얘길 나누었는데 그때 제프가 해준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한국 어때? 솔직히 대답해주면 더 좋고."
그러자 제프가 이렇게 대답했다. 
"특별한 게 없는 것 같아. 사람들 스타일도 비슷하고, 음식점도 비슷하고, 어딜 가든 특색이 없어. 그게 좀 아쉬워."
그 말을 듣고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필자와 제프의 모습


사실 제프의 말은 내가 평소에 하던 생각과 비슷했다. 한국에선 특색을 찾기가 어렵다. 길을 걷다가 눈에 띄는 무언가가 없다. 무난 무난한 사람들, 무난 무난한 가게들. 사람들 옷 스타일도 비슷하고, 상점도 비슷하고, 사람 생각도 비슷하고, 삶도 비슷하다. 가끔 특이한 게 나타나 유행이 되면 사람들은 그걸 따라 하느라 바쁘다. 대왕 카스텔라, 핫도그 집, 생과일 음료점, 우유 빙수 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그 이유는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일단 '나'부터 그리 특색 있는 사람이 아니다. 왜냐면 남의 눈치를 보며 무난하게 행동하려 하기 때문이다. 옷을 살 때 옷이 너무 튀지 않을까 고민한다. 그래서 내 취향보단 대중에 맞는 취향의 옷을 고른다. 음식점이나 커피숍도 나에게 좋은 곳을 찾아보기 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을 들어간다. 내 취향보다 유명한 곳에 왔다는 인증샷 남기는 게 중요하다. 남들 사이에서 내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굳이 튀는 의견을 냈다가 남들의 눈총을 받을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튀지 않는 무난한 삶을 동경한다. 불안정한 삶을 살지만 언제나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나는 색깔을 감추고 사람들 사이에 무난하게 섞여 있다. 
이렇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색깔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낸다. 평범한 스타일, 평범한 가게, 평범한 생각들. 사람들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에서 벗어나면 남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한다. 나도 그 시선이 불편해서 평범함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그래서 사회는 특별함 없이 서로 닮아가고 있다.  
이렇게 닮아 있는 비슷한 모습을 한국인의 특징이라 소개할 수 있을까? 한국의 대표 문화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바빠. 일을 열심히 해. 유행에 민감해.' 
이런 점이 한국인의 특징이자 문화라 한다면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래서 제프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다. 특색이 없다는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제프는, 한국은 색깔이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지금도 제프와 가끔 이메일을 주고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제프가 했던 그 한 마디가 떠오른다. '한국은 특별한 게 없는 것 같아.' 이 말을 곱씹어 보면, 제프가 나에게 이렇게 묻는 것 같다.

한국이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 뭐야?
한국 문화의 특색이 뭐야?


그리고 여전히 난 그 답을 모르겠다.


제프가 보내온 이메일
제프가 트립어드바이저에 올려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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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인력거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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