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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키 Oct 25. 2024

Time to Waack!

“이 오빠 또 시작됐네.”


왁킹 수업을 등록했다는 말을 건넨 참이었다. 그래, 비록 지금 상황은 내가 보깅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와 비슷해 보일 수 있겠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고 항변하려던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이번엔 진짜 시작부터 조금 다른걸. 물론 공연을 보고 왁킹이라는 장르가 멋져 보였던 것은 똑같다. 올카인드의 첫 번째 공연이 있던 날 두 개의 왁킹 공연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당일의 저지였던 댄서 윤지의 저지쇼였다.(댄스 경연의 경우 저지로 참여한 댄서들이 저지쇼라는 이름 하에 개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시간이 있다.) <스트리트 맨 파이터>의 뮤즈 오브 스맨파 미션에 참여해 어때와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던 윤지쌤은 이 날도 베스트였다. 혼자서 무대의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모두 활용하는 것도 모자라 객석으로까지 내려와서 미친듯한 퍼포먼스를 장장 9분간 보여줬다. 공연을 보며 환호하는 것만으로도 옷이 땀에 젖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공연을 보며 왁킹을 배우기로 마음먹은 건 아니다. 나도 보기에 멋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할 줄은 안다. 왁킹을 배우기로 결심한 것은 또 다른 왁킹 공연을 보고 난 후였다. 경연에 참여한, (본인들의 소개에 의하면) 곰 같은 세 명의 남자로 구성된 팀의 공연. 소울 풀한 느낌의 전반부와 신나는 후반부 공연을 보며 나는 또 점점 흥분하고 있었고, 뒤에서 지켜보면 H는 흥분하지 말라며 나를 자제시켰다.


“리키야, 근데 너는 왠지 저기에 있어야 할 것 같아.”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왁킹 너무 재밌어 보인다. 그리고 나도 배우면 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왁킹 댄서들을 찾아보았다. 적당히 네임밸류는 있어야 하고, 수업은 ‘직장인’ 중심의 비기너 클래스.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은 친절해야 하고, 내가 즐겁게 춤을 배울 수 있는 분위기여야 했다. 그렇게 심사숙고 끝에 한 수업을 선택했다.




“자, 그럼 수업 시작해 볼까요?”


#1. 트월 (Twirl)

“트월은 왁킹에서 가장 기본적인 동작이에요. 보통 왁킹을 생각하면 떠올리는 팔을 휙휙 돌리는 동작을 트월이라고 부릅니다. 트월을 할 때는 네 개의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점들을 손으로 찍으면서 팔을 돌린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1번 지점은 차렷 자세를 했을 때의 손의 위치다. 나의 손은 이 지점을 시작으로 여정을 떠났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2번 지점은 내 어깨의 앞쪽 면. 조금 더 디테일하게 설명하자면 어깨 앞면의 쇄골 위치 정도이다. 나의 손은 1번에 2번으로 이동한다. 단, 팔을 앞쪽으로 뻗어 올리며 무언가를 퍼올리는 듯한 동선을 따라 이동해야 하며, 손이 2번 지점에 도착했을 때 팔꿈치는 정면을 향한 채 어깨와 같은 높이쯤에 위치해야 한다. 이제 손은 3번 지점을 스쳐지나 4번 지점으로 갈 것이다. 3번 지점은 팔을 하늘 위로 쭉 뻗었을 때의 지점이다. 2번 지점에서 손을 돌리며 들어 올려 3번 지점을 스치듯 지나 4번 지점, 어깨 뒷면 목과 어깨의 접점 어딘가에서 정지한다. 여기가 반환점이다. 이제 다시 3번을 지나 2번 지점에서 정지. 이때 초반 2번 지점에서의 모습과 다른 점은 팔꿈치가 정면이 아닌 옆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1번 지점으로 돌아오면 트월의 기초 끝. 주의할 사항은 팔을 어깨 뒤로 넘길 때 고개를 피하거나 움직이면 안 된다는 점. 그저 팔만이 움직일 뿐 고개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 “1-2-3-4-3-2-1”의 순서만 잘 기억하면 되는 쉬운 동작이다. (물론 뻥이다, 실제로 해보면 잘 안됨.)


“왁킹을 전공하는 친구들은 트월을 더 빠르게 돌리기 위해서 팔에 모래주머니 같은 걸 차고 연습하기도 해요.”


모래주머니 확인 완료. (하지만 아직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2. 익스텐션 (Extension)

익스텐션은 팔을 쭉쭉 뻗는 동작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바로 손의 모양. 손 모양에 정답은 없지만 주로 중지의 두 번째 마디 중간쯤에 엄지손가락의 끝부분을 살짝 붙인다. 그 상태로 손가락은 쭉 뻗고, 손목은 아래 혹은 위로 꺾어둔다. 내 경우에는 그때그때 느낌에 맡기지만 주로 중지의 첫마디 끝자락에 엄지가 위치하는 것 같다.


“익스텐션을 양옆으로 할 때는 어깨 높이를 유지해 줘야 해요. 위 쪽으로 뻗을 때는 대각선 위를 찌른다는 느낌으로 진행하는데, 이 지점은 거울을 보며 본인이 본인에게 맞는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각자의 몸이 다 다르기 때문에 본인에게 예쁜 각도도 다 달라요. 거울을 보면서 본인이 예뻐 보이는 각도를 찾고 그 각도를 연습하시면 된답니다.”


익스텐션에 있어 내 고질적인 문제점은 팔꿈치의 높이가 자꾸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쪽 팔은 뻗고 다른 쪽 팔은 손을 어깨 위로 올리며 접었을 때, 이때도 접힌 팔의 팔꿈치는 어깨와 같은 높이를 유지해야 하는데, 조금만 방심하면 팔꿈치가 아래로 떨어져 있다. PT를 받을 때도 어깨 운동이 그렇게 힘들더니 내 어깨는 타고나기를 약하게 태어났나 보다. 어쩌겠는가 계속 의식하고 팔꿈치를 올릴밖에.


#3. 애티튜드 (Attitude)

“왁킹에서는 애티튜드도 엄청 중요해요. 음악을 느끼고 그 음악을 표현하는 애티튜드가 필요합니다. 거울 속의 나와 싸운다고 생각하세요. 싸워서 이겨야 합니다. 이기세요!”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술을 먹고 텐션이 오른 상태, 노래방에 가서 바다의 Mad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취함 상태라면 나도 그런 애티튜드를 지닌 것 같은데 맨 정신에선 너무 어렵단 말이지. 거울 속의 내 모습을 응시할 수도 없고, 큰맘 먹고 응시를 하는 날엔 그 어색함에 못 이겨 안무를 틀리곤 한다. 그런데 또 찍은 영상을 돌려 보면, 딱히 나쁘지 않다. 아니 영상을 찍을 땐 주로 거울 속의 나를 찍으니 이긴 모습을 보는 걸 수도!




“지금은 코레오의 시대지만, 전 곧 장르의 시대가 다시 올 거라고 믿어요.”

“근데 장르의 시대가 왔을 때 내가 그 장르를 잘해야 되잖아요! 더 수업을 들어야겠어요.”


춤을 통해 세상이 넓어지고 있다. 코레오의 시대니, 장르의 시대니 하는 이야기들을 술 안줏거리 삼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생기고 있다.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니 장르의 시대가 다시 올 확률은 높다. 하지만 그 시대가 왔을 때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말짱 도루묵 아닌가. 그 시대가 왔을 때 그 흐름을 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술김에 인스타그램 DM을 보낸다.

- 쌤 다음 달 왁킹 바로 신청할 수 있나요?

- 네! 가능합니다. 제가 폼 얼른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영.

- 빨리 만들어주세요… 빨리 등록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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