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선공 간에서 길을 잃어버린 밤의 이야기.
건물에 들어선 순간
공기가 달랐다.
건물이라고 하기보다는 커다란 놀이동산 성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이 모여
누구도 알 수 없는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너무 밝은 조명과 지나치게 규칙적인 웃음소리.
어딘가… 모두 역할을 맡은 배우들처럼 느껴졌다.
눈빛은 비어 있었고, 웃음은 과했다.
기괴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그리고 나만 모르는 어떤 ‘안목’이
이 공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초대장을 들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흘깃 스치는 시선조차 없었다.
무시라기보다 나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만 전혀 다른 세계에서 혼자 들어온 것처럼…
—
아직 낯선 이 건물에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숙소를 찾는 일이었다.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복 도는 문을 지날 때마다 공기가 달라졌다.
향수 냄새, 술 냄새, 희미한 바닷바람 냄새까지 뒤섞여
마치 이 공간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다 누군가가 내 손목을 스쳐 지나갔다.
시선도 없이, 말도 없이,
술 취한 남자가 무표정으로 나를 보며
온몸의 맨살과 중요 부위까지 적나라하게 보이는
알몸인 상태로 몸을 부딪쳐 왔다.
피부가 싸늘하게 굳었다.
그의 눈은 초점이 없었다.
마치 그도 인형처럼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사람처럼.
나는 급히 그 남자와 멀어지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구석 끝 계단을 찾았다.
—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유난히 조용했다.
위층의 소음들이 계단 첫 발을 디딘 순간 툭 끊기는 듯했다.
정말 나만 이 공간에 있는 것처럼.
불빛이 깜빡이는 어두운 계단 아래…
누군가 서 있었다.
긴 흑발머리, 하얗다 못해 투명할 정도로 차가워 보이는 피부.
그 여자는 창밖으로 보이는 어둠과
빛 한 줄기 없는 수평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이 없는 공간인데 그녀의 머리카락은
마치 아주 느린 물속에 있는 것처럼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유도 없이 나는 그녀를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아주 천천히 옆으로 돌리며
나를 보려는 그 순간—
나는 계단을 내려가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 건물의 규칙을 잘 알고 있는
유일한 ‘정상인’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바라보는 수평선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
소름 돋게 조용한 곳 내 숨소리와,
또각또각 울리는 내 발소리만 들리는 계단을 벗어나
카운터를 찾았다.
카운터에는 표정 없는 직원이 앉아 있었다.
나는 용기 내어 물었다.
“저… 제 방으로 가고 싶은데요…”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서류만 넘기다가
갑자기 던지듯 테이블 위로 키 하나를 밀어주었다.
키를 손에 쥐고 확인하는데
초대장에 적힌 번호와 전혀 다른 숫자였다.
“잘못된 것 같은데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직원은 듣지 않았다.
내 존재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으로 키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그때였다.
문틈 사이에서 누군가의 눈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문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닫혔다.
닫히는 순간까지 그 눈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심장이 수축하듯 떨렸다.
—
그때
복도 끝에서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나를 보며 서 있었다.
걸어오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서 있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나는 그를 피해계단 쪽으로 몸을 돌렸다.
계단 난간에 몸을 기대자 아래층 로비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숨이 멎었다.
대머리에 얼굴에 깊은 흉터가 있는 남자가 커다란 칼을 들고
정확히 내 방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칼끝은‘나’와 뒤에서 따라오던 정장 남자를 번갈아 가리켰다.
그리고
우리에게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서 가장 천천히 벌어지는, 잔인한 미소였다.
나는 쇳덩이 같은 무거운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며
그 남자를 피해 도망쳤다.
문들은 내가 가까이 다가 갈수록 스스로 열렸다가
닫히기를 반복했다.
건물은 마치 나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는 듯
복도의 길이를 계속 바꾸고 있었다.
숙소로만… 가고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속으로 말했던 내 말이누군가 대신 말하는 것처럼
어디가 끝인지 모를 복도에 울렸다.
—
그날 밤 끝내 나는 내 방에 도착하지 못했다.
그리고 단 한 번 도그 건물의 정확한 출구를 찾지 못했다.
언제 쓰러졌는지 모른 채눈을 떴고 숨을 거칠게 쉬었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 꿈이었다.
전부 꿈이었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바닥에 떨어져 뒤집혀 있는 휴대폰을 잡아
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새벽이었다.
그때, 창밖에서 바람이 부는 건지
가로등 불빛을 가리고 있는 커튼이
스르륵—
천천히 흔들렸다.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가로등 불빛 아래
어떤 여자가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아는 얼굴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던 그 여자.
나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숨을 삼켰다.
그녀는 창문 밖 가로등 불빛 아래서 나를 보며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드디어… 깼네.”
제가 실제로 꿈을 꿨던 내용을 단편으로 만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