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를 걷어내고 적은 글
허탈한 마음을 어디에서 달랠 것인가?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입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말해줄 사람이 하나 없는 외로운 하루입니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왔고, 성과를 위해 달려온 열심히 달려왔다고 자부하지만, 성과란게 수치로 드러나지 않아 불안한 마음을 가중시키는 날이 있습니다. 추구하는 목표가 있어 편입을 2번이나 하고 그 결과 5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미국이란 광활하고 외로운 환경에서 덕분에 주를 2번이나 이동하는 일들도 겪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졸업을 하고 나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술이 좋아서, 디자인이 멋져 보여서 시작했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잘하고 싶다는 무게감이 짓누를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기만 했습니다. 그 감정들을 가장 용감해야 할 시기의 저를 가장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힘 빼고 살아보자, 초심으로 돌아가보자 즉, 이제부터라도 내가 다시 즐길 수 있는 일을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내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즐겁게 이야기하며 소박한 소망들을 담아 탄생한 캐릭터들이 "리들타운 베어스"입니다.
삶을 살아가며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번씩 찾아오는데, 버겁고 힘든 시기 내 일들을 자기 일처리 발 벗고 나서 해결해 줄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탐정 해리슨 캐릭터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목표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은 완벽한 이상향에 가까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었죠, 무엇이든 척척박사, 해결사 캐릭터를 말이에요.
그러나 우리의 마음속에는 '이상향'만 존재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서툴고 열심히 하지만 능숙하지 않은 "미숙함'과 한 번쯤은 불가능한 일탈을 꿈꾸는 '무모함'도 존재합니다. 리들 타운 베어스의 캐릭터들은 이러한 인간성에 대한 고찰로 시작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아주 가볍고 그리고 쉽게, 하지만 어쩌면 가장 알 수 없는 존재인 '나' 자신을 돌아보며 만들어진 캐릭터들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대신 전달 할 수 있는 화자, 나와 닮은 그들을 만들어 내고 6-7개월이 되는 시간 동안 이 친구들을 알리기 위한 시간들을 투자하며 열심히 달려왔는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에게 남겨진 성과란 무엇인가에 대해 요즘 들어 고민이 많아 키보드를 잡고 구구절절 두서없는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 친구들을 만들고 가장 기분이 좋았던 순간은 "해리슨 탐정이 우리 아빠를 닮아서 좋아요." , "저도 리키처럼 이렇게 얼렁뚱땅한 면이 좀 있어요."라는 피드백들을 받았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캐릭터들의 외형뿐만 아니라 그들의 진짜 모습을 알아주는 말들이라 심장이 두근거렸던 거 같습니다.
정말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을 샘솟게 만드는 것은 그런 '말'들이지 않나 싶습니다.
캐릭터 브랜드를 시작하고,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각양각색의 매력적인 캐릭터들 속에서 살아남는 법,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100명이 그냥 스쳐 지나가도 1명 특별하게 생각해 주는 지금이 순간이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저만의 성과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다 보니 시작한 브랜딩처럼 어쩌다 보니 두서없이 진심을 쏟아낸 글을 보며 누군가는 "야야, 너희의 성과를 전시하고 크게 부풀려서 홍보를 해도 모자랄 판에, 알맹이 없이 고민만 늘어놓은 글들이 무슨 홍보가 되고 매력이 있겠냐." 라며 꾸짖을 수 있겠지만, 포장지는 다 걷어내고 진심만 적어내는데 그 글까지 논리적일 수는 없지 않나?라는 변명을 하며 넘기는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