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결혼 이야기 ①
22년 12월 말. 서른살의 나는 1년여간 만나온 짝궁에게 프러포즈를 받았고, 기쁘게 승낙했다.
그러나 프러포즈의 달콤함과 미래에 대한 설렘과 희망은 잠깐이었다. 결혼식을 올린다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해야할 일들과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이 마구 들이닥치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많은 손님을 초대하여 결혼식을 치르겠다고 마음 먹은 커플들 한정이다. 나도 한때는 가족과 친한 친구만 모이는 스몰웨딩을 꿈꾸기도 했었고, 결혼식을 치르지 않고 그 비용으로 대신 양가 가족과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국 백여명이 넘는 손님을 초대하여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이제부터 공부아닌 공부가 시작된다. 알아야 할 것, 결정해야 할 것, 무엇을 결정할지 알아야 할 것 까지... 오죽하면 결혼정보 카페에서는 하나의 준비 과정을 끝낼 때마다 '졸업했다'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 (ex : 웨딩반지 졸업했어요, 신혼여행지 졸업했어요 등)
내가 결혼식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던 이미지란, 그 과정은 모두 생략되고 하객들의 축복속에 신부와 신랑이 사랑을 약속하며 행복하게 입을 맞추는, 외국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의식과 같은 것이었다. (영화 러브액츄얼리와 어바웃타임의 아름다운 결혼식을 떠올려보라.)
그렇지만 막상 그 과정을 처음부터 모두 준비하는 것은 신경써야 할 것 산더미, 조율해야 할 안건이 산더미인 머리 아픈 일 투성이라는 걸, 그 때는 몰랐다.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예식홀에 대해 검색하다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결혼정보카페로 흘러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은 결혼에 대한 A to Z 즉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정보의 바다다. 처음 결혼정보카페에 접속하던 날, 나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온갖 질문글들과 후기글들의 태풍 속에 빠져 한참을 헤엄쳐다녔다. 매초, 매분 올라오는 결혼식 준비에 대한 가지각색의 질문글들이 넘쳐났고, 그건 곧 나도 신경써야할 문제들이 가득하다는 뜻이었다. 카페 글들에 따르면 결혼 준비는 그야말로 결정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해놓은 예산안에서 예식을 치뤄내고 같이 거주할 주택을 마련하여 그 안을 채우는것까지 끝내야 하는 인생에 한번 뿐인 거대한 팀플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보태어 양가 부모님의 마음도 충족시키면서 이 모든 걸 진행해야 한다!
나는 23년 1월초 결혼카페를 자주 들락날락했고, 그러던 중 서울에서 ‘웨딩박람회’라는 것이 매 주말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혼을 앞둔 많은 이들이 이곳에 방문하는 듯 했고, 일단 뭐라도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예비신랑에게 함께 박람회장으로 향했다.
결혼 박람회에서는 온갖 결혼 관련 업체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홍보한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등 분야별로 여러 업체들이 부스를 열고 각자 사진이나 드레스를 전시해놓고, 메이크업 시연을 하기도 하며 계약하라고 설득한다. 이런 수십개의 부스들을 지나쳐오면 마지막 종착지에는 수많은 웨딩플래너들이 상담을 위해 예비 신랑신부들을 기다리고 있는 작은 홀이 있다. 그들은 박람회 제휴 업체들 중에서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업체를 묶어서 계약하도록 상담하는 역할을 하고, 계약을 할 경우 결혼식 본식 당일까지 결혼식 준비 과정에 함께 하며 조언과 도움을 준다.
박람회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커플중에 이번이 처음이 아닌것처럼 보이는 매의 눈으로 돌아다니는 노련한 예비부부도 있는 한 편, 나와 J처럼 어리숙한 견학생의 모습으로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부스들을 소심하게 엿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어쩌다 앉게 된 한 웨딩사진 스튜디오 홍보 부스에서 어색하게 직원에게 설명을 듣다가 어설픈 리액션과 함께 더 둘러보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인파로 인해서 부스 사이를 걷는 것도 힘이 들었다. 신부 관리 부스의 중년 여성분은 나에게 관리를 위해 등 마사지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내가 거절하자 나에게 거의 화를 내기도 했다. 웨딩 플래너와 대화를 나누고자 대기하던 중에, 서로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예비 신랑신부를 목격하기도 했다.
대기 시간을 지나 잔뜩 기가 빨린 우리가 어렵게 마주한 웨딩플래너는 능수능란하게 앞으로의 결혼 준비 스케쥴을 읊어주었는데, 그걸 듣자 나는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가을을 목표로 연초부터 준비하면 아주 여유롭다고 생각했었는데, 일정을 들어보니 그렇지도 않았고, 앞으로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지금 빨리 움직여야 정상적으로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이렇게 어리둥절한채로 계약을 할 수는 없다 여겨 그 플래너와 계약을 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상황파악과 정보수집을 위해 일보 후퇴한뒤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했다.
나와 J 둘다 사람 많은 곳을 피곤해하는지라, 그 날 우리는 인파와 여러가지 새로운 정보들로 녹초가 되어버렸다. 나와 신랑이 둘이서 행복하게 살고자 평생의 연을 맺는 결혼식이지만, 정작 준비하는 현실은 행복하기보다 우리를 피로하고 머리아프게 한다는 걸 그 때 깨달았다. 대부분의 예비부부들이 그렇겠지만, 둘다 직장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결혼 준비에 매진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 날을 시작으로, 우리 둘은 약 10개월간 머리를 맞대고 수많은 결정을 내렸다.
이 글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필요한 모든 준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처럼 처음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아무것도 아는게 없어 막막한 예비 신랑신부들에게 나의 사적인 경험과 감상이 약간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