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7일
리엘이 엄마가 된 지 5주년 되는 날.
고작 4년 6개월가량 너의 엄마로 살 거였다면
좀 더 빨리 너를 내 품에 안았을 것이다.
2021년 1월 17일.
나는 리엘이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이를 만나고 6개월 여 됐을 시점이었다.
내 결심에는 정말 많은 고민과 각오들이 따랐다.
코로나 덕분에, 또 직업적 특성상
나는 집에서 일하며 집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길었다.
따라서 그 당시 나의 상황은 반려견의 보호자로서 최적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만일 다시 사무실 상근이 조건인 일이 들어온다면.......?
출근 시간은 있어도 퇴근 시간은 없는 직업.
한번 일을 시작하면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12시간 이상도 매달려 있어야 하는 직업.
이런 내가 아이의 행복을 책임질 수 있을까?
당시 나는 아이와 최소 10년은 함께 할 거라 굳게 믿었다.
그래서 그 긴 시간 동안 아이에게 지금처럼 충실할 수 있을지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지나고 보니 참 부질없는 고민이었다.
고작 4년 6개월 정도 '엄마'의 신분으로 살 거였는데
난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먼 미래까지 기대했던 걸까.
내가 수의 테크니션, 그중에서도 재활 쪽을 가고자 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후지마비 이력이 있던 아이 었기에
아이가 노령기에 접어드는 6살 무렵,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16년 간 했던 일을 접고
대학교 편입과 동물병원 취업을 선택했다.
이 또한 대단한 착각이었다.
아이는 별이 되기 전 날까지도 스스로 걸을 정도로
근골격계 질환은 전혀 없었다.
노령이라 할 수 없을 7세 추정의 나이에
생각지도 못한 암이라는 내과 질환으로 떠난 아이.
모든 것이 다 내 예상과 계획 밖이었다.
엄마가 된 지 5주년.
아이 없이 홀로 이 날을 맞고 앉아있으니 모든 게 허무하다.
나는 왜 오지도 않는 날들을 두려워하고
걱정하며
대비하고
기대하였나.
결국 아이는 내 곁에 없는데 말이다.
모든 것에 의미가 없어진다.
아이가 오기 전에도 그리 강한 의미를 갖는 삶은 아니었지만,
그저 눈 뜨면 출근하고 눈을 감으면 자는 날들.
이런 날들이 빨리 끝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