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엘이 없는 190일째 밤.

2026년 1월 10일

by 리엘맘

결국 감기에 걸렸다.

며칠 전부터 목이 이상하다 했는데....

2개월을 준비한 콘퍼런스 하루 전날,

지독한 목감기와 몸살이 찾아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출근 전, 동네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쓰러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다른 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었다.

분명 혼자였는데 옆에는 엄마가 와 계셨다.





아....... 또 일을 크게 만들었구나.








아이가 없는 공허함을 이겨내려

일주일에 6일을 일을 했다.


텅 빈 집에 홀로 있는 게 싫었다.

주변에서도 일을 하다 보면 괴로움이 잊힐 거라고 했다.





아니.

그건 자만이었다.




몸이 고되다고 하여,

집 밖에서 일을 한다고 하여,

아이가 아픔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하루하루 버티느라 아이를 떠올리지 못했다는

죄책감만 켜켜이 쌓여 간다.



그저 눈 뜨면 출근하고 퇴근하면 집에 와 잠이 드는 일상.


어떠한 감흥도, 어떠한 보람도

있었던 계획조차 사라지는 날들.




조증과 함께 호기롭게 도전했던 재활 콘퍼런스 발표는

우울증과 함께 준비 의욕이 사라져

빈약하기 짝이 없는 결과물만 겨우 만들어 냈다.


게다가 바로 전날, 고열과 토혈하듯 하는 기침으로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됐다.



직장은 또 어떤가.

연차 전날, 게다가 바쁜 주말에 사전 통보 없이 무단결근을 한 꼴이 됐다.

이보다 최악이 또 있을까.




엄마는 남들 보기 창피하다고 하셨다.

나 또한 동의한다.




예전에 한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픈 것도 죄라고.




독감도, 코로나도 아닌 고작 목감기 하나로

나는 참 온 동네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그래도 남아 있는 기운을 긁어내

엄마를 내보내고 응급실 의사에게

"저는 양극성장애입니다. 약은 일주일 이상 안 먹었어요."

라고 했다.




모든 게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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