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엘이 없는 33일째 밤.

2025년 8월 6일

by 리엘맘

잠을 자지 못했다. 또 시작이다. 출근은 해야 했기에 1시간 반 남짓 잠을 자려고 억지로 눈을 감았다. 그런데 배가 아팠다. 화장실에 가서 줄줄 설사하다 보니 어지럽고 온몸이 저렸다. 식은땀이 죽죽 나면서 뱃속이 꼬이는 기분이었다. 최대한 호흡하고 있는데 손이 점점 꼬여갔다.


'리엘아, 엄마 그냥 데려가'


이런 생각이 불쑥 들었다. 하지만 변기에 앉아 하체를 깐 상태로 죽기엔 수치스러웠다. 이 생각이 들자 '나는 죽을 준비도, 죽을 그릇도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조여오는 고통 속에 살려는 방법을 강구한 것만 봐도 그렇다. 힘들게 빅스비를 불러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가 아무것도 못 해줄 걸 알았지만 역시나.......

전화를 끊고 다시 빅스비를 찾았지만 어째서인지 코 앞에 놓인 휴대폰은 엄마 때와 다르게 먹통이었다. 밀려오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소리를 질러대 5번 만에 빅스비를 작동시켰다.


"119에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해줘"


하지만 돌아온 답은 19번은 저장되어 있지 않다는 개소리.

아........ 혼자서는 살고파도 못 하고 존엄하게 죽지도 못하겠구나.


결국 스스로 화장실을 탈출했다. 식은땀이 급히 식어 추워졌다. 침실로 갈 힘도 없어 저린 몸을 거실 바닥에 뉘이고 급히 담요를 덮었다. 담요에선 묘하게 아이 콤콤내가 났고 긴 밤동안 오지 않던 잠에 스르르 빠졌다.


오늘 같은 일이 전에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모두 화장실 문 앞에 리엘이가 지키고 앉아 있어줬다. 그래서 아프고 힘들어도 든든했다. 리엘이라면 내가 죽어도 며칠을 썩다 발견되게 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어딘가에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이젠 나를 지켜줄 똑쟁이는 없다. 이 생각이 들자 서글펐다. 너의 든든함은, 너의 충직함은 무조건적이었으나 무한한 건 아니었는데.......

나는 아픈 몸에도 끝까지 보호자를 지켜주려던 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얼마나 했던가.

나는 너의 노력을 얼마나 인정했던가.

나는 또 이렇게 나의 부족함과 너의 따뜻함을 느끼며 아이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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