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4일
리엘아, 엄마 KCRT 수료했어. 그냥 돈 내고 이틀 수업 들으면 주는 수료증이지만 이걸로 재활 테크니션을 할 수 있는 길이 조금 유리해졌어.
동물 관련 업에 가겠다는 것도, 재활에 관심이 생긴 것도 모두 네 덕분이고 널 위한 거였는데.......
이렇게 목표로 했던 것에 조금은 가까워지고 있는데 너는 없네.
리엘아. 너에 관한 게 점점 사라져 가. 너와의 연결 끈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 불안해. 시간이 가는 게, 추억의 장소가 또 사람들이 사라지는 게 무서워.
이제 남은 건 네가 쓰던 물건들과 게으르게 남겨 얼마 없는 사진, 영상뿐인데 이걸로 남은 삶을 버틸 수 있을까?
모두가 충분히 애도하면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해. 또 나아져야 한다고 해. 괜찮아진다고, 괜찮아져야 한다고 해. 그렇게 살아가는 거라고 또 살아야 한다고들 해.
근데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어. 너의 죽음이 괜찮아질 날이 올까? 괜찮아져야 하고 또 괜찮아져도 되는 걸까?
네가 떠난 게 현실이란 거 알아. 두 달이 넘도록 들리지 않는 너의 기척과 보이는 건 보라색 천에 쌓인 상자뿐이라 매일 아침, 줄지 않는 밥그릇만 봐도 모든 게 현실인 게 처절하게 느껴져.
근데 애도란 걸 하면 진짜 네가 없단 걸 인정하게 될까 봐....... 싫어. 무기력하게 너가 없다고 슬퍼만 해야 해서 싫어. 이제 정말 닿지 않는 존재란 걸 인정하는 게 힘들어.
엄마 어떻게 해야 할까?
암센터 원장님이 내가 너무 공덕을 빨리 쌓아서 네가 빨리 사람으로 태어나려고 일찍 간 거라 하더라.
정말 그러니? 엄만 해준 게 없는데.......
네가 아픔과 고통이 없는 곳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더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고 오래오래 사는 사람으로 환생한다면, 그렇다고 하면 더없이 기쁜 일인데.......
근데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내가 너무 혐오스러워.
그렇게 환생해버리면 이제 정말 내 옆에 없는 거잖아. 영혼조차도 없는 거잖아. 그럼 영영 이별인데 이제 난 뭐에 의지하면서 살아. 엄만 리엘이가 전부였는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리엘이가 전부일 텐데, 그런데 어떻게 살아.
리엘아, 엄마 너무 힘들어. 하루하루 버티는 게 버거워.
리엘이는 똑똑하니까 와서 엄마가 어떡하면 좋은지 좀 알려주면 안 될까? 리엘이가 버티라면 엄마 해볼게. 리엘이가 같이 가자고 하면 엄마 따라 나설게. 그니까 리엘이가 엄마 좀 알려줘.
엄마가 계속 슬픔에 매몰되고 여기에 매달려서 미안해. 엄마가 자꾸 이래서 네가 편히 못 떠나게 해서 미안해. 네가 아닌 나만 생각해서 미안해. 엄마가 더 오래 건강하게 지켜내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가 많이 사랑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