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한 만큼 또 다시 시작했다는 것
나는 꾸준함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다. 컴플렉스로 생각할 정도로.
호기심에 시작한 많은 일들이 언제 끝냈는지도 모르게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다보니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한 가지 운동을 10년 했다는 사람,
중국어 학원을 몇 년 다녔다는 사람,
매달 몇 권의 책을 읽는 사람.
이제는 일상이 되어 하지 않는게 오히려 부자연스럽다고 말하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오늘 아침 모닝페이지를 적는 노트의 마지막 장을 채웠다.
피터팬이 그려진 노트의 첫 장은 23년 2월 2일에 시작되었다.
한 권의 모닝페이지를 채우는데 2년 6개월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때가 묻어 누런 빛깔을 띄고 있는 노트에는 내가 포기한 순간들이 담겨져 있다.
매일 아침 꾸준히 세 페이지를 채워냈다면, 그 절반의 시간안에 완성할 수 있었을 터.
아침에 눈 뜨기 힘들다는 핑계, 어제 퇴근이 늦었다는 핑계 또 그런 걸 쓸 여유는 없다는 핑계...
그 모두가 켜켜이 쌓여 있는 것만 같다.
마지막 두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새 노트를 꺼내들다 괜히 표지를 쓰다듬었다.
나는 알고 있다. 이곳에는 포기한 순간 만큼 또 다시 시작한 순간도 담겨 있다는 걸.
아마 앞으로도 나는 꾸준히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겠지.
시작한 일을 흐지부지하다 또 많은 일을 포기하고 그만두게 되겠지.
그럼에도 몇 가지는 다시 시작하고, 또 다시 시작하게 되겠지.
21년도에 모닝페이지를 처음 적었다.
25년 7월 31일, 모닝페이지로 끝까지 다 쓴 노트는 네 권이 되었다.
동시에 다섯 권째 노트의 첫 장을 채웠다.
이정도면 나만의 속도로 꾸준했다고... 우겨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