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쫄대에 웃어 넘기자
마치 살풀이라도 하려는 듯이 모닝페이지는 현실의 답답함이 적힌다.
게다가 수요일이 아닌가.
직장인이 되고나서 제일 힘든 요일이 언제냐고 물으면 주저없이 수요일이라고 답할 수 있다.
피곤한 월요일이 지나 정신차려보면 아직도 이틀이나 남아있는 한 주의 중간, 수요일.
피곤함과 애써 가라앉혀둔 고민들이 세 장 내내 빼곡히 적혔다.
출근길, 맑은 하늘에 자동차 앞유리의 희뿌연 자국이 더욱 돋보였다.
유리창을 닦아내려 와이퍼를 몇 번 움직이다 옆에 앉은 남편에게 불평을 쏟아냈다.
얼마 전에 고생고생을 해서 와이퍼를 셀프로 갈았건만, 어찌된 일인지 와이퍼가 신통치 않다.
너무 싼 걸 사서 그런건가? 빗길에 운전을 하다 이러다 사고 나겠다고 푸념을 했다.
남편이 보기에도 와이퍼가 시원치 않았는지 몇 마디 묻는다.
- 얼마에 산거야? 그 정도면 괜찮은 가격인데...
- 고정은 잘된거 같긴한데, 혹시 앞에 파란거 뺐어?
음...?
파란 것, 와이퍼 앞에 푸른날이 있던게 선명하게 떠올랐다.
뭐- 좀 특이한 색으로 만든 와이퍼인가보다 라며 차에 고정시키는 것에만 열중했더랬다...!
- 그거... 빼야 되는거야?
- 응...ㅋㅋㅋ
휴게소에 잠시 들러 와이퍼를 들어보니, 선명한 파란색 쫄대가 와이퍼 앞에 달려있었다.
빼고 다시 작동시켜보니 시원할정도로 잘 닦이는 유리창.
옆에서 자꾸 큭큭대며 웃는 남편보다도
시원하게 닦이는 유리에 마음이 뻥 뚤려 버렸다.
- 와- 너무 시원해! 피곤한 기분도 날아간 것 같아. 근데... 와이퍼 가는 유튜브에서도 저런게 있으니 빼라는 말은 안했단 말이야..!
- 나, 다른데 가서 이야기 해도 돼?
- 안돼.
아무래도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남편을 보니 어디가서 이야기할 작정인가보다.
그러니 내가 먼저 쓰기로 했다.
파란 쫄대에 웃을 수 있었던 건, 피곤함을 견디며 살풀이를 했던 덕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해본다.
그래- 수요일, 가볍게 넘어가보자.